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사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 비슬산 자락에 있다. 본디 유가면에서부터 걸어 올라간다면 20리 길도 더 되는 멀고 가파른 오르막 험로이겠지만, 절 바로 턱밑까지 매끄러운 도로가 닦여 있는 탓에 그런 노고는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주차장에서 소재사까지 걸어서는 한 방울의 땀조차도 날 겨를이 없으니, 등산의 묘미를 만끽하려는 분은 소재사에서 2시간 가까이 산을 타고 대견사지까지 올라야 한다.
소재사(消災寺)라는 이름은 '재앙을 없애준다'는 뜻이다. 물론 불자라면 누구가 사찰을 찾아 부처를 만남으로써 재앙이 없어진다고 믿겠지만, 그런 신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봄에 소재사를 찾아가면 어쩐지 근심과 걱정이 스르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늘과 땅, 계곡과 산자락을 가득 채우고 있는 봄의 빛깔 덕분이다.
소재사는 신라 때 창건된 절로 전한다. 하기야 신라가 국가적으로 불국정토를 추구한 때문이겠지만, 우리나라의 절은 둘 중 하나가 신라 때 창건되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으니 소재사가 그런 역사를 내세운다 한들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비슬산 자체가 신라 도성국사가 득도를 한 곳이고, 훗날 삼국유사의 일연 스님도 머문 곳이니, 그만 하면 소재사가 신라 고찰이라는 말을 무턱대고 허언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재사에도, 우리나라의 다른 신라 고찰들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의 건물이 남아 있는 것은 없다.
소재사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명부전에는 대구광역시 문화재자료 44호인 목조 지장보살좌상이 있고, 아담한 대웅전도 있고, 대웅전 앞에는 아직 꽃봉오리가 달리지 않은 오래된 배롱나무도 있지만, 나는 무엇을 볼 것인가. 그렇다고 대단한 유적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뎌내며 꿋꿋하게 버텨남은 거대담론이 전해지는 것도 아닌 이곳 소재사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볼 것인가.
나는 소재사에서 봄을 본다. 예로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구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을 '철이 들었다'고 했으니, 소재사에서 봄을 보는 일도 그리 만만한 가벼움은 아닐 것이다. 봄이 와도 봄이 봄 같지 않은 요즘 세상에서, 그래도 잠시나마 한가하게 봄을 느껴보는 것도 그리 흔하지는 않은 시간이리라. 사진과 글로 사람들에게 소재사의 봄 풍경을 널리널리 전해주는 이 작은 노고도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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