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현장은 어떻게 돼 있을까.
경남도는 구제역이 발생했던 김해지역에 대해 22일부터 가축 이동제한 조치(일부)를 해제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매몰지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23일 현장을 찾아 살펴보았다.
경남 김해시 주촌면 원지리. 이 마을에는 무려 13곳에 매몰지가 있다. 공장 바로 옆, 논 한가운데, 주택 바로 뒤, 도로 옆에 돼지·소의 생매장 무덤이 있는 것이다. 이전에 저수지였던 소류지에도 매몰지를 만들어 놓았다.
이 마을에 구제역이 발생한 때는 올해 1월 말경이다. 매몰지마다 돼지·소를 적게는 1600여 마리부터 많게는 7400여 마리를 묻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임희자 사무국장, 감병만 부장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틀 전 비가 내려 마을은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 보였다. 차에서 내려 매몰지에 다가가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원지리 주민과 공장은 거의 대부분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상수도관이 마을 골목마다 매설돼 있지만, 가정과 공장마다 수도 검침 계량기를 설치하지 않고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것. 그만큼 물이 많은 마을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말 매몰지를 만들기 위해 논 한가운데를 팠는데, 많은 깊이를 파지 않아도 물이 나왔다는 것. 매몰지 때문에 지하수 오염이 우려됐다.
매몰지를 만든 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경상남도와 김해시는 지난 3월 초 새롭게 정비했다. 이날 현장 확인 결과 배수로가 나 있고, 침출수를 모을 수 있는 시설도 되어 있었으며, 비닐도 덮여 있었다.
가축 핏물이 나온 현장도 목격됐다. 논에 있는 매몰지에는 비닐 안쪽에 핏물이 나와 고여 있었다. 매몰지 옆 논으로 흐르는 배수구에는 붉은 색깔을 띠는 물이 고여 있었다.
마을주민 "냄새 심하다... 양돈인은 각성하라"
주민들은 악취와 지하수 오염을 걱정했다. 한 공장 경비는 "이전에는 하천에 거품이 섞인 물이 흐르지 않았는데 최근에 거품이 흐른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매몰지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면서 "특히 바람이 불면 냄새가 심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다"고 말했다.
마을이장 정정섭씨는 "어제(22일) 이장들과 김해시청을 찾아가서 축산과, 환경보호과 직원을 만나기도 했다"면서 "이전보다는 적지만 냄새가 여전히 난다. 소독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걱정이다. 상수도 등 여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곳곳에는 양돈농가를 비난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주민들은 "우리 생명수를 누가 망쳤나. 양돈인은 각성하라", "양돈인은 우리의 식수를 되찾게 해달라", "양돈인은 우리를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써놓았다.
환경단체 "침출수 여전히 나와... 악취도 걱정"
임희자 사무국장과 감병만 부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몰지로 인한 피해는 더 크게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전보다 정비가 잘돼 있지만, 지하수 오염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감병만 부장은 "마을 곳곳에 있는 매몰지가 과연 적합하게 설치되었는지 의문이다"면서 "마을 주민들은 물이 많이 나오는 곳에 매몰지가 들어섰다며 지하수오염 우려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가축이 부패할 것인데, 그러면 악취가 더 심할 것이다. 마을 미관상으로도 엉망이다"면서 "주민들은 축산농가에 책임을 묻고 있는데 따지고 보면 정부의 책임 아니냐"고 지적했다.
임희자 사무국장은 "전체적으로 재정비를 했지만 여전히 침출수가 나오고 있다. 물이 많이 나오는 곳에 매몰지를 만든 셈인데, 앞으로 관리가 제대로 될지 걱정이다"며 "매몰지를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정부는 옮길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수 오염 우려가 높다. 정부는 지하수 사용 중단 조치를 내리고, 상수도 공급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해시, 지하수 수질 검사 두 차례... 4월까지 상수도 공급
경남도와 김해시는 매몰지 조성 뒤 최근까지 두 차례 지하수 수질검사를 했다. 김해시청 하수과 관계자는 "규정상 매몰하면 분기별로 1회, 1년이 지나면 반년만에 1회 하도록 되어 있는데, 주민들이 불안해 하니까 월 1회씩 했다. 현재까지 특이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마을에 유효미생물제, 악취제거제 등을 주기적으로 살포하고 있다. 마을에 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해 주민들로부터 신청서를 받고 있다. 김해시청 수도과 관계자는 "정부는 오는 6월까지 상수도 공급을 하라고 했는데 4월까지 앞당길 예정이다"고 말했다.
경남도청 축산과 관계자는 "지난 3월 3일 이후 구제역 의심신고도 없고 추가 발생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진정 국면이다"며 "매몰지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농가 '재입식 준비'... 경남도 '생계안정자금 지급'축산 농가들도 울상이다. 원지리에서 만난 한 축산농민은 "가축들이 같이 살다 우리 손으로 죽인 셈이나 마찬가지인데, 우리도 힘들다"면서 "일하던 사람들도 죽을 지경이다. 신경안정제를 맞고 있고,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상당수 축산농민들은 다시 소와 돼지를 입식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농민은 "가축을 키우지 말라고 하는데, 그동안 축사를 짓고 시설 갖추면서 빚을 냈다"면서 "그 빚을 갚아 줄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축산농민들은 다시 소와 돼지를 키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 일 아니면 다른 거 할 게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구제역이 발생한 축산농가에 생계안정자금을 지급했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가축을 재입식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 4~6개월 뒤에 가능한데, 그래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깨끗한 종돈을 구해야 하고 축사 세척 등의 상태를 본 뒤 이상이 없으면 입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