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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추모문화제에서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하이미스터메모리'의 '기억' 기억 씨를 만나 그의 노동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쌍용차추모문화제에서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하이미스터메모리'의 '기억' 기억 씨를 만나 그의 노동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의 잇따른 죽음, 그리고 한진중공업과 대우자판, 발레오공조···. 이 땅 수많은 노동자들이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려는 얼굴 중에는 젊은 음악가들도 있다.

인디밴드 '하이미스터메모리' 박기혁씨(37세, 필명 기억). 그는 얼마 전 마련된 쌍용차추모문화제에서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노동자들을 위로하며 잠시나마 슬픔을 잊게 했다.

"그날 굉장히 추웠잖아요. 작업복을 입고 바닥에 앉아계셨는데···. 손이 곱아서 기타 실수도 여러번 했는데, 그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의 공연에는 해고노동자들이 관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선곡부터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자신의 노래 말고도 '난 정말 몰랐었네'를 불렀다.

"어떻게 하자고 말할 수도 없고, 제 노래가 도움이 될 지 몰라도 힘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불러요. 제 아버지께서 일 끝나 술 드시고 지에 오시면서 흥얼거리시던 노래예요. 다들 좋아하실 것 같아 불렀죠."

그의 예상대로 조합원들은 정말 좋아했다.

"노래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 이게 언제쯤 해결될까? 굉장히 고생스러운 일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노래밖에 없으니까 열심히 불렀죠."

기억씨는 솔로 프로젝트 밴드다. 혼자 작사작곡해 곡을 만들고 연주와 보컬도 한다. 메이저 가수들처럼 기획사에 소속돼 자본의 장사놀음에 휩쓸리지 않는다. 공연도 음반도 스스로 기획한다. 그는 2007년에 이어 지난해 말 2집 앨범을 냈다.

"행복은 기준에 따라 달라요. 어떤 이들은 큰 집을 갖고 큰 차를 타고 골프를 치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게 행복일 수도 있겠죠. 전 제 음악을 하며 먹고사는 게 어릴 때부터 소망이었어요. 이렇게 사는게 행복해요."

 “노래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 이게 언제쯤 해결될까? 굉장히 고생스러운 일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노래밖에 없으니까 열심히 불렀죠.”
“노래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 이게 언제쯤 해결될까? 굉장히 고생스러운 일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노래밖에 없으니까 열심히 불렀죠.” ⓒ 노동과세계 이명익

사회 문제에 별 관심 없이 음악에 몰두하며 살다가 어느 순간 '어, 이게 뭐지?' 싶었단다. 2008년 광우병에 저항한 국민촛불이었다. 그 후 촛불, 일제고사 반대, 용산참사, 두리반 등 우리 사회 아픈 구석마다 찾아다녔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앨범에도 참여했다.

그는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를 만나 '꽃순이'를 만들었고,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엄마를 부탁해'를 지었다.

"위안부피해자 할머니 노래라면 슬플 것 같잖아요. 전 그 슬픔을 딛고 덩실덩실 춤추게 되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밤말리나 밥딜런처럼요."

기억씨는 그냥 노래 잘한다가 아니라 '아, 맞아' 하며 무릎을 치게 되는 그런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10여년 전 한 호텔에서 공연하는데 누군가 쪽지를 주고 사라졌다.

"전 노래도 뽕짝밖에 몰라요. 사업이 망해서 좋은 호텔에 와 술 한 잔 먹고 생을 마치려 했는데 당신 노래를 들으니 가족들 얼굴이 떠올라 못죽겠어요, 고마워요."

그 쪽지에 적힌 사연이었다.

"순간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어요. 노래가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고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진짜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기억씨는 대안학교이기도 한 '하자센터'에서 청소년, 학생, 일반인들에게 4년 째 보컬강의를 하고 있다. 학교에 적응못해 그만뒀거나 여러 사연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 '기억씨의 보컬하자'에서 그는 짓눌려 감정표현조차 못하는 이들에게 노래기교를 가르치기보다 울고 소리내게 한다. 응어리가 풀리고 성격이 밝아지는 것을 보며 그는 '아, 내가 참 좋은 일을 하는 거구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기억씨의 노래는 지친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을 지녔다. 건강하고 질박한 사람냄새도 느껴진다. 노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그는, 아름다운 가수다.

  행복함을 부르는 가수가 아닌, 행복하게 노래를 부를 줄 아는 가수 '하이미스터메모리'의 기억씨 소외 되고 아파하는 노동자들의 기억까지 노래로 보듬는 그가 여기에 있다.
행복함을 부르는 가수가 아닌, 행복하게 노래를 부를 줄 아는 가수 '하이미스터메모리'의 기억씨 소외 되고 아파하는 노동자들의 기억까지 노래로 보듬는 그가 여기에 있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온오프라인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됐습니다.



#민주노총#하이미스터메모리#박기혁#기억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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