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옷을 입지 않고 관광 휴양지로의 비상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광휴양지로의 화려한 날개짓을 하기 위해서는 문화인프라를 입은 관광휴양지만이 관광지로서, 휴양지로서의 장기적인 비전이 가능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 태안에 가려고 하는데 어디 가볼만 한 곳이나 볼거리가 있느냐""... ..."이러한 질문을 한 두 번 받은 것이 아니다. 태안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질문이다.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구체적으로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 32개의 가장 많은 해수욕장을 보유하고 있는 태안군에서 여름철 해수욕장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할 수도 있다.
물론, 천리포수목원이라든가 안면도 자연휴양림, 백화산 마애삼존불상, 이원방조제의 희망벽화 등 잠시 눈요기 거리로 다녀갈 수 있는 곳이 일부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태안을 찾는 방문객들이 '또?'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말문이 막히기 일쑤다. 더군다나 과거 단순한 볼거리 위주의 관광에서 관광휴양지에서도 다양한 공연이라든가 즐길거리를 찾는 요즘 태안에서는 이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문화인프라는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지난해 12월 6일 29개 세부 추진과제를 선정하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명품휴양 도시로의 비상을 위한 '으뜸 휴양도시 태안' 선포식을 갖은 이후 생태·문화 탐방로 조성과 백화산 명산 가꾸기, 관광농촌 활성화, 농촌체험관광 활성화 사업 등 문화인프라 구축을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조례를 제정해 체계적으로 추진하려던 이러한 사업 조차도 조례안이 의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어서 태안군의 '문화인프라 구축'이라는 숙원은 요원해 보이기만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최근 태안군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문화재인 '원청리 별주부전'과 지난해 첫 선을 보인 '태안마애삼존불상' 뮤지컬에 대한 특산품화가 추진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두 작품은 2004년과 지난해 각각 뮤지컬로 만들어져 태안은 물론 순회공연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지만 공연 이후 별다른 후속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아쉽게 사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다시 태안의 대표적인 문화특산품으로 개발한다면 관광휴양 요소와 연계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별주부전의 본고장 태안, 올해가 기회다
'원청리 별주부전'은 지난 2004년 8월 충청오페라단이 15명의 배우를 투입해 어린이 가족뮤지컬로 태안군민에게 선보인 바 있다. 이듬해 천안, 아산, 당진 등 충남도를 순회하며 6회의 공연을 통해 태안이 설화 '별주부전'의 본고장임을 대내외에 알린 바 있다.
당시 선보인 '별주부전'은 지역에서 전해내려오는 전래동화를 소재로 코믹하면서도 해학적인 창작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주면서 현대적인 감각의 작품으로 문화상품화 및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될 만큼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뮤지컬 '별주부전'의 공연은 전무했고, 지난 2007년 농수산식품부로부터 농촌관광마을로 지정돼 예산을 지원받아 2009년 건립된 별주부센터가 최근 운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을 닫았다. 이처럼 태안의 특산품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었던 '별주부전'은 태안군민들의 기억에서 조차 묻혀져 버렸다.
이렇게 태안 '별주부전'이 설화 유래지로서의 의미를 점차 잃어가는 동안 설화 발원지 싸움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었던 경남 사천시는 2009년 12월에 1997년부터 별주부전의 배경으로 선정한 비토지역에 대해 관광지로 지정·고시했다. 2013년까지 100억 원의 공공예산과 220억 원의 민자 유치 등을 통해 별주부전 테마관광지로의 개발 계획을 세우고 본격 추진에 나서 오히려 한발짝 앞서가는 모양새다.
또한,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 평가에서 사업부진으로 1억원 페널티를 받게 됐지만 사천시는 별주부전 테마관광지 조성을 통한 문화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빗대어 볼 때 태안은 그동안 설화 별주부전의 발원지라고 주장만하고 있지 내부적으로는 사천시와의 싸움에서 크게 뒤쳐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속에서 최근 '원청리 별주부전'을 태안특산품화하겠다는 태안군의 의지는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더군다나 올해는 신묘년 토끼해로 '원청리 별주부전'이 다시금 부각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어 태안군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안군청 조상호 문화예술담당은 "뮤지컬 마애삼존불상의 경우에는 지난해 세계대백제전과 태안문예회관에서의 성공적인 공연을 치렀고, 올해도 대백제전 무대에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문화컨텐츠로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별주부전의 경우에는 태안의 문화특산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지만 2004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사라진 상태로 이를 마애삼존불상 뮤지컬과 함께 태안의 대표적인 문화특산품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계장은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은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북 안동의 사례(퇴계와 두향의 이야기 '450년 사랑')처럼 지역주민이 참여하던가, 아니면 삼성초, 남면초중학교 등 학생들을 활용한 뮤지컬로 승화시키면 예산도 최소화되고 특화된 문화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또, "현재 충남문화산업진흥원과도 접촉을 하면서 별주부센터 1층에 3D상영관도 조성하고 내년도 문화체육관광부의 3D영상콘텐츠 제작사업에도 별주부전을 공모하는 등 별주부센터와 연계된 문화컨텐츠화를 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김한국 태안문화원장도 별주부전의 문화컨텐츠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판소리 수궁가를 완창한 국악협회 이복희 회장 등 지역 문화예술인과도 연계해 별주부센터를 활성화시켜 관광객을 유치하고 초중학교에 지역 명물인 별주부전과 관련된 수궁가를 교육하는 등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별주부전'의 문화특산품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뮤지컬 마애삼존불과 관련해서는 "사료부족으로 허구가 많아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임을 시사했다.
태안의 대표 문화컨텐츠인 뮤지컬 별주부전과 마애삼존불. 이 두 컨텐츠가 문화특산품이라는 새 옷을 입고 관광휴양지로의 비상을 꿈꾸는 태안군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