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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소위 국민 건강을 수호한다는 대한의사협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의한 방사능 위험과 관련해 대국민 권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전문가로서의 자격과 사회적 의무를 저버린 채 우려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권고문 일부
대한의사협회 권고문 일부 ⓒ 대한의사협회

 

권고문의 초입부를 살펴보면 "(요오드와 세슘의) 검출된 양은 극미한 수준이며 현재로선 건강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전문단체 및 전문가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으나, 국민의 우려가 큰 만큼 잘못된 정보도 온·오프라인 상에서 전해지고 있다"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 건강상 우려할 수준 여부를 결정하는 전문가는 상식적으로 의사여야 한다. 의사협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도 의사협회는 방사성 물질에 의한 인체피해 여부를 판단하는 의료인 고유의 책무를 소위 핵공학 전문가라는 비의료인들에게 미루고 있다. 의사협회는 지금부터라도 방사능에 의한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 철저히 의학적인 판단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국민들은 핵산업계가 제시하는 허용기준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의학적으로 옳은지 알 수 없다. 핵공학자들이 방사능의 양을 측정하고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대부분 인체허용기준치다. 

 

그러나 핵공학자들이 말하는 방사능 인체 허용기준치는 의학적 연구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된 수치다. 일반인의 방사선 피폭 허용 기준치가 1년에 1밀리시버트라고 하는데 이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가 의학적 실험결과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 의사협회는 핵공학자들의 기준치를 홍보하고 있는 셈이다.

 

허용기준치, 원자력 산업 보호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

 

'방사능 비' 무서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방사능 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초등학생들이 우산, 비옷, 마스크, 장갑 등으로 피부노출을 최대한 줄인 복장을 하고 등교길에 나섰다. 우산, 모자, 마스크, 장갑을 한 성북구 한 초등학교 학생(왼쪽)과 마스크를 쓰고 비옷을 입은 채 등교하는 마포구 한 초등학교 학생.
'방사능 비' 무서워...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방사능 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초등학생들이 우산, 비옷, 마스크, 장갑 등으로 피부노출을 최대한 줄인 복장을 하고 등교길에 나섰다. 우산, 모자, 마스크, 장갑을 한 성북구 한 초등학교 학생(왼쪽)과 마스크를 쓰고 비옷을 입은 채 등교하는 마포구 한 초등학교 학생. ⓒ 권우성·유성호

 

당초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작업자들의 방사선 인체 허용기준치를 '평상시 50밀리시버트, 사고시 100밀리시버트'라고 정했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2주 전 250밀리시버트까지 방사능 인체 허용기준치를 상향조정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허용기준치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언제든 변경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인체 허용기준치는 원자력 산업의 보호를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한 것일 뿐 의학적 판단이 아니다. 그러므로 허용기준치의 의학적 판단은 따로 연구되어야 한다.

 

2005년 미국의 과학아카데미 보고서는 방사능에 대해 '안전한 수준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모든 방사능은 건강에 위해하다는 것이다. 최근 시민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 노출돼도 암 발생은 증가한다는 증거들이 제시됐다. 이는 소위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도 건강에 위해하다는 의학적 결론이 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한국의 의사협회가 미국 과학아카데미의 보고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충분한 의학적 증거를 확보해서 현재의 허용 기준치는 건강에 위해하지 않다는 의학적 결론을 내려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의사협회가 취해야 할 성숙한 태도인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권고문 일부
대한의사협회 권고문 일부 ⓒ 대한의사협회

 

의사협회는 권고안을 통해 "비가 올 경우, 지금까지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인체에 해를 끼칠 수준이 아니며, 빗물에 포함된 양 역시 극미하다. 우산, 비옷 등의 착용 없이 비를 맞고 염려가 되는 경우, 비에 젖은 옷을 세탁하고 샤워를 하면 된다"고 말한다.

 

또,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외출을 삼가거나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등의 생활에 변화를 줄 만큼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방사성 물질의 위험속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의사협회 권고안의 마지막 부분은 "국민은 유언비어나 비공식 정보보다는 정부의 발표와 대책에 귀 기울이고 신뢰를 보내야 할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이는 의사협회가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른다는 내용에 다름 아니다.

 

의사협회는 사상 초유의 초대형 원전사고의 피해로부터 어떻게 국민건강을 보호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본인들이 해야 할 책무는 비전문가에게 미루어놓고 우리도 믿으니 당신들도 믿으시오 하는 식의 수준 낮은 권고문을 국민들에게 보내서는 안 된다. 의사협회는 본연의 업무인 국민건강 지키기에 충실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김익중 기자는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이자 동국대 의대에 재직 중입니다.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의사협회#방사성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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