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과학비즈니스벨트 쪼개기 등 이명박 정부의 국책사업 추진방식에 대해 여당 최고위원이 "대통령의 인격문제가 아닌가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성효, 대통령 인품문제 제기... 김무성·안상수 '버럭'
대전시장을 지낸 박성효 최고위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과 관련, "오늘이 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 첫날이고, 아직 회의가 열리지도 않았는데도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며 "일간지를 보면 이미 안이 확정된 듯한 보도를 한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것이 (과학벨트위원회 논의가) 요식행위가 아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졌으면 한다"며 "정책과 정치의 범위를 넘어 대통령의 인품문제까지 번져 나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무성 원내대표는 "말이 너무 지나치다, 너무 함부로 말하고 있다"고 제지했다. 안상수 대표도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최고위원이 국가 전체의 이야기를 해야지, 지역 얘기만 자꾸 하면 무엇하러 최고위원 자리에 있느냐"면서 "그럴 거면 사퇴하라"고 응수하며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지도부 간 설전은 안 대표가 박 최고위원 발언의 부적절성을 재차 언급하면서 '사퇴'를 언급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하면서 '서로 잘 해나가자'는 식으로 정리됐다.
그러나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최고위원은 "박성효 최고위원이 말을 좀 심하게 하긴 했지만, 그 내용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며 "당 지도부 내에도 아직 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의 논의도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들이 먼저 그런 언급을 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다"고 전했다.
박 최고위원이 이날 말한 '언론 보도'는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이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초청, 비공개로 점심을 먹으면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의 경북 배분을 긍정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당시 오찬 면담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와 관련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이 대통령은 물론, 두 광역단체장도 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도 지난 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과학비즈니스도시가 아니라 과학비즈니스벨트"라면서 분산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경북 민심 달래기용 과학벨트 쪼개기'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말은 '백년대계'지만 표 관리용으로 국책사업 하나?"
이날 박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회의 분위기가 험악해지긴 했지만, 박 최고위원이 '대통령 인품문제'로 표현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주요 국책사업 추진 상황에 일정한 패턴이 있고,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도 결국 이런 패턴에 따라 대선공약을 뒤집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로 해석된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 문제도 한참 실랑이를 하고 공모형태로 가서 전국이 들끓었는데, 결국은 대구에 갔다"며 "(의료단지의) 중심이 대구로 가고, 오송도 조금 붙여줬다, 하나만 하도록 했던 게 두 개로 나누어졌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세종시 문제도 수정안하고 원안이 대립해 충청권 민심이 아주 요동을 쳐서 결국은 다시 (원안으로) 복귀해 세종시 원안이 됐다"며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언제 공약인데 여태까지 끌고 오다가 '백지화 한다' 이런 말씀이 있었고, 이제 과학비즈니스벨트까지 흔들리는데, 어떤 것 하나 믿을 수 있게 제대로 이뤄지는 게 있느냐"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쪼개기'에 대해 "그런 개념이라면 참으로 우스운 정부가 될 것"이라며 "뭘 어떻게 추진하는 게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인지, 말은 백년대계라고 하면서 단순하게 민심수습용이나 표 관리용으로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개탄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어 "과학비즈니스벨트, 이것마저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처리된다면 이건 국정에 대한 중대한 신뢰의 문제이고, 어떻게 보면 대통령에 대한 인격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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