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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이상호 시의원이 '궐석 시정 질문'을 하고 있다.
28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이상호 시의원이 '궐석 시정 질문'을 하고 있다. ⓒ 홍현진

 

"시장께서는 발언대로 나와 주시길 부탁드리겠다."

 

28일 시의회 본회의장. 휠체어를 탄 이상호 시의원(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이 시정 질문을 위해 연단 앞으로 나왔다. 하지만 시정 질문을 받아야 할 오세훈 시장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지난해 12월 2일 시의회의 '친환경무상급식조례' 통과에 항의하며 시정 사상 처음으로 시정 질문에 불출석했던 오 시장은 벌써 5개월째 '파업' 중이다.

 

이에 대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전날(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시의회에선 한나라당 시의원마저 오세훈 시장의 막무가내 의회 불참을 공개성토하군요. 5개월 넘게 짝꿍의 귀환을 기다려온 저에게도 오늘은 그의 부재가 더 아쉬웠습니다. 저한테 질의가 집중됐으니까요. 시장의 의회거부, 정당한가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최초로 궐석 시정 질문... 수치스럽고 부끄러워"

 

 이상호 시의원.
이상호 시의원. ⓒ 홍현진

 

이상호 시의원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인터넷에 '궐석 시정 질문'이라는 말을 찾아봤다. 궐석 시정 질문이라는 건 지방자치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 오늘은 대단히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날이다. 정당역사상 궐석 시정 질문을 최초로 하는 정치인이 되어버렸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궐석(나가야 할 자리에 나가지 않음) 시정 질문'은 서울시의회 55년 역사상 처음이다.

 

앞서, 지난 4월 13일 이상호 시의원은 시청 별관에서 '중증 장애인 예산의 즉각 집행'을 촉구하며 단식과 108배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시의회는 중증 장애인 관련 ▲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지원(200억 원 증액) ▲ 장애인 전세주택 제공사업(20억 원 신설) ▲ 장애인자립생활 지원 42억 5000만 원 증액) ▲장애인 콜택시(24억 원 증액) 예산 등을 증액·신설했지만 서울시는 시의회에서 증액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예산 집행을 거부해왔다.

 

28일, 준비된 파워포인트 화면을 통해 108배와 단식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 시의원은 "오로지 복지예산 증액을 위해 시의원 누구도 자기 지역 예산을 위해서 단 1원도 배정하지 않고 사람 중심 서민예산을 위해 중지를 모았는데, 오세훈 시장과의 공식적인 소통창구는 지난해 12월부터 막혀 있다"면서 "대한민국에서 장애인 의원이 정책과 예산을 위해 시장님께 절을 했던 적은 없다, 시장님께서는 꼭 기억해달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현 의회상황에 대해 시장도 잘못했고 시의회도 잘못한 거 아니냐는 양비론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 이 자리만 봐도 시장님께서는 나와 계시지 않고 의원님들께서는 5개월째 모멸과 자괴감을 감내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책임을 지키고 있는 사람과 지키고 있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똑같이 평가받을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호 시의원의 단식 이후,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 서울형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 안정적 일자리 제공으로 지속가능한 자립기반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장애인 복지 향상지원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시의원은 "예산 총량은 얼마이며 집행은 언제인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며 "활동보조서비스는 오늘 하든, 12월 31일날 하든 상관없는 예산이 아니다, 그 예산이 집행되지 않으면 앞으로 단 1초, 1분을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 없을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최소한의 생존예산"이라며 조속한 예산 집행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시장님께서 계신다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라며 거듭 아쉬움을 나타냈다.

 

 28일 시장과 교육감에 대한 시정질문이 진행된 서울시의회. 곽노현 교육감이 홀로 앉아있다.
28일 시장과 교육감에 대한 시정질문이 진행된 서울시의회. 곽노현 교육감이 홀로 앉아있다. ⓒ 홍현진

 

한편, 오 시장을 대신해 시의회에 출석한 조은희 정무부시장도 이날 첫 번째 질문자였던 김연선 시의원이 질문을 하는 도중 자리를 떠나 1시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이날 회의를 진행한 양준욱 부의장은 "이상호 의원은 피 끓는, 애달픈 심장으로 오 시장을 여러 번 불렀다, 정무부시장이 그런 걸 전달할 수 있게끔 해야할 것 아닌가"라며 "이것이 오늘날 단체장이 출석하지 않는 제 8대 시의회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앞서 시정 질문을 한 김연선 시의원(민주당, 재정경제위원회)은 "오 시장은 지난 5개월 동안 시의회에 나오지 않고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 준비를 하면서 대선행보를 위한 조직다지기를 확실히 하고 있다"며 "자신의 대권야욕을 위해 서울시의회를 방치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에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분노했다.


#오세훈#오세훈 파업#서울시의회#이상호#시정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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