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기간 중 개신교 교회 목사가 예배중에 한 후보를 신도들에게 소개하고 축복기도를 해 선거법 위반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 목사는 여야 후보 중 여당 후보에게만 축복기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활절인 24일 오전. 4·27 경기도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는 선거구 내에 있는 정자동 A교회의 예배에 참석했다가 예배중 축복기도를 받았다.
강 후보는 선거운동을 시작한 이후 지역구 내 교회를 돌며 새벽기도에 참석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강 후보는 이날도 성남시내의 각 교회를 돌며 예배에 4번 참석했는데, A교회 오전 예배도 이런 일정의 일환이었다.
이 예배가 끝날 무렵 이 교회의 B 담임목사는 이 교회에 새로 등록한 신자들을 소개한 뒤, "오늘 아주 중요한 분이 오셨다"며 "수요일날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게 되신 강재섭 후보님께서 오셨다. 강 후보님 잠깐 일어나셔서 인사하시겠습니다"라고 소개했다.
강 후보는 일어나서 손을 흔들면서 신도들에게 인사했다. 강 후보는 큰 소리로 "할렐루야!"라고 외쳤고, 150여 명의 참석 신도들은 큰 박수로 강 후보를 환영했다. 이어 B 목사는 새 신도 소개를 마치고 "오늘 새로 나오신 분들과 강 후보님을 위해 잠깐 기도하겠습니다"라며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 새로 오신 분들께 복을 내려 주시고 주님을 만나서 승리하게 도와주시옵소서. 오늘 강재섭 후보께서 오셨는데, 그 발걸음에 복을 주시고,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위대한 사역자가 되게 하여 주옵시고, 최선을 다 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기름을 부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기도하옵나이다."개신교에서 '기름을 붓는다'는 것은 왕이나 선지자 같이 '하나님이 인정한 지도자'로 임명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같이 신도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축복하거나 선거 승리를 기원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 선거법 85조는 종교 단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문제의 축복기도는 담임목사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이 눈을 감고 손을 모은 가운데 목사가 대표로 한 것이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신도들 중 보궐선거 유권자가 포함돼 있다고 가정하면, 담임목사의 종교적 권위로 특정 후보를 축복하는 일에 유권자들까지 끌여들여 신도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최선을 다할때 좋은 결과가 나오게 하시고", "기름을 부어 주시고"와 같은 선거 당선과 관련된 언급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자신을 '비서실'이라고만 밝힌 A교회 관계자는<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후보가) 예배를 하러 온다는데 종교단체가 오지말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B 목사의 축복기도에 대해선 "(강 후보는) 예배를 드리러 오신 것이고, 그 가운데 예의적인 차원이든 뭐든 했던 것이지, 그것으로 인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거나 특정한 부분은 나타낸 것은 아니다. 이런 것은 상식적인 부분이고, 교회는 어느 부분이든 중립을 지키는 것이다. 예배 외의 의도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손학규 후보도 (교회에) 온 것을 알고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가 '손 후보도 축복기도를 받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런 건 답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학규 민주당 후보는 A 교회에서 축복기도를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 후보를 수행하는 측근은 "손 후보는 새벽기도나 주일예배에 갈 때 어느 교회에 가겠다고 미리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교회에서 손 후보를 신도들에게 소개를 시키는 경우가 없었다"며 " 그냥 가서 예배에 참석하고 나오면, 그 교회에서 '손학규가 왔다갔다고 하더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손 후보의 기조"라고 밝혔다.
선관위 "둘 다 친소관계 없다면 당선 목적 행위로 추정"중앙선관위 공보관실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축복기도를 받은) 후보자가 목사와 평상시 친소관계가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고 보여진다"면서도 "양쪽 후보 모두 평상시 친소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한 쪽 후보에게만 그런 행위를 했다면, (특정 후보의) 당선을 목적으로 했다는 의도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정 후보의 당선을 목적으로 했다는 의도'가 인정되면 B 목사의 축복기도는 '선거운동'의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엔 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못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85조 2항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선관위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