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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통 눈덮인 것처럼 하얀 노천 온천장. 석회석이 녹아내려 생긴 곳이다.
온통 눈덮인 것처럼 하얀 노천 온천장. 석회석이 녹아내려 생긴 곳이다. ⓒ 오문수

신의 섭리를 보면 조금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곳은 사람들이 살기에 풍족한 자연환경을 주고 어떤 곳은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는 자연환경을 주었기 때문이다.

터키의  파묵칼레는 10여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서도 금방 알 수 있다. 독특한 모습으로 터키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관광객이 주는 수입은 엄청날 듯. 하지만 지진이 주는 경고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일까?  천 년 전 도시의 흔적이라고는 상상 할 수 없는 잔해들이 남아있다.

지상에 드러난 하얀 색은 14000년 동안 칼슘이 풍부한 온천수가 흘러내리면서 석회석이  녹아내려 생긴 웅덩이들이다. 따뜻한 온천수는 위에서부터 흘러 웅덩이를 만들고, 이 웅덩이에 물이 흘러넘치면 다시 그 아래에 또 다른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족욕하는 아가씨들이 카메라를 보고 사진 찍어 달라고 재촉한다
족욕하는 아가씨들이 카메라를 보고 사진 찍어 달라고 재촉한다 ⓒ 오문수

 족욕하러 온 아가씨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싫지는 않은 듯
족욕하러 온 아가씨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싫지는 않은 듯 ⓒ 오문수

'파묵'은 터키말로 '목화'를 뜻하고, '칼레'는 '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파묵칼레는 목화의 성이라는 뜻이다. 하얀 석회석 웅덩이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뭉실뭉실 모여 있는 모습이 목화송이 같다. 기실은 이 지역이 목화를 많이 재배해 질 좋은 면과 실크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이곳은 색다름과 온천을 즐기기 위해 예로부터 수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인근 호텔로 가는 도로는 관광버스로 넘쳐나고 호텔객실은 장터처럼 사람이 많다. 해마다 고대도시의 잔해와 석회석으로 둘러싸인 온천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파묵칼레의 온천수는 사람의 체온과 비슷해 목욕하기에 좋고, 신경통과 피부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치유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고대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폐허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6세기에 지어진 비잔틴 바실리카 교회의 잔해와 로마 목욕탕이 있다. 이 목욕탕은 예전에 '성스러운 샘'이라고 불렸는데 클레오파트라가 목욕을 한 곳이라 한다.

 클레오파트라가 목욕했다는 온천
클레오파트라가 목욕했다는 온천 ⓒ 오문수

예전 관광객들은 온천욕을 즐겼다지만 지금은 발만 담그는 족욕을 즐긴다. 카메라를 들고 족욕을 즐기는 현장을 찍자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 달란다.

세 번에 걸친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 히에라폴리스

이 지역에 언제부터 도시가 들어섰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이곳과 가까운 곳에 있는 키드라라는 도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는 프리기아와 리디아의 국경에 위치한 이 도시에 리디아의 마지막 왕인 크로이소스가 국경을 확정하기 위해 세운 비석이 있었다고 전한다.

 지진으로 파괴된 옛 체육관에 기둥만 휑하니 남았다. 황혼에 싸인 도시의 흔적이 스러져간 영화를 말하는 듯 하다
지진으로 파괴된 옛 체육관에 기둥만 휑하니 남았다. 황혼에 싸인 도시의 흔적이 스러져간 영화를 말하는 듯 하다 ⓒ 오문수

로마시대에 이 근처에는 '히드렐라'라는 또 다른 도시가 있었다. '히드렐라'라는 말은 '물이 많은'이라는 뜻이므로 온천과 관련이 있는 게 틀림없다. 기원 후 6세기에 지리학 사전을 편찬한 비잔틴의 '스테파노스'는 이 도시에 유난히 신전이 많아 '히에라폴리스' 즉, '성스러운 도시'라 불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터키 가이드 엔델에게 "왜 이렇게 화려했던 도시가 폐허가 됐는가?"를 물었다. 그는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해 유적에 관한 한 풍부한 지식을 가져 동행하는 동안 그의 설명을 들으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터키에는 지금도 크고 작은 지진이 많다. 특히 기원 전 17년과 기원 후 60년에 큰 지진이 있었는데 네로 황제 시기의 지진은 끔찍했다. 도시 전체가 파괴되어 황제는 자금을 지원하여 도시를 완전히 새로 세워야 했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들. 번창할 때는 10만명이나 살았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들. 번창할 때는 10만명이나 살았다 ⓒ 오문수

관광객들이 보고 있는 폐허는 모두 이 시대의 잔재들이다. 1334년 커다란 지진이 또 다시 이곳을 초토화하자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10만 명이 살았다는 도시는 폐허가 됐다.   

플루토니온 신전은 기원 후 3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신전 건축에 쓰인 자재들은 그 이전의 건물 잔해를 재활용한 것들이 많다. 히에라폴리스에서는 아폴론과 하데스 외에도 키벨레와 포세이돈, 그리고 아폴론의 어머니 레토와 같은 신들을 섬겼다.

 원형극장. 저 아래 반원형 경기장에서는 검투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거나 맹수와 싸웠다
원형극장. 저 아래 반원형 경기장에서는 검투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거나 맹수와 싸웠다 ⓒ 오문수

 터키에서 유명한 배꼽 춤을 추는  벨리댄서. 온 몸이 유연하다.
터키에서 유명한 배꼽 춤을 추는 벨리댄서. 온 몸이 유연하다. ⓒ 오문수

히에라폴리스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원형극장이다. 셉티미우스 세메루스 황제 때 만들어진 이 극장은 보존상태가 좋아 지금도 여름 축제나 연극공연 및 음악회를 위한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최대 1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석 중간에는 반원형의 귀빈석이 있고 높이 1.8미터의 벽으로 분리되어 있다.

엔델의 설명에 의하면 검투사들의 경기나 맹수와 검투사가 싸울 때 관객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오케스트라 뒤쪽에는 3.66미터의 무대 건물이 있는데 추수에 대해 감사드리거나 신께 감사드리기도 한다.

이 산자락에 도시를 세운 수많은 노예들의 피와 땀. 번성했던 당시의 도시인들은 가고 없다. 다만 천년 이상을 땅바닥에 누워있는 대리석 사이로 양귀비꽃과 이름 모를 풀꽃들만 아름답게 피어 보는 이를 쓸쓸하게 한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전남교육' 및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파묵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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