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받는 대학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을 쟁취하고 인간다운 삶을 되찾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미화노동자 생활임금쟁취! 고대·연대·이대 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가 29일 오후 2시30분 연세대학교 본관 앞 백양로와 고려대학교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이대, 연대, 고대, 고대의료원 등 4개 분회는 투쟁과 집단교섭을 통해 생활임금 쟁취를 촉구하고 있다. 이대분회와 고대의료원분회는 각각 25일과 19일 타결, 시급 4600원, 식대 6만원, 전임자 1명 등 요구를 쟁취했다. 하지만 연세대와 고려대는 타결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부분파업을 전개하며 생활임금을 촉구해온 청소용역노동자들은 고대는 29일, 연대는 30일 각각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연세대 결의대회 대회사를 통해 "우리가 노조를 만들어 투쟁하는 것은 우리 현실이, 노동자 삶이 너무나 부당하고 잘못돼서 그것을 바꿔내고 노동자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작업조건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노조를 통해 최저임금을 인상해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받게 해달라는 것, 회사의 부당한 탄압과 어용노조의 노동자 기만을 벗어던지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겠다는 소박한 요구에 대해 사측과 우리 사회는 무시하고 탄압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지들의 투쟁은 민주노총 국민임투 포문을 열고, 올해 최저임금 협상을 승리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고 있다"고 격려하고 "승리가 눈앞에 있으니 노조를 중심으로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단결하고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경지부 집단교섭을 책임진 구권서 공공노조 사무처장은 "서경지부 1700명 조합원 중 900여 명이 대학 청소미화노동자들"이라면서 "4개월 교섭하는 동안 사측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투쟁을 방해하며 협박도 했지만 굴하지 않고 공동투쟁을 만들며, 4개 사업장 고지에 승리의 깃발을 하나씩 꽂고 있다"고 성토했다.
구 사무처장은 이대와 고대의료원 타결소식과 잠정합의 내용을 전하며 "이제 2개 분회 승리만 남았는데 이 자들이 서로 눈치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우리 투쟁은 서울지역 청소미화노동자들의 일정한 노동조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대분회는 지난 3월 25일 타결했다. 노사는 잠정합의를 통해 시급 4600원, 식대 6만원, 휴게실 개선, 오전근무 후 오후에 일할 수 있게 보장, 전임자 1명을 쟁취했다. 고대의료원도 같은 내용으로 지난 3월 19일 타결했다.
구권서 사무처장은 "전북 버스동지들은 오늘로 112일째 투쟁 중인데 우리는 이제 20여 일 싸우고 있다"면서 "대학 당국도 '용역을 시키면 마음대로 자르고 최저임금만 줘도 되는 줄 알았는데 안 되겠다, 직접 고용하는 게 낫겠다'고 한다"고 전하고 "우리 요구는 정규직화이며 더 이상 용역과 간접고용으로 머슴처럼 살 수 없으니 팔자를 고치는 투쟁을 벌이자"고 역설했다.
임경지 연대세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이대와 고대병원 투쟁에 대해 학교 측이 의지를 보이며 값진 승리를 이끌었는데 연대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아 이런 학교에 다닌다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고 저평가하는 싸늘한 시선에 맞서는 투쟁이 쉽지 않고 긴 싸움이 될지 모르지만 모두 힘내셔서 이 투쟁 꼭 승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일 현재 112일차 전북버스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북버스 노동자들도 100여명 참가했다.
전북고속지회 쟁의부장도 "어용노조에서 벗어나 민주노총에 가입해 민주노조가 뭔지 알아가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하고 "법치국가에서 도둑놈이 훔쳐간 돈을 그나마 3년치 달라고 하니 해고하고 배차 정지하고 민주노조를 탈퇴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지역 버스파업 동지들은 임금을 되찾고 민주노조를 건설하는 것 이전에 썩어빠진 전주지역의 악질자본과 폭력경찰을 다 뜯어고치자는 각오"라면서 "우리는 112일 힘들게 싸운 만큼 내일 당장 합의하자고 해도 저놈들에게도 똑같이 고통을 주고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정홍근 전북고속지회 쟁의부장은 "투쟁하면서 없는 이들은 없는 이들끼리 어울리며 마음을 알게 된다"면서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 마음이 약한, 투쟁정신이 흐트러진 동지들을 격려하며, 노동의 직거래, 직접고용을 위해 노동자학생이 열심히 연대해서 꼭 승리하시라"고 격려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3개 사업장 분회장들이 무대에 올랐다. 김경순 연세대분회장은 "10여 차례 교섭이 결렬되고 조정도 결렬돼 8일 하루 총파업에 이어 14일부터 부분파업을 했고 내일부터는 다시 전면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전하고 "용역업체들은 계속해서 그리 높지도 않은 우리 임금요구를 묵살하며 노조를 탄압하고, 학교 측도 이런 못된 행태를 묵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분회장은 "우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내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다"면서 "적립금 수천억을 쌓아놓고 적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린 분노한다"고 말하고 "앞으로 우린 간접고용이 아닌 직거래를 요구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윤명순 고대분회 본교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천원을 받으며 만원 가치 일을 해 왔다"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생활임금을 보장하라고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지만 원청 사용자들 귓구멍이 막혔는지 듣지 않는다"고 말하고 "고대도 오늘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가 노동자가 얼마나 강한지, 노동자에겐 자존심과 단결투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신복기 이대분회장은 "우린 이대가 굉장히 악랄하다고 했는데 그나마 3개 대학 중 제일 먼저 타결했다"고 전하고 "연대가 정말 너무하고 용역회사들은 양심도 없다"면서 "우리도 연대와 고대가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연대투쟁을 약속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재광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추진위원회 위원, 정종남 다함께 운영위원, 이현대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도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와 투쟁을 지지 응원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진짜사장 연세대가 책임져라!", "생활임금 쟁취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간접고용 철폐하고 직접고용 쟁취하자!", "노동학생 연대하여 총파업투쟁 승리하자!", "노동자는 하나다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하자!", "경우도 없고 뭣도없는 하청업체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치며 최저임금 청소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쟁취를 다짐했다.
또 "노동학생 연대하여 총파업투쟁 승리하자!", "우리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하지 말라", "연세대 총장님이 생활임금 5180원 보장하세요", "전 조합원 똘똘 뭉쳐 노동조건 개선하고 새활임금 쟁취하자", "더 이상은 못참겠다 생활임금 보장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최저임금 보장을 촉구했다.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연세대 본관 주변에서부터 정문까지 행진을 벌이며 "생활임금 보장하라!", "간접고용 철폐하자!", "진짜사장 연세대가, 대학총장이 우리 문제 해결하라!", "인간답게 살고싶다!"고 외쳤다.
한편 29일 같은 시각 고려대학교에서도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고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집회 직후 오후 4시 경 대학 본관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현재 고려대 청소용역 노동자와 학생 등 20여 명이 본관 1층 총장실 앞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온라인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