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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흐패인 교통봉사대 사이트.
호흐패인 교통봉사대 사이트. ⓒ www.svvhoogeveen.nl

4월 22일 '성스러운 금요일(goeds vrijdag, 부활절이 오기 전 금요일)에 지역에서 많은 행사들이 열렸다. 이날 아침부터 350명이 참가한 자전거 경주 대회를 위해 16명의 네덜란드 호흐패인 지역 교통해결사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특별한 행사 때 교통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과 주차, 그리고 행사장 안전을 위해 일하는 건 교통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기자는 호흐패인 교통봉사대(Verkeersregeleers Hoogeveen)의 대표를 맡고 있는 뷤 크눕라우흐(Wim Knublauch)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올해 65세이며 16년간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다. 2009년 이 지역에서 교통 봉사를 하기 위한 특별 봉사 단체를 만들었으며 초기부터 현재까지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교통경찰에만 의존할 수 없는 실정이라 말하며 명함을 건넨 크눕라우흐씨는 자신이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뷤 크눕라우흐.
뷤 크눕라우흐. ⓒ 장혜경
- 교통봉사대에서는 몇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나요?
"현재 등록 인원은 36명이며 행사 때마다 꼭 참석하는 사람은 25명입니다."

- 교통봉사대의 자원봉사자가 되기 위해 받아야 하는 교통 교육이 있습니까?
"교통 봉사를 위해서는 경찰에서 운영하는 기본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교육이지만 내가 생활하면서 몰랐던 것들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매년 경찰에서 훈련 기간을 지정해서 조직으로 알려주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먼저 시작한 선배들이 교육하는 경우가 많아요."

- 자원봉사자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는지요?
"지역사회에 오래 산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연금 생활자들이라 여가 활동으로도 좋습니다. 물론 젊은이들도 있지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봉사하는 경우도 벌써 7쌍이나 됩니다.(웃음)"

- 자원봉사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뭔지요?
"우리가 일하면 경찰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내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을 젊었을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이젠 정년퇴직을 하고 연금 생활자가 되었지요. 생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충분히 확보되어 있습니다.

교통봉사대를 꾸리는 데 필요한 재정은 이 지역 회사 20개가 후원합니다. 후원금으로 충분히 활동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서로 나누고 돕는 일을 하면서 더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일을 왜 마다하겠어요?"

크눕라우흐씨는 네덜란드의 도로 교통 법규에 따라 교통봉사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네덜란드 교통경찰 훈련 센터에서는 매년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교통 훈련 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이수하면 교통봉사대원들은 자신이 자원봉사원임을 알릴 수 있는 카드와 배지를 갖게 된다. 봉사대원들이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지원하는 일은 그 지역의 시청에서 담당하며,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에서는 봉사대원들의 보험도 들어준다. 크룹라우흐씨는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지정된 옷을 입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 후 교통봉사·언어코치... "이 좋은 일을 왜 마다하겠어요?"

올해 72세인 트루디 대커-흐로스(Trudi Dekker-Groos)씨는 VMBO(직업중등학교)의 국어(네덜란드어) 교사로 일하다 65세에 정년퇴직을 했다. 대커-흐로스씨는 외국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한 사람들의 언어코치(Taal Coach)를 하고 있다.

- 어떻게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나요?
"7년 전쯤이었나, 학교에서 퇴직하고 '이제 남편과 세상 구경하며 여생을 보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당시 너무나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웃에 있던 친구가 자원봉사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하기에 무작정 일을 시작했어요."

- 외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네덜란드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계신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꽤 오래 이 일을 한 것 같은데 아직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네덜란드어를 전혀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에 들어와 사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면, 함께 슈퍼마켓에 가서 '이것은 사과, 이것은 바나나'하며 처음부터 가르치는 것은 너무도 힘듭니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시작하던 때부터 '가급적 영어를 사용할 줄 알고 자국에서 제대로 배운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었지요. 아마 언어코치위원회에서는 나를 참 까다로운 사람으로 생각할 것입니다.(웃음)"

- 자원봉사를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가 언제인가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나를 다시 깨어나게 만듭니다. 교사를 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생각하면 늘 뿌듯한 일이 있습니다. 스물다섯 살 먹은 페루의 젊은 여성이었는데, 그 여성이 나와 함께 네덜란드어를 공부한 지 1년 3개월 만에 네덜란드 언어 시험 2단계에 합격하고 흐로닝헌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참 기뻤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지요."

- 이주해온 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다른 문화를 체험하게 될 텐데 어떤 점들이 가장 어려웠나요?
"아시아나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모두 먹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네덜란드 사람들과 참 다르죠.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합니다. 물론 피해를 보는 것도 싫어하고요. 그래서 아주 친한 사람의 집이 아니면 먹는 것도 참 조심스럽습니다. 사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새로운 음식에 대한 도전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런데 자꾸 먹으라고 권하면 그땐 참 난감합니다.(웃음)"

-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네덜란드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지 알고 계시는지요?
"(웃음) 나 같은 사람도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봐서 아마 절반 가까이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확한 숫자는 잘 모르겠네요."

 트루디 대커-흐로스.
트루디 대커-흐로스. ⓒ 장혜경

잘 갖춰진 복지 제도... 여유 생긴 국민들은 자원봉사로 사회 환원

네덜란드는 인구 1600만 명, 국토 면적 약 4만㎢의 작은 국가로 인구 밀도는 거의 한국과 같은 수준이다. 네덜란드 통계청(centraal bureau voor de statistiek)의 자원봉사자 현황에 따르면, 놀랍게도 네덜란드의 성인(만 18세 이상) 중 44%에 이르는 약 550만 명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참고로 이는 등록 자원봉사자와 활동 자원봉사자를 합한 수치이다). 자원봉사 활동이 이미 체계화된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네덜란드는 수적으로도, 봉사단체의 운영 면에서도 단연 상위에 위치하고 있다. 더치페이(Dutch pay)라는 말로 대표되듯이 짜기로 소문난 네덜란드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을 이렇게 과감히, 그것도 무상으로 사회에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덜란드는 12개 주로 나뉘어 있는데, 자원봉사단체도 주 단위로 잘 조직되고 체계화되어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자원봉사자가 분포하는 직종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장애인 관리사, 노약자 건강 관리사, 그리고 각 지역에 있는 어린이 축구 교실의 코치들은 거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외국인이 네덜란드에 와서 살게 되면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도 말을 가르쳐주는 언어코치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세계의 거의 모든 방송이 주목하는 바티칸의 부활절 미사 제단의 꽃 장식이 26년간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져 옮겨졌으며, 그 일 역시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한 것이라고 자랑한다.

자원봉사자들은 네덜란드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550만 자원봉사자들의 노동을 기본임금으로 환산하면 56만 명이 1년간 정규직으로 일하는 만큼의 급여에 해당한다며, 그 금액이 적게는 50억 유로에서 많게는 200억 유로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또한 네덜란드 정부는 장애인 도우미와 노약자 건강 관리사로 자원봉사하는 이들이 없다면 적게는 40억 유로에서 많게는 70억 유로의 정부 보조금이 추가 투입돼야 하는 실정이라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자원봉사자들의 사회적 공헌도를 크게 인정해, 지역마다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서로 고충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네덜란드 사회를 살펴보면,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덕분에 여유가 생긴 국민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자신의 노동을 무상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을 갖춘 느낌이 든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정보'라는 이름의 자원봉사자 지원 사이트.
'자원봉사자를 위한 정보'라는 이름의 자원봉사자 지원 사이트. ⓒ www.vrijwilligerswerk.nl

소방봉사하는 공무원 "아이들이 아빠를 자랑스러워합니다"

네덜란드의 여러 직종 중 자원봉사자가 전문직보다 많은 부문이 소방대원(brandweer)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물론 정식 소방대원이 아니지만, 이들은 이 분야의 일을 돕기 위해 전문적인 훈련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 이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과 보험 등의 부담은 각 시에서 지원한다.

올해 45세인 마떼인 반 덜 페인(Matijn van der veen)씨는 두 딸의 아버지이다. 페인씨는 3만 명이 살고 있는 오멘(Ommen)시의 시청 공무원이다.

- 이 지역의 소방봉사대원은 몇 명인가요?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가 43명 있습니다. 물론 정규직인 소방관들도 6명 상주합니다. 네덜란드 전체에는 약 2만 7500명의 소방대원이 있는데, 이 가운데 4500명이 전문 소방관이고 나머지는 모두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이 직종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상당히 큽니다. 대도시에는 전문 소방관과 자원봉사자들이 반반씩 배치되지요. 그러나 소도시에서는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점점 커져 전문 소방관들이 직장을 잃게 될까 걱정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 소방관은 상당히 위험한 직업군에 속하는데 두렵지 않나요?
"중소도시의 소방관들은 할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네덜란드에는 산이 없고 도시 안에 높은 건물이 거의 없어 아주 위험한 일은 생기지 않거든요. 그러나 만약에 대비해서 소방교육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평소에 비상연락망을 통해 훈련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화재가 발생하면 전문 소방관들과 어떻게 연락을 하나요?
"연락을 맡은 담당자가 시청에서 상근을 합니다. 화재 경보가 울리거나 발생 전화가 오면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자원봉사대원들에게 연락합니다."

- 자원봉사대원들은 다른 직장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근무 중일 때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화재는 불시에 발생합니다. 또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근무지에서 동의해야 하는 일들이 가끔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원봉사자에 지원할 때 자신의 근무지에서 승낙서를 받아야 소방봉사대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나는 시청 공무원이라 오히려 시청에서는 더 좋아합니다.(웃음)"

- 소방관 일은 자원봉사를 하기에 상당히 까다로운 직종인데 지원하게 된 동기가 따로 있나요?
"지원해서 훈련을 받고 소방대원의 역할을 충분히 할 정도가 되기까지는 다른 직종보다 까다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힘든 만큼, 맡은 일을 하고 난 후의 성취감 또한 큽니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 간의 유대도 아주 돈독하고요. 무엇보다 나를 즐겁게 하는 건 아이들이 이 일을 하는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마떼인 반 덜 페인.
마떼인 반 덜 페인. ⓒ 장혜경

 지역 신문에 실린 소방봉사대 모집 광고.
지역 신문에 실린 소방봉사대 모집 광고. ⓒ www.regiomepple.nl

복지 제도 뒷받침 없이 자원봉사 수준 높아질 수 있을까

네덜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자원 봉사를 시작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회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회 활동은 자신을 더 활동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성취감 또한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왜 자원봉사 활동을 하지 않는가'하는 물음에는 '시간이 없어서', '건강하지 않아서', '내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차례로 나왔다. 조직에 가입하면 마음과 달리 무작정 '예'라고 답변하게 되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자원봉사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인 다수는 사회에 기여하는 자원봉사자가 되기를 원한다. 

한국의 경우, 2010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사회복지 분야 자원봉사자 수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한국의 복지 수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의 비중으로 계산하면 2009년 7.5%, 2010년 7%라고 한다. 다시 말해 복지 수준은 뒷걸음질치고 사회적 자원으로 기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은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자신의 노동을 타인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하는 자원봉사를 하려면 먼저 인간애가 있어야겠지만, 국가적으로는 복지 제도의 뒷받침 없이는 자원봉사 수준이 결코 높아질 수 없어 보인다. 한국은 이 논리에서 예외란 말인가?

 '필름 페스티벌 네덜란드'라는 영화제를 도왔던 자원봉사자들.
'필름 페스티벌 네덜란드'라는 영화제를 도왔던 자원봉사자들. ⓒ www.filmfestival.nl


#자원봉사#네덜란드#더치페이#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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