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살면서 얼마나 그리워했던 곳인지 모른다.
서울로 다시 이사를 한 후에 이삿짐을 다 부리기도 전에 두물머리로 먼저 달려갔다. 지는 해와 어우러진 두물머리가 맑은 얼굴로 '반갑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종종 새벽이나 저녁 해질무렵 그곳은 나의 묵상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추진되면서 두물머리 일대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하면서 나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나 모임에 참석하는 정도였다.
옛날의 그 감흥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 같고, 마음이 아파 그곳을 피했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아침에 신문을 뒤적이다 양평 수종사에서 찍은 두물머리 사진을 보았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분단된 조국처럼 두 빛깔로 확연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4대강 사업공사가 한창인 남한강 쪽의 물이 흙탕물이었던 것이다.
마음 아프지만, 두 눈으로 확인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흙탕물보다도 더 내 눈을 아프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흙탕물을 타고 온 쓰레기들이었다.
그리고, 4대강 공사가 시작되면서, 팔당유기농단지 농민들과 정부와의 싸움이 시작되면서 시름거리던 두물머리의 작은 섬에 있는 나무들이 비썩 말라있었다.
지난 겨울, 다른 해와는 다르게 하얀 분말같은 것들이 뿌려져 있더니만 그 섬에 살던 나무들을 죽이는 약품이 아니었나 싶다. 사진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은 섬, 그 섬을 없애려면 추하게 만들어야 했을 터이다. 자연적으로 고사된 것이 아니라, 그 누눈가의 손길에 의해 나무들이 죽은 것은 아닐까?
이미 물은 한 줄기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오후가 되었어도 남한강과 북한강의 경계는 분명했다.
온통 흙탕물인 두물물머리, 쓰레기가 강가로 밀려와 있고, 근래에 자른듯한 나무들도 그냥 강가에서 뒹굴고 있다. 상수원보호지역인데,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 물이 그대로 취수장으로 들어갈 것이고, 서울시민들은 그 물을 마실 것이다.
이 물과는 상관없이 살 수 있는 분들도 계시리라.
까짓것 수돗물말고 생수 사다가 샤워하면 되지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죽지도 않은 강을 살리겠다고 삽질을 불철주야로 하더니만, 이렇게 강을 죽여버리고 있다.
이미 4대강 사업이 졸속사업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여기저기서 장마철이 되기도 전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으며, 속도전으로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4대강 사업은 멈추질 않는다. 저 삽질을 누가 멈추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