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인천혜광(시각장애)학교 시각장애인 학생 13명으로 구성된 사진동아리 '잠상'이 인천혜광학교에서 학생들과 인천사진작가협회 지회장을 비롯한 여러 사진인들이 모인 가운데 창단식을 가졌다. 시각장애인은 확대된 문자를 사용하는 저시력 장애인과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 장애인으로 구분한다. 잠상은 저시력 학생 9명과 전맹 학생 4명으로 구성됐다.
'시각장애인이 사진 활동을 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데 촬영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 '촬영한 사진을 보지 못하는데 촬영한 것에 대한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시각장애인의 사진활동에 대하여 많은 궁금증이 유발된다.
이에 대해 잠상의 지도교사 이상봉(56) 교사는 말한다.
"사진은 사진기라는 매체를 통하여 보이는 것을 구현하고 표현하는 시각예술의 한 분야입니다. 그러기에 사진 활동에서 시각은 필수불가결의 요소임에 틀림이 없지요. 그러나 사진이 꼭 시각을 이용하여야만 한다는 전제조건은 없습니다."그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촬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촬영자의 느낌과 감각, 그리고 손으로 만져보거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거나 상황을 만들어 놓고 촬영한다면 시각을 통하지 않아도 촬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보이지 않지만 본인 스스로가 촬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나간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하며, 유럽의 슬로베니아에는 65세의 시각장애인이 프로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에는 사진의 표현방식이 다양화되어가고 있고, 사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존재하는 것을 촬영하는 것만을 고집하던 시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사진을 단순히 기록을 목적으로 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사진이 계속적인 발전을 하여 예술의 세계로 넘어서고, 이제 촬영자의 심상을 다루거나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삶의 의미를 재조립하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두 눈으로 직접 보는 세상이 아니더라도, 상상력이나 고민과 사색 그리고 진실한 내면이 담긴 마음의 시각을 통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법을 개발하여 새로운 사진 세계를 창조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시각장애인은 사진을 할 수 없다는 기존 통념에 반하는 새로운 도전이며 또 다른 특별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여 시각장애인의 사진활동은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상명대학교의 양종훈 교수에 의하여 2008년부터 시도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사진교실은 서울시 등 여러 단체의 지원을 받아 이미 3회의 전시회를 개최한 바가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인 '우리들의눈'에서 워크숍과 함께 한빛맹학교 학생들과 사진작업을 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2009년 인천의 세계도시축전 행사의 일부로 실시되었던 '에이블 아트'에서 인천혜광학교 학생들이 사진 분야에도 접근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여러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도 사진강좌를 여는 등 시각장애인들의 사진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져 있으며 이러한 여러 시도와 관심은 사진이 시각장애인에게 접근 불가능한 영역이 아님을 알리고 있다.
학생촬영대회 종합우승의 실력인천혜광학교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관심이 있기 오래 전부터 사진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이에 적극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1995년 처음으로 사진부를 만들어 활동하였는데 이때 장애인예술제 참가 및 방학을 이용한 1박 2일 사진교실 운영, 교내 전시회 등의 활동을 한 바 있으며, 2005년에는 인천사진작가협회에서 주최한 41회 학생촬영대회에 참가하여 전원이 입상과 입선을 하여 중등부 종합우승을 하는 등의 성과도 올린 바 있다.
이번 사진동아리 창단은 이러한 역사를 발판으로 하여 만들어졌는데 이전 사진반이 학교의 특별활동 수준으로 활동한 반면 이번에는 학생 중심의 동아리 활동할 예정인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잠상의 회장인 황태경(고3)군은 "6살 때 너무 멋진 사진을 처음 보았는데 그때부터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시력이 좋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 욕망이 더욱 간절해졌어요. 그래서 사진가이신 이상봉 선생님께 사진부를 만들어 달라고 조르게 되었지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황태경군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학교에서는 카메라를 구입해 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 잠상이 만들어지게 되었단다.
전맹 학생인 김수빈(고1)군은 "주위 상황을 들으면 찍고 싶은 생각이 나요. 그러면 그 장면과 상황을 오랫동안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 느낌을 촬영하곤 하지요. 이 사진들을 훗날 제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지도교사 이상봉은 말한다.
"우리 학생들이 사진 활동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남과 다르게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사진에 대한 즐거움이 바로 우리 학생들이 느끼는 즐거움이란 생각이지요."시각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사진에 대한 기대감과 행위가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기계를 다루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셔터소리나 피사체를 담아내는 과정, 그리고 촬영된 사진에서 오는 만족감, 남에게 보여주는 즐거움, 또한 사진을 취미로 하는 친구와 함께 촬영하는 즐거움 등에서 이들도 즐거움을 갖고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포기했던 것에 대한 도전의식을 심어주고 사진을 평생 취미로 삼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동아리 창단의 목적이기도 하며, 졸업 후에도 카메라를 생활의 일부로 여기며 살아가는 데 큰 활력소로 삼길를 바라는 마음이란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피드백을 받고 사진활동에 대한 즐거움을 지속해나갈 수 있을까 우려는 있으나, 서두르지 않고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어려움을 극복하며 학생 스스로가 문제점을 해결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사진과 소감을 보면 각자의 느낌과 개성이 있다. 사진동아리 잠상이 오랫동안 마음을 담은 사진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며, 따듯한 온기와 감동으로 우리의 심금을 울려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