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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열린 야4당 합동유세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7일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열린 야4당 합동유세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왕복 9시간 걸려 갔다, 7분 연설하고 돌아옵니다. 그래도 야권단일후보 이봉수 당선시키려면 야권이 힘을 모은 데 가서 응원해야겠지요? 춘천, 원주, 순천에도 가야지요? 야4당이 함께 치르는 선거, 고단하지만 그래도 야권 모두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겠지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목청껏 외쳤다. 지난 17일 김해 연지공원 입구에 앉은 참여당 당원과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4·27 재보선 선거운동 D-9일, 그는 몸도 마음도 바빠 보였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유길동'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종횡무진 몸을 사리지 않았다. 살갗은 이미 봄볕에 그을었다. 손등도 얼굴도 더 거뭇거뭇해졌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카메라 플래시로 한눈 팔 틈이 없었다. 김해에서도 그는 '정치 아이돌 스타'였다. 이날 오후 김해 수로왕릉 앞 5일 장터 인근에서 야4당 공동유세가 열렸지만 그는 좀체 접근하기 어려웠다. 악수 하자는 사람, 사진 찍자는 사람, 모두가 한 표이니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것. 늘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다니는 그지만 이날은 더욱 환하게 웃었다. 야권단일 이봉수 후보에게 한 표 달라는 호소였다. 

 

또 그는 유세장에서 양팔을 번쩍 들어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힘차게 인사했다. 비좁은 2차선 도로를 지나는 일부 차량 중엔 차문을 내리고 그와 눈 맞춘 시민들도 있었다. 유세 내내 그는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펴 힘껏 흔들었다. 5cm 정도 굽의 검정 구두엔 그의 발등이 도드라졌다. 오후였지만 이미 부은 터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분당에 출마한 손학규 대표를 대신해 김해를 찾았다. 그는 유세장에 서자마자 전직 대선후보답게 연설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이 알아보는 정치인이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정 최고위원에게 악수를 청하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는 유세 내내 승리의 V(브이)를 그리며 선거운동에 동참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시라룰씨는 정 최고위원에게 꽃을 선물했다. 그는 시라룰씨와 손을 잡으며 "국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위해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최근 복지국가 증세논쟁으로 민주당 내부의 좌클릭을 주도한 정치인답게 나선 격이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17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등과 함께 김해5일장을 찾아 주민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17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등과 함께 김해5일장을 찾아 주민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남소연

왕복 9시간 걸려 7분 연설... 그래도 공동유세 하는 까닭

 

서로 다른 정당 소속인 세 정치인이 이날 김해 5일 장터 앞에 모인 특별한 까닭이 있다. 야권단일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서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힘을 모아 한나라당 대 야권단일후보를 1:1 구도로 만들어 민주진보진영의 결과적 승리를 가져오자는 전략적 선택인 셈.

 

그러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깨지고 다친 상처가 너무 커서 서로 화학적 융합이 잘 안 돼 현실적으로는 후보를 배출한 정당이 책임지고 선거를 치르는 형국이라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두 차례 유세가 예정돼 있었지만 한 번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원래 예정됐던 연지공원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장소를 급변경해 수로왕릉 앞 5일장터로 바꾼 게다. 급작스러운 장소변경에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이동하느라 집중 공동유세는 제시간에 맞추지 못했고 결국 다음 일정에 쫓긴 이정희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은 국밥으로 점심을 하고 순천으로 떠났다. 유시민 대표만 남아서 한 번 더 유세를 했을 뿐이다.

 

국민참여당 당원들은 이날 집중유세에 맞춰 전국 집중번개를 열고 300여 명이 모였다. 그러나 민주당원이나 민주노동당원, 진보신당 당원들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정치협상이 상층에서 이뤄진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층 대표단이 참여하는 것 이외의 일반당원 참여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동선거대책본부를 꾸리고 함께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장에서는 지도부의 유세지원 정도만 이뤄지는 현실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봉수 후보 선대본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당원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내는 것"이라며 "평일 치러지는 재보선의 특성상 조직된 표의 결집이 승패를 가르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빚어진 여러 잡음에 대해 '통 크게' 넘어갈 수 있는 당원간 융합이 필요한 것 같다는 얘기로 들렸다. 실제 선거에 도움이 되는 표 몰이를 하려면 민주당원들이 조직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17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함께 김해5일장을 찾아 강냉이를 맛보고 있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17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함께 김해5일장을 찾아 강냉이를 맛보고 있다. ⓒ 남소연

 

누가 민주당원의 언 마음을 녹여줄 것인가

 

백두현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은 조금 더 솔직하게 지역 당의 사정을 전했다. 지역 도당 내부에는 이봉수 후보가 당선된 '뒤'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많아 선뜻 선거지원에 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내년 총선에서 과연 누가 김해을 지역을 이끌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까 미리부터 계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손익을 따져보고 이봉수 당선이 자기정치에 불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이번 선거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정리하는 모양새라는 게다.

 

그러나 이것이 건강한 정치흐름이라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19일 민주당 경남도당 16개 지역위원장들과 함께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봉수 후보 지지선언'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 위원장은 또 "민주당은 무조건 유시민 대표와 이봉수 후보를 돕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해 달라"며 "지금 당장은 앙금이 남아서 선뜻 나서지 못하지만 곧 정리되면 선거운동에 함께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경남도당 일각에는 도내 지역민심이 국민참여당 위주로 돌아가면 모두 탈당해 국민참여당 입당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걱정도 나오는 게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는 4·27 재보선 이후 민주진보 통합과 연대의 흐름에서 정리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도 선거연합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당내 핵심인 민주노총 조합원과 전농 회원들을 중심으로 투표참여운동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핵심은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김해농민회가 중심이 돼서 조직적으로 투표를 해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는 게다.

 

실제 김해 장유면 신도시에는 통합창원시로 출퇴근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넘는다는 분석이 있다. 이들이 대개 민주노총 조합원임을 감안한다면 실제 '출근 전 투표참여운동'으로 야권연대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퇴근이 늦거나 창원터널 앞에서 가벼운 접촉사고로 인해 교통체증이 심각해지면 오후 8시까지 투표마감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지만,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이 같은 투표참여운동을 벌인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음으로 이뤄지는 진정한 연대가 당장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면서 반MB야권연대로 힘을 모으는 과정이다.

 

후보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끝내 '100% 여론조사'를 관철해 내 국민적 비판도 많이 받은 국민참여당은 일단 도와주겠다는 모든 지원은 감사히 받겠다는 태도다.

 

지지표 결집이 관건

 

천호선 이 후보 캠프 대변인은 "투표율이 핵심 관건"이라며 "만일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이 4 : 0으로 한나라당을 꺾는다면 우리 정치에 대대적인 이변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진보진영이 모두 힘을 모아 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그 힘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천 대변인은 "여론조사 상으로는 이봉수 후보가 앞서지만 현실적으로는 팽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여러 구설이 있지만 두 번씩이나 경남지사를 한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가 만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임찬규 국민참여당 전략기획위원장은 "김해에서 김태호 후보가 낙선하면 한나라당의 PK전략이 무너진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나홀로 선거운동 한다는 것은 반성의 의미를 담은 이미지 연출이고 현실은 조직과 물량을 총동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임 위원장은 "한나라당 기반이 강한 도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지지표 결집도 싸움이며 막판까지 피 말리는 접전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곽진업 후보를 비롯 정당 내부논리로 보자면 이해당사자로서 왜 서운함이 없겠느냐"며 "경쟁은 끝났고 큰 결정을 함께 했기 때문에 모두 힘을 모아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19일에는 한명숙 전 총리와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한명숙, 문희상, 이미경, 이인영, 임종석 등 민주당 진보개혁모임 인사들도 김해로 내려와 선거지원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큰 틀에서 함께 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지원사격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13일간의 전투 중 이제 나흘이 지나고 있다. 앞으로 선거운동은 8일 남았다. 이 기간 동안 야권이 얼마나 빛나는 연대를 해내느냐, 국민이 보는 핵심 관전포인트는 바로 그것이다.


#4.27 재보선#야권단일화#유시민#이정희#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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