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된다. 6일(금)은 24절기중에서 여름으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입하(入夏)다. 들녘에는 이미 뭇생명들의 자리다툼이 시작되고 있다. 그 사이로 자연의 향을 가득 담은 야생초를 거두기도 하고, 흙의 기운을 받고 쑥쑥 자라기를 바라며 모종을 내고 씨앗을 파종하는 일손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있다.
비닐도 안 씌우고 무슨 농사를 해?"비닐도 안 씌우고 풀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요?""예, 풀도 같이 키우지요. 힘센 풀만 좀 잡아주려고요.""허허 그렇게 해서 제대로 키울 수 있겠소. 비닐 안 쓰면 약(제초제)이라도 쳐야지.""농사짓는 방법이 어디 한두 가지 입니까. 농부가 백명이면 백가지 방법이 있을 수도 있는것이고, 되도록 자연상태를 거스르지 않고 해볼려고 합니다."며칠 전, 나이 지긋한 옆 밭의 농부가 텃밭수업을 하는 아이들과 함께 맨 땅에 땅콩 씨앗을 파종하는 것을 보고는 못 마땅하다는 말투로 물어왔다. 삽과 괭이로 일일이 두둑을 만들고 있을 때도 답답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던 그 농부는 능숙하게 관리기로 검은비닐을 밭에 씌우고 있었다. 그가 볼 때는 내가 농사를 모르는 신출내기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이때쯤이면 으레 듣는 잔소리라서 별로 개의치 않지만, 조롱하듯이 물어보는 이들중에는 '내가 농사를 해봐서 아는데…'하는 자만심도 묻어 나온다.
얼마 전에는 유치원에서 임대 받은 텃밭에 감자를 심고 있을 때, 밭 주인이 농사(비닐)도 모르면서 농사교육을 한다고 빈정대는 말투가 신경쓰였다. 아니나 다를까 원장에게 감자를 잘못 심었다며 다시 뒤집어 심으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었다. 다른 곳에서도 자연유기농업을 해보려고 밭을 임대 받았는데 밭주인이 자신은 풀이 자라는 꼴을 못보는 성격이라 깨끗이(?) 하라고 했다며 고민이 되는데 방법이 없냐고 하소연 하는 이도 있었다.
임대 해준 밭을 떼어가는 것도 아닌데 주인들의 간섭 때문에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월적인 지위를 누리려고 하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농사경험이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에서 오는 자만심일 것이다. 이런 경우 상대와 말싸움을 하다보면 서로 감정을 상할 수 있으므로 두루뭉술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좋다.
공공(주말)농장에서 지켜야 할 것들공공주말농장의 관리를 맡은 내가 속한 농업단체에서 초보농부를 위해 텃밭강사들이 농사법을 알려주고 있다. 농기구 사용법에서 작물에 따른 재배법 등을 알려주는데 초보농부의 경우 대부분은 먼저 도움을 요청한다. 또는 강사가 잘못된 것이 있으면 조언도 해주며 도움을 주지만, 자신의 고집대로 하거나 가르치려고 들지 말라는 투로 역정을 내는 사람도
있다. 도움을 주려고 했던 사람을 무안하게 하는 경우는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이다. 경험만큼 소중한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친환경 유기농업을 하는 것에 동의를 하고 텃밭을 분양 받았어도 검정비닐이나 농약사용을 하려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이 첫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화학농약의 관행농업에 익숙해졌거나 크고 많은 수확을 얻으려는 욕심이 과한 경우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교육을 통해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농사를 권장하지만, 과정보다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경우를 볼 때면 처음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가 있다.
공공주말농장의 경우는 내 밭이 옆 밭과 바로 붙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시비거리가 생기고,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흔한 것 중의 하나가 밭과 밭사이의 공동구역(통로)을 자신의 밭으로 조금이라도 더 늘리려고 하는 경우와 작물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서 옆 밭의 일조량을 차단하거나 덩쿨작물이 밭을 침범하는 경우다.
작물을 심기 전에 경험자의 조언을 듣거나 옆밭지기와 소통하고 친분을 쌓게 되면 얼굴 붉힐 일은 없다. 또한 사정에 의해 밭을 자주 돌보지 못할 경우에는 관리하는 곳에 알려 주고, 옆밭지기에게 밭을 맡기거나 작물을 수확해가도록 미리 알려주는 것도 텃밭에서 지켜야 할 예의라고 할 수 있다.
밭을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옆 밭에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텃밭은 자신의 생활권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마련하는 것이 좋다. 텃밭농사에 대한 의욕이 너무 앞서서 나중에는 멀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