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과학벨트특별법이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영호남 의원들이 과학벨트 예산을 3배로 부풀린 뒤 이를 충청권과 함께 영호남에 분산 배치하는 '삼각벨트'를 추진하고 있어 '전형적인 예산 나눠먹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대전 유성) 의원은 4일 오후 대전시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영호남 의원들이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서명용지' 2개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과학벨트 예산을 현재의 3조5000억 원에서 10조 5000억 원으로 늘려서 충청권은 물론, 영남과 호남에 분산 배치해 '과학벨트 내륙 R&D삼각벨트'를 추진하자는 것.
즉, 현재의 계획대로 한 곳으로 과학벨트의 입지를 선정할 경우, 어느 지역으로 입지가 선정되든지 지역 간 갈등이 불가피하기에, 우리나라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분산배치가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영호남 의원들은 이러한 내용의 서명을 여야 국회의원 100명에게 받아 이를 근거로 법 개정 등을 통해 정부를 압박, 과학벨트의 확대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지난 3월 초부터 시작된 서명작업에는 이미 영남권 30여명, 호남권 20여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상민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실현가능성도 없는 전형적인 예산 부풀려 나눠먹기"라면서 "과학벨트 분산으로 인해 성공은 담보할 수도 없으면서 과학벨트만 완전히 만신창이로 만들려는 '세금 낭비'"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기획재정부 장차관에게 확인해 보니 이러한 영호남의원들의 주장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현재의 3조 5000억 원을 투입하는 것도 지난한 과제인데, 3배로 예산을 확대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충청민들은 이 대통령의 공약 백지화로 극도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고, 과학자들도 과학벨트 분산배치론으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영호남 의원들의 움직임은 이 대통령에 이은 '대국민 사기극'이며, '약속뒤집기'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또 "심지어 일부 영남권 의원은 '가만히 있으면 충청권은 모두를 빼앗기니까 차라리 우리의 주장에 동참하라'는 식의 협박 아닌 협박까지 일삼고 있다"며 "국민의 혈세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을 이렇게 지역이기주의적 발상으로 예산을 부풀려서 나눠먹으려고 해서야 되겠느냐"고 분개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과학벨트는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이를 확대해 나간다는 게 당초의 계획이었던 만큼,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에 어긋나는 영호남 분산배치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충청권 의원은 물론, 수도권 등 의원들과 연계해 과학벨트 분산배치 음모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5일 과학벨트특별법이 발표됨에 따라 오는 7일 과학벨트위원회 1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과학벨트위원회는 교과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교과부·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국토해양부·지식경제부·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 차관 6명과 민간 전문가 13명 등 모두 20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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