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사 최문순, 최문순, 최문순, 강원지사 최문순…."
강원도 춘천 민주당사무소에 최문순 전 의원의 이름이 수없이 울려퍼졌다. 31일 발표된 민주당 강원도지사 경선 결과, 최 전 의원이 4·27 강원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것.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당원·도민 여론조사 결과에서 최 후보는 55.8%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의 기수로 뛰게 됐다.
지난달 28일, 강원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도 하기 전에 의원직을 내던지며 배수진을 친 최 후보는 강원도에 내려와 선거운동을 한 지 한 달 만에 과반 이상의 지지를 획득했다. 최 후보는 "과분한 결정에 머리 숙여 감사 올린다"며 "강원도의 자존심을 지키라는 명령을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후보를 꺾을 수 있는가, 강원도를 세울 역량을 갖고 있는가 두 가지 면에서 강원도민들이 저를 유일한 후보로 선택했다"며 자신감을 보인 최 후보는 선거 과정의 첫 번째 과제로서 '연대'를 꼽았다. 최 후보는 "곧장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방문하고 다음 날 국민참여당도 찾아가 야권연대를 논의하기 위한 정서적인 교류를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 후보는 두 번째 과제로 "지역을 핍박한 한나라당의 정치실상을 알려 지역이 민주주의, 경제, 문화의 토대임을 확인하는 것"을 꼽았다. 이어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정책을 잘 준비해서 강원도가 잘 살 수 있는 공약을 완성하겠다"며 "강원도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자존심과 정치적 역량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문순 "손 대표 분당을 출마, 개인 간 경쟁 성격이 약화돼 더 편해"
최 후보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분당을 출마에 대해 "안 나가시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나가시게 돼 처음에는 당황했다"며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에게도 이득이더라, 손 대표가 크게 바람을 일으키면 그 바람을 타고 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로 4·27 재보궐 선거의 관심이 양분되고, 강원도 내에서 입지를 갖고 있는 손 대표의 강원도 선거 지지 활동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은 사실. 그러나 최 후보는 "손 대표가 출마하면서 개인 간 대결의 성격이 완화되고 진영 간 대결 성격이 강화돼서 개인적으로는 더 편하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4일 확정되는 한나라당의 강원도지사 후보에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이름을 올릴 경우 'MBC 사장 간의 대결'로 굳혀질 선거 국면을 부담스럽게 느낀 최 후보로서는 오히려 손 대표의 출마가 다행이라는 것이다.
경선 결과 발표장에 함께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광재를 통해 만들고자 했던 위대한 강원도민의 꿈을 실천하는 기수가 선출됐다"며 "이제야말로 힘을 보여줘 강원 도민이 승리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모든 선거 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후보자와 고락을 함께 해야 하는데 분당에 출마하게 돼서 송구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정치를 불식하기 위해 부산으로 간 그 정신으로 분당에 나갔다"며 "분당에서 승리해 강원도, 김해에서 더 큰 힘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승리의 길로 힘차게 나가자"고 말했다.
손 대표, 천정배 최고위원, 최종원 강원도당 위원장 등과 당직자들의 축하 속에 퇴장한 최 후보는 "최문순, 최문순" 연호를 들으며 자리를 떴다.
"엄기영에 대한 쏠림 클 것"vs "엄기영이 왜 한나라당에 가냐"
[현장] 춘천 민심이 본 강원도 선거 |
춘천 민주당 정당사무소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그렇다면 정당사무소 밖 춘천 지역 민심은 어떨까.
같은 날 춘천 시외버스터미널 앞에는 끝없이 택시가 늘어서 있었다. 지루하게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 기사들은 선거 얘기를 꺼내자 손부터 내저었다. 유동찬(53)씨는 "우리가 먹고사는 데 좋아지는 게 있어야 선거도 하는데 아무 도움도 안 된다"며 "만날 말로만 좋아진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어 관심을 아예 끊었다, 누가 나온지도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경찰 공무원을 하다 택시를 몬 지 6년째라는 박아무개(60)씨 역시 "가스 요금이 낮아지고 인구가 많아지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겠냐"며 "누구를 뽑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아 열 받아서 투표도 안 한다"고 말했다.
길게 늘어선 택시 뒤편으로는 '믿을 수 있는 강원도지사, 최문순 후보'라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펄럭이고 있었다. 택시 기사들에게 현수막을 가리키며 후보에 대해 물었지만 기사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최 후보가 이날 경선발표장에서 밝혔듯 "30년 동안 정체된 강원도의 현실"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찬 듯 보였다.
뜨거운 선거 열기는 정당사무소 안에서만 느낄 수 있었을 뿐, 시민들의 반응은 대개 냉랭했다. 이처럼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유권자들은 '얼굴이 알려진' 엄기영 MBC 전 사장을 선호하는 모습이었다.
터미널에서 만난 한아무개(54)씨는 "고향이 강원도 양구인데 이쪽은 원래 민주당이 강하고, 나도 민주당을 좋아한다"면서도 "사람들이 대강 아는 사람을 찍어서 엄기영씨를 뽑을 것 같다"며 엄 전 사장의 승리를 점쳤다. 터미널 부근 설렁탕집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44)씨 역시 "강원도지사 후보에 나오는 사람 중에 엄기영씨 밖에 모른다"며 "개인적으로 이광재 전 지사가 일도 열심히 해서 좋게 봤지만 이 전 지사에 대한 호감으로 끝났다, 아무래도 한나라당이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춘천 시민들은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그 호감을 최 후보에게 연결시키지는 않았다. 직장인 황일상(47)씨는 "지난 선거 때 이광재씨를 찍었는데 이 전 지사가 한나라당이었으면 물러났겠냐"며 "그 지역을 발전시켜 주려면 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엄기영씨에 대한 쏠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최 후보를 향한 인지도와 지지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엄태진(27)씨는 "엄기영씨가 MBC를 어떻게 떠났는데 한나라당으로 가나, 강원도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라며 "주변의 후배들을 보면 최문순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젊은층의 민심을 전했다. 대학생 이아무개(21)씨는 "이번 강원도지사 선거가 첫 투표라 꼭 투표를 할 건데, 주변에서는 민주당 찍으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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