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陽畫)사진은 필름에 피사체의 색채나 톤이 실제의 피사체와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영어로는 'positive film'이라 표기하지요. 글 써 먹고사는 '쓰새' 언니 변지혜와 사진으로 먹고 살길 소망하는 사진학과 '찍새' 변지윤은 자매애로 뭉쳐, [변자매의 양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순간이! 자칫하면 지나치고 말았을 아름다운 무언가를, 선명하고 긍정적인 느낌의 사진으로 담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 기자말 우리 집에는 '쥐새리'가 삽니다. 성(姓)도 있는 보기 드문 햄스터죠. 변씨 집에 왔으니 변씨 성을 붙여야 한다는 동생의 주장에 따라 이 쥐새리의 이름은 정확히 '변밍키'가 되었습니다.
이마트 출신으로 우리 집에 와 산 지 1년 6개월이나 된 밍키(성별 남)는, 해바라기 씨 먹는 것과 집 탈출하기를 좋아합니다. 동생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촬영에 응해 주기도 합니다. 때론 이 녀석이 말을 알아듣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라니까요.
자유롭게 살아야 할 쥐새리(!)를 집에 데려와, 답답한 햄스터집 안에 가두어두는 것이 못내 마음 쓰였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아기 키우듯 햄스터 뒷바라지에 열성입니다. 만년 솔로인 동생에게 밍키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함께 보낸 10cm 동거남'이라는군요.
동생이 집을 비워, 잠시 밍키를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수시로 자기 집을 탈출해 세탁기 밑에 들어가 있는 요 녀석 덕에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나니, 진이 다 빠지고 웃음만 한없이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반문하는 듯한 녀석의 머루 같은 눈망울에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답니다.
요즘도 밍키는 야반도주에 성공해 세탁기 밑에 들어가 있기 일쑤입니다. 오물거리며 해바라기 씨 먹기를 즐기며, 햄스터용 쳇바퀴도 열심히 탑니다.
자나 깨나 밍키 생각에 '밍키 덕후'를 자칭하는 동생은 요즘 밍키 사진을 더욱 열심히 찍어냅니다. 2~3년이 고작인 햄스터 수명에, 밍키와 이별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하기 때문일까요.
오늘도 밍키는 동생의 손길이 닿은 깨끗한 집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잠이 듭니다. 저와 동생에게도, 밍키에게도 이 시간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밍키에게 우리는 그저 귀찮은 인간1과 2일 수도 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