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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시·도의원에 대한 고압적인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지난 11일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시·도의원에 대한 고압적인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 충남시사 이정구

"기자는 들어가지 말랬잖아! 거기 기자 들어가는 것 막아."
"괜찮아요. 뭐 비밀스러울 것이 있다고. 같이 들어갑시다."
"거기 기자 내보내!"
"왜 취재하면 안 되나요? 당연히 아산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아산지역에서 기자가 동석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여기(충남도교육청)도 출입기자가 있는데 어디서 알지도 못하는 기자들이 와서 취재하겠다고…"
"한 번 말하면 좀 알아들어야지."

11일 오전 10시 10분경 충남도교육청 비서실 관계자들이 아산시의회 관계자와 기자에게 거침없이 쏟아놓은 말이다. 아산시에 교육지원을 요청하려고 충남도교육청을 방문한 아산시의회(의장 조기행) 일행과 동행한 기자는 방문 목적에 부담 줄 것 같아 그만 물러섰다.

이날 아산시의회가 충남도교육청을 방문한 목적은 김종성 교육감이 후보시절 아산지역에 공약한 충남과학교육원 아산유치, 배방지역 고교설립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해 달라는 협조요청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산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자로선 당연히 김종성 교육감의 답변을 아산시민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었고, 아산시민들은 알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충남도교육청이 위치한 대전광역시까지 취재차 방문한 것이다.

이날 방문단은 아산시의회 조기행 의장을 비롯한 8명의 시의원과 아산출신의 충남도의회 장기승·이광열 도의원이 함께했다. 그리고 아산시 지역신문기자 2명이 동행했으나 끝내 김종성 교육감 비서실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도의원은 또 왜 따라온 거야?"

"오늘 도의원도 오기로 한 것 맞나. 시의원만 오기로 했으면 시의원만 와야지, 도의원까지 오는 것은 기관(충남도교육청)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 아산시의회는 무슨 일처리를 이렇게 밖에 못하는가? 게다가 기자들까지 쭉 따라오게 만들고…"

결국 회의실에서 내몰린 기자는 취재가 허용되지 않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충남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오늘 간담회는 특별히 기밀을 유지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이곳(충남도교육청)에도 주재기자가 있다. 주재기자들도 쓰지 않는 교육감관련 기사를 아산지역 기자들이 먼저 쓴다면 충남도교육청 주재기자들이 뭐라고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기까지 찾아온 기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아산시의회에서 기자가 온다는 연락을 못 받았다. 미리 연락만 해줬어도 취재가 가능하도록 조처했을 것이다. 돌아가서 아산시의회 의원들에게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물어보고 기사를 써도 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뒤에서 듣고 있던 책임자로 보이는 또 다른 관계자는 "그게 아니다. 우리가 상황에 따라 취재를 허용할 수도 있고 통제할 수도 있다. 사전에 연락을 취했다 하더라도 취재 여부는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다. 이곳은 아산시와 다르다. 아무나 취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계속적으로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이어 "아산시의회는 의전도 모르는가. 우리는 이 자리에 도의원이 참석하는 사실도 몰랐다. 도지사 만나러 갈 때도 그런 식으로 하는가"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시대를 역행하는 폐쇄적 조직문화의 폭력성"

"시대를 역행하는 폐쇄적 조직문화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 단편적 사례다. 충남도교육청을 방문한 시·도의원들은 분명 28만 아산시민을 대표해서 교육감을 만나러 갔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산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 줄 지역 언론은 이를 취재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지역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통제한 것은 28만 아산시민에 대한 심각한 알권리 침탈행위다. 그렇다면 언론의 자유를 억압했던 독재정권의 망령과 무엇이 다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김종성 교육감이 직접 아산시민에게 해명해야 한다."

평등교육을 위한 아산학부모연대 김지훈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민선 교육감이 지역언론의 취재활동을 막으며, 소통을 거부한 것은 명백한 독선의지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만일 지역 언론의 취재행위를 통제한 것이 김종성 교육감의 뜻이 아니라면, 충남교육 최고책임자의 눈과 귀를 막은 관계직원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패륜적 행동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산시의회 여운영 의원은 "충남도교육청과 아산시의회는 처음부터 상식이 달랐다. 아산시의회가 알고 있는 상식은 어느 기자나 출입과 취재가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산시의회는 회기 이외의 모든 활동까지 기자들의 취재가 가능하다. 그러나 충남도교육청의 언론관은 납득이 안간다"고 말했다.

충남도의회 이광열 의원은 "충남도교육청이 공개와 투명행정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역행하면서까지 언론의 취재활동을 적대시하며 통제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특히 시의원과 도의원이 취재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데도 묵살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충남도교육청에 대한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충남도의회 장기승 의원은 "시·도의원과 언론인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고압적이라면 과연 일반 민원인들은 이곳에서 어떤 질 좋은 교육행정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충남도교육청은 친절한 자세로 예의를 갖춰 말하는 기본소양 교육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오늘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아산시의회 조기행 의장은 "기관의 대표로서 공식적인 발언은 자제하겠다. 다만 아산시의회가 충남도교육청을 방문한 것은 아산시민들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며, 김종성 교육감께서 충분히 받아들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충남도교육청#김종성#조기행#아산시의회#충남과학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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