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렸다. 꽃망울이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만 이내 연분홍 꽃잎을 더는 품고 있을 수가 없는가 보다. 정확하게는 오늘아침부터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아직도 온전히 기지개를 켜지는 못했고, 수줍은 듯 피어나는 꽃이 너댓송이다.
'하필이면… 조금 더 참았다가 내일 지나고 피어나지.'
방사성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소식때문이다. 방사성 비가 아니더라도 봄비에 피어난 꽃과 봄비를 맞은 꽃의 빛깔은 다르다. 그래서 조금은 안타까운 것이다. 일년을 고스란히 기다리다 핀 꽃인데, 하필이면 하는 생각때문이다.
아가들이 더 예쁜 것처럼, 활짝 핀 꽃보다 막 피어나기 직전의 꽃이 더 예쁘고 싱그럽다. 연한 꽃잎이 품고있는 꽃술, 삐죽하니 꽃이 피기도 전에 꽃몽우리에 나와있던 것이 뭔가했더니만 꽃술이었다. 마치, 안테나처럼 피어나도 될지를 가늠하여 그 정보를 속내에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기지개를 쫙 펴고 피어난 암술, 뒤이어 수술이 피어나는 꽃잎에 숨어 경계를 하듯,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하듯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냥 연분홍의 진달래꽃을 통으로 바라보는 일에 익숙해있다가 이렇게 작은 꽃술을 바라보니 재미있는 모습이다. 다양한 상상한 일으키는 꽃술의 모양때문이다.
꽃술 하나를 초접사로 당겨보이 위와 같이 생겼다.
'고봉밥을 담은 밥그릇 혹은 심장, 아니면 엉덩이?'
오늘 처음 맞이한 아침햇살이 얼마나 눈부실까 싶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 꽃 한송이도 가만 들여다보니 이렇게 재미있는 모습들이 숨어있는데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참 많이 힘들다고 하면서도 기어이 살 수 있는 것은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행복의 그림자들 때문이 아니런가? 그리고, 숨바꼭질이라고 하는 것이 영영 숨어버리기 위한 놀이가 아니라 들키고, 술래가 되는 재미가 쏠쏠한 놀이니 그냥 스쳐지나가는 일상에서 재미있는 일, 행복한 일을 찾으려면 못 찾을 일도 없다 싶은 것이다.
내 삶 어느 구석에 재미있는 일, 행복한 일이 숨어있는지 찾아보는 봄날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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