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 건설사들이 세종시 공사대금(이득)은 다 챙겨가면서 아파트만 안 짓는다고 하고 있다. 무책임한 일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시 2본부 오승환 판매부장이 세종시에 아파트를 짓기로 하다 최근 위약금을 물고 사업을 포기한 민간건설사(7곳)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12일 오후 2시 충남 연기에서 연기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2단계 분양설명회 자리에서다.
오 부장은 이날 작심한 듯 "국내 굴지건설사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문을 열었다. 최근 위약금을 물고 세종시 내 아파트 건설사업권을 포기한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삼성물산, 롯데건설, 두산건설, 금호건설, 효성 등 7곳 건설사를 두고 한 말이다.
오 부장은 "이들 건설사들이 아파트 사업권을 포기한 이유가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 극동건설은 사업성이 없는데도 아파트 건설 사업을 한다는 얘기냐"며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을 포기한 업체들이 세종시에서 지금도 토목공사, 각종 건축공사, 조경공사 등을 통해 공사대금을 다 받아가고 있다"며 "다른 공사대금은 다 챙겨가면서 아파트만 짓지 않겠다는 건 (돈은 돈대로 벌어가면서) 사회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07년 11월 아파트시공사를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며 "당시 명품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 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권 포기한 민간건설사 무책임으로 세종시가 흔들리게 할 수 없다"
그는 이들 건설사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아파트 분양가가 너무 낮아 이윤을 남길 수 없다며 토지주택공사의 낮은 분양가를 잡고 늘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얼마 전 인근 대전에서 같은 기간, 같은 조건에서 각각 토지주택공사와 민간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 분양가와 별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 부장은 그동안 있었던 민간건설사와의 협의과정도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민간건설사들은 지난 2009년 9월 정운찬 전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제기하자 '수정안 논란'을 이유로 아파트 건설사업권 포기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월 국회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자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아파트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
그러다 지난 해 10월에는 세종시 첫마을 1차 분양결과를 보고 결과가 좋으면 사업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단계(1582가구) 분양 결과 3345명이 청약해 211%의 청약률을 보였고, 일부 잔여 가구 선착순 수의 계약 때는 1만 여명이 몰려 계약률 99%를 기록했다.
하지만 민간건설사들이 이번에는 '분양가가 너무 낮아 못하겠다'고 밝혀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건설사들이 세종시에서 토목, 건축, 조경공사 등을 통해 각종 이윤을 취하면서 이윤폭이 낮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도시를 건설하려는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분양설명회에 참석한 연기와 공주지역 주민들에게 "세종시 첫마을 2단계 분양이 잘 되면 다른 민간건설사들이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2단계 분양율도 1단계 못지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첫마을 2단계는 내년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중앙행정부처 공무원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세종시 건설사업과 관련 상징성이 매우 크다"며 "사업권을 포기한 민간건설사들의 무책임으로 세종시가 흔들리게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이날 분양설명회에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지난달 20일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연 과천청사에서의 분양설명회에서도 10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오는 16일에는 대전(오후2시 대전컨벤션센터) 분양설명회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세종시가 수정안 논란에 이은 과학비즈니스벨트 후보지 제외설, 민간건설사 아파트 사업권 포기 등 복병을 잘 피해갈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 세종시 2본부는 이달 중 첫마을 2단계 아파트 3576가구(전용면적 59㎡ 214가구, 84㎡ 1천706가구, 101㎡ 459가구, 114㎡ 1천149가구, 149㎡ 48가구)에 대해 오는 20일께 입주자 모집공고 후 이달 말에서 6월 초 청약을 접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