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강원도에서 방사성 제논이 검출된 데 이어 후쿠시마 원전으부터 날아온 방사성 요오드가 28일 전국에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방방사능측정소에서 공기 부유물질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서울을 비롯한 12개 지역 모두에서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는 0.049~0.356Bq(베크렐)/㎥ 수준이었다. 춘천에서는 방사성 세슘도 검출됐다. 우려했던 방사성 물질 오염이 국내에도 현실화됐다.
국가환경방사선 자동감시망을 운영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은 28일 오전부터 대기 부유물질에 대한 방사성 물질 검사 주기를 일주일 1회에서 매일로 변경했다. 앞서 확인된 방사성 제논을 제외하면 정확히 언제부터 어떤 방사성물질이 한국에 도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게다가 방사성 제논의 검출 사실도 늦게 발표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 방사선감시망의 느슨한 운영실태를 드러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23일부터 강원도 방사능측정소에서 제논-133을 검출을 확인했지만 이를 나흘 뒤에야 공개했다.
그나마 해당 측정소는 제논만 측정할 수 있어 다른 방사성 물질의 검출 유무조차 확인할 수 없다. 제논-133은 핵분열에서 생성되는 방사성 물질이다. 따라서 제논의 존재는 요오드를 비롯한 다른 방사성 핵종 역시 검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 가능하다. 방사성 물질이 한국에 도달한 시점은 최소한 이미 23일 이전이라는 의미다.
12곳의 측정소에서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는 0.049~0.356㏃(베크렐)/㎥ 수준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번 결과에 "피폭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선량한도 1 mSv의 약 8만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도쿄 산업노동국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남쪽으로 240킬로미터 떨어진 도쿄에서는 지난 15일 요오드-131이 241㏃/㎥, 그리고 세슘137이 60㏃/㎥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8일 현재는 요오드-131이 0.2㏃/㎥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선 측정방식, 정확한 측정법 못 된다하지만 현재 방사선 측정방식이 방사성 요오드를 충분히 정확하게 측정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된다. 70개 국가환경방사선 자동감시망 중에서 12개의 지방방사선측정소에서는 대기 중 부유물을 채취해 방사성물질의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공기 부유물이나 빗물에 방사성물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검사 방식에는 대부분 기체형태로 존재하는 방사성 요오드-131가 포함되지 않아서 방사성 물질량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방사선연구위원회(CRIID)는 "미세입자 여과기로 채취한 공기 시료는 기체 형태의 요오드를 포집할 수 없다"면서 "이런 계산은 공기 중 실제 방사성물질량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활성탄 여과기로 기체를 채취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검사결과를 국제기구와 상호평가한다"면서 "우리의 검사 수준은 국제적 수준"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아직 국내로의 방사성물질 유입이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낮은 방사선량으로도 방사성 관련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하미나 단국대 의과대 교수는 28일 열린 '원전사고와 시민건강' 토론회에서 일본 핵폭탄 피해자 사례를 통해 "저선량에 노출되더라도 피폭량에 비례해 백혈병이나 고형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며 방사선에 의한 노출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플루토늄을 비롯해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여전히 유출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이미 중국 동부 해안지역에서도 미량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편서풍의 영향을 근거로 그동안 일본 원전사고로부터 안전하다고 강조해 온 한국 정부는 방사선 감시에서도 사후처방과 미숙한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물질이 이미 매우 심각한 수준에 달한 만큼 그것의 확산에 대해 방사선감시 기관의 대처와 즉각적이고 투명한 공개가 더욱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