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8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KBS 수신료 인상안 공청회가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18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KBS 수신료 인상안 공청회가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 언론노조 이기범 제공

 

KBS 수신료 공청회가 결국 찬성 여론 조성을 위한 '들러리 행사'로 끝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 아래 문방위)는 여야 합의에 따라 18일 오전 찬반쪽 진술인 6명을 불러 'KBS 수신료' 인상 승인안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이날 오후 문방위 회의에 수신료 인상안 '대체토론'을 상정한 데 반발해 집단 퇴장하는 파행을 겪었다. 

 

앞서 KBS 수신료를 현재 2500원에서 3500원으로 40% 올리는 승인안이 KBS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문방위에 제출됐고 여야 간사는 지난달 10일 문방위 안건 상정에 이어 지난 8일 공청회 일정에 합의했다.

 

찬성쪽 "1000원 인상도 부족... 3년 뒤 재인상해야"

 

결국 한나라당과 일부 야당 의원들끼리 진행한 이날 공청회 역시 급조한 반대쪽 진술인들이 들러리로 전락하며 공청회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수신료 인상 반대쪽 진술인은 섭외가 어려워 공청회 하루 전까지 급조해야 했다. 이는 그동안 수신료 인상에 적극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에서 공청회 참석을 보이콧하고 민주당도 진술인 추천을 포기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반대쪽 진술인도 한나라당에서 직접 추천했고 이 과정에서 직접 이해 당사자인 KBS 직원들이 반대쪽 진술인 섭외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찬성 쪽 진술인은 여당 추천 KBS 이사인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를 비롯해 유홍식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등 평소 수신료 인상에 적극적이었던 인물들로 미리 진용을 짰다.

 

찬성쪽 유홍식 교수는 "81년 당시 2500원이었던 신문구독료가 현재는 600% 인상된 1만5000원 내외인데 30년간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가 2500원으로 동결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국민 부담을 감안해 KBS 재원 구조에서 수신료가 60% 정도(현재 40%) 차지하도록 최소 폭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조건부 찬성 의견을 밝혔다.

 

윤석민 교수 역시 "이번 수신료 인상안은 매우 기형적이지만 수신료는 인상되는 게 옳다"면서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이 주도한 1000원 인상안을 비판하는 한편 "수신료 인상안이 종합편성채널(종편) 종잣돈이라는 음모설은 종편을 반대하는 정치 논리를 공영방송에 연장시킨 궤변"이라고 반대쪽 주장을 일축했다.

 

황근 교수는 "6500원 인상안이 더 적극적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 두 배 이상 인상할 수 없어 1000원 인상에 합의했다"면서 "이번 인상은 수신료 정상화의 첫 걸음이고 3년 뒤 추가 인상 논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KBS가 수신료를 주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조한 반대쪽 진술인, 한나라당 반박에 갈팡질팡

 

반면 반대쪽 진술인들은 최근 물가 인상 부담과 공동주택 난시청 문제, KBS의 공정성과 중립성 문제 등을 내세워 반대 주장을 펼쳤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론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끌려가기도 했다.

 

특히 하루 전에야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는 박성호 호남대 광고홍보이벤트학과 교수는 자신의 견해보다 그간 수신료 인상에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들 주장을 전달하는 데 더 충실했다.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이 "민생 물가가 올라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81년 물가상승률은 21.4%였고 최근엔 3.1%인데 얼마나 지나야 수신료 인상에 적절한 시기냐"고 따지자 박성호 교수는 "최근 통신비 비중이 높아지고 케이블TV 등 여러 비용 요소가 많아 수신료는 오히려 줄어드는 게 맞다"고 밝혔다.

 

또 조 의원이 수신료 인상이 종편 종잣돈이라는 반대쪽 주장에 대해 "BBC, NHK 수준으로 방송 개혁안을 마련하면 광고가 줄어들어 종편에 들어갈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KBS 공영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느냐"는 반박하자, 박 교수는 "공익성 강조시 광고를 축소하는 게 맞지만 1000원 인상하면서 광고 유지는 적자폭을 줄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오히려 동조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은 "오늘 찬반 6명 진술인이 나왔는데 사실 다 찬성하는 것 같다"면서 "일부 조건부 반대지만 '조건부'라는 것은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에 이미 반은 동의하고 제도 개선을 논의하자는 것 아니냐"며 반대쪽 진술인들까지 찬성쪽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이 18일 오전 9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공청회가 수신료 인상 강행을 위해 급조된 '들러리 청문회'라며 KBS 수신료 인상안 논의와 공청회 중단을 촉구했다.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이 18일 오전 9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공청회가 수신료 인상 강행을 위해 급조된 '들러리 청문회'라며 KBS 수신료 인상안 논의와 공청회 중단을 촉구했다. ⓒ 김시연

 

시민단체 "민주당, 수신료 인상 야합하면 국민 등 돌릴 것"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에선 이날 '들러리 공청회'는 민주당이 자초했다며 한나라당과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미디어행동은 이날 논평에서 "3월 10일 문방위 안건 상정 합의와 4월 8일 공청회 일정 합의는 민주당이 시민사회가 지난 1년 반 동안 싸워 모아온 수신료 인상 반대 실천의 성과를 한나라당에 헌납하는 행위였다"면서 "이 같은 분위기라면 곧 대체토론 압박도 견디지 못할 것이고, 본회의 상정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가운데 나 몰라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따졌다.

 

이날 아침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 역시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수신료 인상 강행을 위해 급조된 '들러리 청문회', '요식 청문회'를 거부하며, 문방위에 상정된 수신료 인상안의 즉각 폐기를 촉구한다"면서 "만에 하나 민주당이 겉으로만 반대를 외치면서 수신료 인상에 야합하거나 한나라당의 인상안 강행을 어물쩍 눈감아 준다면 그나마 민주당에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는 국민들마저 등을 돌릴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KBS 수신료#종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