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에서 교과부가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을 6개월 만에 바꾸고 교과서도 6개월 만에 바꾼다고 하였다(
2009개정교육과정, 4대강 사업과 똑같네). 그 일환으로 오늘(15일) 오후 2시 서울대학교에서는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국어과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가 열린다.
교육과정이 7차에서 2007개정교육과정으로 바뀐 것은 2007년 2월이지만, 초등학생 전체가 2007개정교과서로 배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09년부터 학년마다 배우는 내용이 달라 교사간에도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는데, 그나마 이제 좀 되려나 싶었는데 교과서가 또 바뀐다. 왜냐하면 교과부가 2009년 12월에 2009개정교육과정을 고시하고, 올해 교과교육과정 개편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학부모나 교사 입장에서는 새 교과서에 적응하자마자 또 바뀌는 셈이다.
2009 개정교육과정 적용에 따른 새 교과서 적용일정 (안) |
○ 당초 2014년 적용 → 2013년 적용 (1년 조기적용) ○ 2013년 적용시 추진 일정(예정) - 2009개정교육과정 각론 (시안) : 2011. 6월, 7월 공청회 - 2009개정교육과정 각론 고시 : 2011. 8월초 - 국․검․인정 구분고시 및 검정실시 공고 : 2011. 8월말 - 검정 신청 접수 : 2012. 3 ~ 4월 - 최종합격 발표 : 2012. 8월 - 학교 적용 : 2013. 3월 ※ 2013년 적용 교과 - 초등학교 : 저학년 (1~2학년) - 중학교 : 전학년 (학년별 또는 동시적용 검토중) <교과별 협의회 자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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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런 교과교육내용은 누가 바꾸자고 한 것일까? 놀랍게도 교과부가 아니다. 바로 대통령산하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이하 자문회의)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이 골격을 잡았다.
2009개정교육과정도 자문회의에서 만들었다. 자문회의는 교육과정 의견 수렴에서 연구, 개발까지 5~6년 걸리던 것을 대폭 줄여버렸다. 게다가 이 연구과정이 철저하게 비밀리에 부쳐져서 교과부는 물론 현장 교사들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대체 교과내용을 어떻게 바꾼다는 것일까? 자문회의는 그간 우리 나라 교육과정이 너무 어렵고 양이 많아서 창의적인 교육을 하기 어려웠다면 교육 내용을 20% 줄인다고 하였다. 일단 지난해 12월 8일 교과교육과정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자.
어려운 내용 다 뺀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이날 발표한 내용을 보면 아주 놀랍다. 발표자들은 그동안 교사들이나 학부모가 어렵다고 한 내용들을 다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어책은 현재 2~3권에서 1권으로 통합해서 만든다고 한다. 교과서가 여러 권이고 내용이 뒤죽박죽이라 수업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수학에서는 덧셈을 뺄셈으로, 뺄셈을 덧셈으로 만드는 것이나 세 수의 계산 등도 뺀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과 교사를 힘들게 했던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란 질문도 강조하지 않는다고 한다. 2학년의 분수를 원래대로 3학년으로 올린다는 말도 나온다.
사회에서는 5, 6학년의 학습내용을 20-40% 줄인다고 하고, 주제 중심의 융합교육을 지향한다고 하였다. 3학년 과학에서 두부 만들기도 어려워서 뺀다고 한다. 무엇보다 1학년 학생들의 출발점을 고려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까지는 정말 반갑다.
그런데 영어는 더 어려워진 느낌이다. 4학년에 나오는 과거형을 5, 6학년으로 올린다는 내용도 나오지만, 목표 자체가 초·중학교 영어만으로 외국인과 일상생활에서 대화하고 의사소통을 하게 한다는 건 지금 목표보다 훨씬 어려워지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는 영어에 흥미를 느끼고 의사소통의 기초만 닦는다고 되어 있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고등학교를 선택교육과정으로 전환하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만으로 공통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언뜻 보면 다른 교과에서 어려운 것 다 빼고 영어에만 올인한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게다가 영어는 2006년 8월에 읽기, 쓰기를 강화한 교육과정을 고시하고 현장에 적용하기도 전인 2008년 12월에 또 바뀌면서 학습부담이 더 커졌다. 지금처럼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다 골고루 가르친다는 것은 우리나라처럼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EPL환경과는 맞지 않고 사교육만 부추긴다는 비판도 많다. 여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또 현장 교사들은 이미 7차교육과정(2000년 시행)에 있어 교육양의 30%를 줄인다고 하면서 내용을 압축해 오히려 더 어렵고 힘들었기 때문에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작년에 교과교육과정개편을 설문조사로 시작하고, 2007개정교과서를 1, 2학년만 가르친 상태에서 조사한 것이라 제대로 연구가 안 되었다는 부실연구 의혹까지 받고 있다.
여기에 무작정 교육내용을 20% 빼라고 하면 아무래도 활동이나 체험 중심의 내용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무엇을 뺄 것인가"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다보면 교과체계가 제대로 잡힐 수 있을 지도 의문이 든다.
학년군 교과서, 좋은 점은 0%· 단점 투성이이번 교과개편의 특징은 그동안 학년단위로 개발하던 교육과정을 학년군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교과서도 2~3개 학년이 같이 보는 학년군 교과서로 개발할 것이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학년군과 교과군을 특징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과서로 3년치를 한꺼번에 배우는 집중이수제도 실시하려고 한다. 그런데 학년군 교육과정이나 학년군 교과서가 우리 아이들이나 학교 현장과 맞을까? 아쉽게도 비판하는 의견이 더 많다.
먼저 학년군의 경우 초등학생은 1~2학년, 3~4학년, 5~6학년으로 나뉘고,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3년을 한 단위로 삼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많이 이용된다고는 하나, 우리 나라는 2009개정교육과정 총론을 연구할 때 충분한 연구 없이 설문조사로 교육과정에 집어넣었다. 우리 나라 학생들의 발달 상황에 따라 학년군을 어떻게 나누는 것이 적합한지, 교과교육과정은 어떻게 나누는 것이 좋을지 전혀 연구가 없었던 것이다.
프랑스나 핀란드 경우를 보면 교과에 따라서는 2~3년 단위로 나누기도 하고, 교과 구성도 초중고 급별로 달라진다. 그런데 우리 경우는 현재 학년별 교육과정을 무자르듯이 똑같이 묶어서 교과군, 학년군을 제시하였다. 이번에는 여기에 강제로 교과별 내용을 끼워 넣겠다는 방식이다. 그것도 6개월 만에 하겠다니 제대로 이루어지기가 어렵다는 비관적인 의견이 많다.
학년군 교과서는 어떨까? 현재 미술교과서가 대표적인 학년군 교과서이다. 초등의 경우 3, 4학년과 5, 6학년으로 묶어서 교과서가 나오는데, 만들 때부터 현장의견수렴없이 만들었다. 연구진에서도 반발이 많아 결국 같은 주제를 기초, 심화로 나눠서 놓았다.
중등처럼 미술 교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학급 담임이 1년마다 바뀌는 상황에서 오히려 학습결손 생길까봐 진도대로 나가는 경향이 많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할 거면 괜히 책 무겁게 묶어놓았다며 차라리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오죽하면 좋은 점은 하나도 없고 나쁜 점만 있다고 할까? 이런 상황에서 학년군 교과서 또한 6개월 만에 완성하라고 하는 상황이다.
아이들 발달 관점에서 연구 시작해야더 중요한 것은 정말 우리 아이들의 발달과정에 비추어 어떤 것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1학년은, 2학년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가야 하나?에 대한 내용과 관점이다. 초등학생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른과 다르다. 세상을 감각으로 읽혀가고 차근차근 한단계씩 나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자꾸 완성된 형태의 사고를 쥐어짜게 하는 교육과정이라면 어려운 내용 조금 없앤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또 1학년은 공교육의 시작단계이다. 어린이들은 낱말을 풀어쓰는 뜻이 아니라 어떤 상황으로 기억한다. 모국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호를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낱말로 대표되는 사물, 상황을 공유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한글교육이 수단으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학생 개개인의 발달상황을 고려하면서도 학급공동체로 사회화하는 기능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저학년에서 모국어교육을 중요하게 본다. 이런 관점으로 1학년 모든 교과, 생활에서 언어를 확장해가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것과 맞닿을 수 있는 것이다. 기왕에 교과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꾼다면 더 근본적으로 어린이의 발달관점에서 발달과정의 특성을 고려하고, 어린이들이 발달을 주도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초등교육은 통합적으로 접근해야죠관점도 중요하지만 교과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린이는 세상을 전체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므로 교과내용도 분절적으로 가르치기보다 주제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린이 발달특성과 적합하다는 것이 교육학자나 세계 교육의 오랜 전통이다. 이번에 사회교과는 주제중심으로 통합한다는 것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교육과정 개발할 때는 일반사회, 지리, 역사에서 각각 사람을 뽑아서 시작부터 분과로 접근을 하려고 한다. 2007개정교육과정에서도 통합교과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주제접근 단원이 개발되었지만, 교과서 개발부터 쉽지 않았고 현장에는 전달연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런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교과부 정책관리와 교과개발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 초등은 담임체제이기 때문에 교과별로 무조건 사람 나눠놓고, 거기서 온 내용 합쳐놓는 방식으로 하면 전혀 아이들과 맞지 않다. 출발점부터 초등학교 1학년에 필요한 내용, 맞는 내용을 고민하고 교과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개발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가뜩이나 시작부터 현장교사나 대학교수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상황인데 교과개발에서도 일방적인데다 속도전으로 나간다면 최악의 교육과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대학 교수마저 잦은 교육과정 개정에 멀미가 난다고 할까? 교사들도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또 바뀐다니 지금 새로 나온 교과서를 어떻게 바라보고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다. 제대로 바꾸지도 못하고 내용만 어려워지니 이제는 기대감도 없어졌다.
검정교과서제도로 교재 연구가 어렵고 전학 온 아이들 줄 책이 없어 복사를 해서 쓰는 문제는 누구도 해결해 주지 않고 있다. 또 학년간에 교과내용이 오고 간 것 때문에 2-3년간 학습결손을 겪고 있지만 교과부는 학생들이 공부할 보충교과서도 주지 않은 상태이다. 게다가 올해 6학년이 사상 최악의 누더기 교육과정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터라 이제는 겁부터 난다고 할 정도이다. 기대보다 걱정이 많은 교과교육과정 개편에 현장 교사들은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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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량 20% 감축, 이제는 안속아요.
2009개정교육과정, 엉터리 설문으로 뭘 바꾸나?초등 6학년,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2009개정교육과정 총론은 2009년 12월에 고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총론 내용에 새로운 게 또 추가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이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