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기, 집에 있으면 뭐 해. 강의 들으러 와.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이 오신데"30일, 20년 전 직장에서 만난 선배로부터 문자를 받았습니다. 새로운 일자리 찾고 있는데 나이가 많고 별다른 기능이 없는 저는 직장 찾기가 어렵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데 무슨 공부를…. 마음이 심란해 강의고 뭐고 귀에 들어올 것 같지 않았습니다. 갈 마음이 없었지만 20년지기 형님이 와보라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편으로 뭐하는 곳인데 강연회까지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위치가 어딘지 물어 찾아 가보기로 했습니다.
남목서 106번 버스를 타고 과학대 앞에서 내리니 눈 앞에 강의 장소가 있었습니다. 큰 건물 3층에 올라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저는 강의하시는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돈의 달인이 무슨 내용의 책인지 모르고 머리나 식힐겸 해서 간 것이었습니다. 크지 않은 공간에 200여 명 넘게 모인거 같았습니다. 학교 학생도 많이 오고 선생님들도 여럿이 오고 어느 학교에선 교장 선생님까지 오셨습니다. 많은 분들은 오셨다가 자리가 없어 그냥 돌아 가기도 했습니다. 돈의 달인이 무슨 책인지 모르지만 그 책이 제법 인기있는 책인 거 같았습니다.
강의 장에 가서야 무슨 강의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전단지를 나누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곳 강의 장 장소는 더불어 숲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북카페 형식의 작은도서관 더불어 숲'이 공식 명칭이었습니다.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곳에 관심이 갔습니다. 30일 강연회는 더불어 숲 개관 2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행사였습니다.
'인문학과 돈, 소유에서 자유로'가 강연 제목이었습니다. 전단지 옆엔 작게 책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요즘은 가족 생계를 위해 직장을 구하러 다니느라 책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 좋은 강의를 듣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제목이 <돈의 달인 호모코뮤니타스>였습니다. 전단지엔 강사인 고미숙 선생님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고미숙 선생님은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 '돈의 달인, 호모코뮤니타스'로 인문학을 통한 인생역전을, 지식인 공동체 <수유+너머>로 '앎과 삶의 일치'를 꿈꾸며 일상의 모든 것-밥과 친구와 공부-을 몸소 실천하고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일 뿐임을 알아야 합니다"강사는 일본 지진의 피해와 원전 피해를 예로 들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지구가 움직여야 생명도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소유하려고만 하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지구가 움직이는 자연스런 상황이 지진이고 해일인데 그것에 지혜롭게 대처를 못해 더 큰 피해를 낳는다고 말했습니다. "큰 에너지를 소유할수록 자비와 상생법칙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쉬운 예로 식욕이 있습니다. 이 식욕에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순환을 위한 식욕이 있고 소유하려는 식욕이 있습니다. 소유하려는 욕망이 생명을 태워 없앱니다. 그걸 아셔야 합니다"멋지게 살려면 삶을 소유의 원리에서 순환의 원리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유는 자신만을 위한 삶이지만 순환은 나눔의 삶이라 우리 모두를 위한 삶이라 했습니다. 자연이 주는 건 어떤 정보이니 잘 새겨 들으라 했고 자연이 곧 스승이라고 했습니다. 계약과 거래 관계를 증여와 순환 관계로 인식하라는 내용있는 강의였습니다.
고미숙 선생님은 2시간 넘게 강의를 한 후 다시 서울로 가야 한다면서 급히 자리를 떴습니다. 강연회에 온 사람들은 강의가 끝날 때까지 모두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강의를 참 재밌게 해서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언제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모두 그분의 강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더불어 숲의 대표를 맡고 있는 분이 누군지 알아보니 노옥희 선생님이었습니다. 노옥희 선생님은 중·고등학교 교사로 1990년대 '참교육 실현'을 내세우며 생긴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 활동을 해오신 분이었습니다. 오래 전 노조활동 시절부터 알게됐던 분이기도 했습니다.
"20년 넘게 운동을 하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노동운동과 교육운동, 정치운동을 해 오면서 뿌리가 너무 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열심히만 하면 세상이 바뀌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올까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생활과 동떨어지고 사람이 바뀌지 않는 운동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에 매달려 소중한 것을 잃고 살아가는 생활을 함께 돌아보고 지혜를 찾아가고자 합니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세상에서 돈에 덜 얽매이고 서로 나누며 더불어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혼자라면 힘들어도 함께라면 길이 보일 것입니다. '더불어 숲'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이런 소박한 출발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세상을 바꾸는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2년 전 더불어 숲 개관 인삿말에서 볼 수 있듯이 더불어 사는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거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더불어 숲은 작은도서관이었습니다. 의자와 탁자가 많아 거기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무료로 책을 빌려 갈 수도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소정의 회원가입 절차를 밟고 그 공간을 이용하고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모임 공간도 있어 모임도 할수 있습니다. 중·고생이 모여 인문학에 대해 공부도 하고 있었습니다. 초등생 모임도 있었고 학부모 모임도 하고 있었습니다. 독서토론, 영화감상, 영어공부, 문학공부, 인문학 공부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책방이자 쉼터였습니다. 일반인은 저렴하게 차를 마실 수도 있고 회원이나 후원회원은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었습니다.
오는 4월 2일이면 작은도서관 더불어 숲이 2주년이 된다고 합니다. 그 기념행사로 3월 30일 오후 7시에 고미숙 초청강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 31일 오전 10시부터 엄마표 영어모임 활동 사진과 영어 교재 전시회를 하고 오후 2시부터 엄마표 영어공부법 소개와 상담, 오후 4시부터 영어 체험이 있고, 4월 1일엔 인문학의 날이라 하여 오전 10시부터 어른 인문학교실이 열리고 오후 7시부터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도서 전시와 공부 소개, 타로카드 체험이 진행됩니다. 4월 2일에는 오후 6시 2주년 개관 기념식이 열리고 동아리 축하행사와 간단한 간식이 제공된다고 합니다. 행사 마지막 날인 4월 3일엔 오전 11시부터 아나바다 장터가 열린다고 합니다.
더불어 숲 노옥희 대표의 남편인 천창수님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는 선배님 입니다. 천창수 선배님은 참교육 운동하다 오랜동안 해직교사로 지내시다 대부분 복직될 때 함께 복직되어 지금은 모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교사로 일하면서 노옥희 대표를 도와 더불어 숲 가꾸기 운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두 분 모두 참 좋은 분들입니다.
제가 참 존경하는 분들이 하고 있는 더불어 숲 가꾸기 운동.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짬 나는 대로 더불어 숲에 가서 놀아야 겠습니다. 더불어 숲이 잘 가꾸어 져서 그분들이나 제가 꿈꾸는 멋진 세상이 만들어 지기를 은근히 바라봅니다. 향기나는 사람을 찾습니까? 더불어 숲으로 가보세요. 그곳에 가면 은은한 커피향과 고소한 현미녹차 맛 같은 향내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