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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의원들이 발의한 '친환경무상급식' 관련 의안이 10개월 가까이 표류중이다. 이를 놓고 도의회의 시간끌기식 행보와는 별도로 충남도 집행부의 소극적 태도와 지휘 및 조정 업무 부재가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충남도의회 고남종 임춘근 의원 등은 지난해 7월 말 친환경무상급식 추진특위구성결의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의안은 논란 끝에 지난해 9월 부결됐다.

 

이에 따라 충남도의원 29명은 지난해 11월 말 친환경 급식지원조례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친환경(또는 우수농산물) 무상급식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 학생들의 심신발달은 물론 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지역 농수축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마저 보류 상태로 충남도와 도의회를 떠돌고 있다.

 

친환경무상급식은 안희정 도지사의 핵심 공약이자 정책의 하나이기도 하다. 충남도는 지난 2일부터 도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한 제도적 장치인 관련 조례가 정비되지 않고 10개월 가까이 논란만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의회 회의석상에서 나온 집행부 실·국의 서로 다른 목소리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충남운동본부' 소속 회원 30여명이 충남도의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충남운동본부' 소속 회원 30여명이 충남도의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심규상

지난 16일 충남도의회 농수산경제위원회 회의실. 이날 농수산경제위원회에는 충남도청 기획관리실장과 농수산국장을 비롯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이날 자리는 도의회 농수산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표류중인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의 처리에 앞서 집행부 주요 간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의원들은 먼저 도청 간부들에게 상정된 친환경 무상급식조례 전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충남도와 기획관리실장과 농수산국장의 답변내용은 서로 달랐다.

 

기획관리실장: "법안을 개정할 수도 있지만 기존법안으로도 친환경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무상급식은 조례가 없어도 상위법인 학교급식법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농수산국장: "농수산국에서는 기존 조례를 개정할 경우 법적 지원 근거가 없어져 친환경식자재를 지원할 수 없다."

 

집행부의 기획관리실장은 '법 개정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입장이고, 농수산국장은 현재 '친환경식재료'를 전량 공급하는 것이 아닌 우수농산물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조례를 개정할 경우 '우수식재료'를 공급할 수 없게 돼 조례를 개정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서로 다른 답변내용에 의원들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농수산경제위원회 도의원들은 "법안이 발의된 지 10개월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집행부서간 혼선을 빚어서야 되느냐"며 혀를 찼다.

 

그렇다면 기획관리실과 농수산국의 주장 중 어느 쪽 주장이 타당할까?  

 

해당 조례개정안의 골자는 급식지원대상을 ▲ 기존 보육시설 및 유치원, 초중고교에서 지역아동센터까지 확대하고, 급식비 경비부담이 경우에도 기존 보호자가 일부 부담하는 것을 전액 지원하는 것으로 했다. 또 지역농산물(로컬푸드)의 보급 확대를 위해 ▲ 기존 현금지원방식에서 계약 재배를 통한 현물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즉, 보다 체계적인 친환경무상급식을 위해서는 기존 충남도 학교급식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개정 조례안에는 친환경 농산물과 관련 ▲ 지역 친환경쌀 또는 지역브랜드쌀을 우선 공급하고 부족한 농산물은 ▲ 지방자치단체장이 품질을 인정하는 지역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기존 조례를 개정할 경우 우수식재료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결국 집행부서가 10개월 동안 조례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이해가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무분장 놓고서도 이견... 공무원 사무분장 규정에는?

 

이날 집행부 간부들은 사무분장을 놓고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기획관리실 교육법무담당 관계자는 "교육법무담당관실에서는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지원업무만 갖고 있다"며 "개정조례안에 담긴 친환경 및 우수농산물 생산과 유통, 급식센터설치 등 식재료의 유통과 보급, 운영 등 주 업무는 농수산국 농업정책과에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농수산국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친환경농산과에서는 특수학교와 중, 고등학교에서 소비하는 친환경 및 우수농산물 공급에 관한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 친환경무상급식 예산의 경우에도 전체예산의 69%에 해당하는 74억여 원이 교육협력법무담당관실에 배정돼 있는 반면 농업정책과는 31%(32억여 원)만을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관실에서는 주된 업무가 농수산국에 있는 만큼 도의회 해당 상임위원회가 '농수산경제위원회'라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해석인 반면  농수산국에서는 기획관리실이 주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행정자치위원회' 소관이라는 견해에 힘을 싣고 있는 셈이다.

 

어느 쪽 주장이 타당할까? 지난 1월과 2월 개정된 충남도 공무원의 분장 사무를 규정한 충남도 지방공무원 분장 사무에 관한 규정을 들여다 보았다. 

 

이에 따르면 기획관리실내 교육법무담당관 교육협력계의 분장사무는 '초 중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로 명시돼 있다. 농수산국 내 친환경농산과 친환경농업계의 분장사무는 '친환경농업 육성 종합대책 수립 추진'으로 돼 있다. 이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관한 주무부서가 교육법무담당관실에 있음을 말해준다. 

 

결국 충남도의회 농수산경제위원회는 이날 3시간 가까운 논의 끝에 의견수렴을 위해 심사를 보류하고, 도의회 의장에게 논의결과를 통보하기로 했다. 농수산경제위원회는 "친환경 무상급식 업무가 도의회행정자치위원회 소관인 기획관리실(교육법무담당)에 분장돼 있어 우리 위원회에서 다루게 될 경우 다른 상임위 직무영역을 침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친환경무상급식 개정조례안'에 대한 심의는 다시 다음 회기로 넘어가게 됐다.

 

심의 보류된 친환경무상급식 개정조례안... "업무지시 제때 안 된다"  

 

반면 충북도와 전북도, 광주광역시의 경우 각각 친환경무상급식 조례를 개정, 정비해 시행중에 있다. 때문에 충남도 안팎에서 도 집행부가 친환경무상급식 법안의 제도적 정비를 위한 역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남도의회 관계자는 "도정 주요정책의 하나인 친환경무상급식 업무를 놓고 도의회 회의석상에서까지 집행부간 혼선이 노출됐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며 "도정 주요정책에 대한 의회와 협력을 해도 모자란 판에 집행부내 자체 조정업무마저 등한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도의 한 공무원도 "집행부가 할 일을 도의회에서 나서 관련 조례안을 정비하고 있는데도 집행부서에서 이를 적극 지원하지 않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휘부의 업무 조정 등 지휘권 시달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은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친환경무상급식#충남도#충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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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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