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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 3기 진보신당 지도부와 4.27 재보선 출마자들이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1년 정기 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 3기 진보신당 지도부와 4.27 재보선 출마자들이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1년 정기 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이경태

'독자파'의 완승.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진보신당 2011년 정기 당대회의 결론이다. 이로써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출범 이후 약 3개월 간 진행됐던 통합진보정당 건설 논의에 '적신호'가 켜졌다.

진보신당은 이날 당 역량 강화 발전·새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종합실천계획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당 집행부가 제출한 새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종합실천계획안에 대해 각 안건마다 수정안이 제출·가결됐다.

민주노동당과 '통합' 과정에서 민감하게 대두될 '북한 문제'에 대해선 보다 명확하게 전제가 마련됐다. 진보신당 대의원들은 "새로운 진보정당은 북한의 핵 개발 문제, 3대 세습 문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는 원안을 "북한의 핵 개발 문제, 3대 세습에 반대하며"라고 수정했다.

일부 대의원들이 "북한의 핵 개발, 3대 세습 반대" 수정안에 대해 '민노당의 수용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표결 결과는 명확했다. 재석한 대의원 345명 중 211명이 수정안에 찬성했다.

또 "2011년 9월 전후 시기까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진보정치세력 간에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2012년 총선을 함께 치러낸다"는 원안은 "2011년 9월 전후 시기까지 모든 진보정치세력들이 참여하는 새 진보정당 건설이 불가능할 경우, 합의하는 세력들과 함께 진보정당을 건설한다"고 수정됐다.

현재의 진보대통합 논의를 역진 불가능하게 만들고자 하는 수정안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속내'는 민노당에 대한 불신에 가깝다. 민노당과 '북한 문제' 등으로 합의가 불가능할 땐 진보진영 통합 방향을 사회당 등 좀 더 '왼쪽'으로 확장하겠단 얘기다.

반대 의사를 표명한 대의원들도 이 같은 점을 우려했다. 한 대의원은 "민노당이 동의하는데 사회당이 동의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나온 수정안이 아닐 것"이라며 "민노당의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꾸려놓고 잠정적 실패를 전제로 한 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당의 공신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 진보신당 대의원들은 수정안에 손을 들어줬다. 재석 대의원 359명 중 193명이 이 수정안에 동의했다.

"연립정부론,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변형된 수혈론에 다름 아니다"

최근 진보진영을 향해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국민참여당에 대한 입장도 명쾌하게 정리됐다. 당내 '통합파'는 이날 국민참여당 등이 과거 신자유주의 정책 등에 대해 '조직적 성찰'을 할 것을 요구하는 문항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냈지만 표결(재석 350명 찬성 61명) 끝에 부결됐다.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갔다. 당내 '독자파'는 심상정 전 대표가 제기했던 '연립정부' 방안을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변형된 수혈론"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2012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정당 건설을 주장하는 '제3지대 백지신당론', '빅텐트론' 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변형된 수혈론에 다름 아니다"는 원안에 "민주당 및 국민참여당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연립정부론'"을 포함시켰다. 또 "새로운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다"고 정리했다.

일부 대의원들이 "총·대선을 앞두고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을 소지가 있다", "양당제 구조의 단일정당론과 선거전술로서의 '연립정부론'은 그 위상이 다르다"고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표결 결과 60%의 찬성율(재석 374명 찬성 228명)로 수정안이 가결됐다.

진보대통합을 위한 집행부의 추진력도 일부 상실됐다. 대의원들은 전국위원회 산하에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당 대표가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들을 임면하여 총 7인 내외로 구성"하도록 한 원안을 고쳐 "당 대표가 임면한 위원장은 전국위원회가 인준"하도록 수정했다.

또 "추진위원회가 (새 진보정당 건설)추진 과정 및 향후 계획을 전국위원회에 회기마다 보고하여 승인 받는다"고 규정, 진보대통합 실무 협상기구인 추진위를 전국위원회에 확실히 귀속시켰다.

'진보의 재구성' 실패 선언한 조승수 서한이 역풍 불렀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진보진영 복지 대토론회에 참석해 토론단상으로 나오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진보진영 복지 대토론회에 참석해 토론단상으로 나오고 있다. ⓒ 유성호

이 같은 당대회 결과는 최근 '적극적 통합'으로 선회한 조승수 대표 등에 대한 반발로 읽히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 25일 공개서한을 통해 "6월 내 진보통합 논의를 마무리 짓자"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늦어도 가을은 되야 가능하다"던 종전의 입장을 바꾼 셈.

무엇보다 조 대표는 이 글에서 "우리는 과거의 낡은 진보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혁신되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창당 목표인 '진보의 재구성'의 실패를 '선언'했다.

그는 또 "우리 자신의 반성과 성찰을 전제로 과거 우리가 낡은 진보로 규정했던 세력들이 모두 함께 진보의 혁신과 재구성을 함께 할 수 있는 상황과 계기를 마련했다"며 사실상 민노당과 함께 갈 것임을 밝혔다.

조 대표는 이날 당 대회에서도 이 같은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진보신당이 3년 전 얼어 죽을 각오로 창당했던 것은 우리만의 축제를 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의 혁신으로 진보정치의 혁신을 이루고 한국사회를 진보적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운 결의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대의원들의 답변은 기대와 달랐다. 한 대의원은 본격적인 안건 논의 전부터 "조 대표가 6월 임시 당대회까지 얘기하는 등 민노당과의 통합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불신을 표했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위원회'의 위원장 임면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대의원은 "대표가 임면한 위원장을 전국위원회에서 인준토록 하는 것은 대표 등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으로 읽힌다"며 반대의사를 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 대의원은 "대표단에 대한 신뢰 문제가 아니라 같이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라며 "조 대표가 당원을 못 믿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의원 독자파 60%... 상반기 내 진보대통합 성과 기대하기 어렵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조 대표의 서한이 역풍을 불고 온 것은 사실"이라며 "독자파는 사실 전국위원회에서 채택된 원안에 대해 큰 문제의식이 없었는데 조 대표의 공개서한을 받고 이틀 만에 수정안들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대표가 통합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만 집중한 것 같다"며 "메시지를 일찍부터 전달하던가, 아니면 전달 이후 대의원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진보신당의 '간판'인 노회찬·심상정 전 대표의 입지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심 전 대표는 6·2 지방선거 당시 후보단일화 결정에 대한 당원들의 '비토'에 이어, '연립정부론'이 당 대회에서 '민주당 수혈론'으로 규정되면서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상당히 제한됐다.

당초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유력시됐던 노회찬 전 대표의 사정도 마찬가지. 당대회 결정으로 인해 추진위원회가 통합 논의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정이 아니게 돼 이제 누가 위원장을 맡더라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누가 위원장을 맡으려고 할지 걱정되는 상황이긴 하다"며 "이번 당대회를 통해 독자파가 통합파에 비해 6대 4 정도로 우세하단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정당법상 대의원대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당의 해산이 가능하다. 결국 이날 당대회로 드러난 진보신당 대의원의 성향으로 볼 때 사실상 상반기 내 통합의 실질적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노당은 오는 4월 2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진보정치대통합 방안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진보신당#진보대통합#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3대 세습#연립정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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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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