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 일 토요일 오전 10시 고베시 중앙구에 있는 오노하마 공원 구석에 모여서 고베 지역에 있는 노숙인들을 위한 점심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세계 몇 번째 경제 대국이라고 하는 일본에도 몇 만을 헤아리는 노숙인들이 길거리나 공원 빈터에서 몸을 누이고 허기를 달래며 맹물을 마시기도 합니다. 노숙인을 일본에서는 주로 홈레스(homeless)라고 합니다.
이번 점심은 고베에 있는 산노미야성당과 가나디안아카데미가 공동으로 마련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고베성당에서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세 차례 이곳 오노하마 공원에서 노숙인을 위해서 점심 식사를 제공합니다. 14일은 이 활동에 가나디안아카데미 학생들과 학부모들, 교직원이 같이 힘을 모았습니다. 이곳에 참가하는 가나디안아카데미 학생들은 봉사활동 점수를 받습니다. 오늘 봉사활동에 참가한 사람은 모두 37명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길거리에 잠을 청하는 노숙인의 숫자가 50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는 불교계 불자 타운에서는 5600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PC방이나 찜질방, 쪽방 등에서 살고 있는 노숙 위험군까지 고려한다면 몇 만 명이 될지도 모릅니다.
일본에서는 2008년 후생성 발표에 의하면 2008년 현재 일본 전국에 있는 노숙인, 홈레스의 수자가 1만6000명으로 2003년 2만5300명에서 많이 줄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고베시에는 146명이 있다고 합니다. 일본 노숙인은 2009년 9월 민주당 정권이 등장한 뒤 더욱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민주당 정권은 과거 자민당이 추진해온 댐건설 등 토목 사업을 많이 중단시키거나 포기했습니다. 그 결과 건설 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대거 노숙인으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고베시 중앙구에 있는 오노하마 공원 구석에는 산노미야 성당에서 관리하는 천막과 탁자, 그리고 식사를 만들 수 있는 도구들을 보관하는 가설 창고가 있습니다. 10시경 도착한 성당 신자들과 가나디안아카데미 학생들이 식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날 점심 메뉴는 한국식 비빔밥이었습니다.
'비빔밥 점심' 자원봉사...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돼야 합니다일부 한국 학부모들과 필리핀 학부모들이 비빔밥을 위한 재료를 미리 손질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탁자를 닦거나 당근, 양파, 파, 상추를 자르는 일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쌀을 씻어서 밥을 준비했습니다.
숙주나물, 당근 볶음, 불고기 볶음 등 비빔밥 재료 준비가 끝나자 밥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해 비빔밥 양념을 얹었습니다. 12시경 이제 서서히 노숙인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노숙인들에게는 비빔밥과 작은 빵, 그리고 작은 컵에 샐러드를 담아서 주었습니다. 그리고 보리차를 끓여서 마음대로 컵에 따라서 마시도록 했습니다.
비빕밥은 대략 200명 분을 준비했습니다. 비빔밥을 받아간 노숙인들은 160명이었습니다. 노숙인들이 모두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봉사활동에 참가한 성당 신도들, 가나디안 아카데미 학생들, 학부모님들 그리고 가나디안아카데미 선생님들이 같이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노숙인과 봉사활동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비빔밥을 먹었는데도 밥이나 비빔밥 양념이 조금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다 섞어서 주먹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노숙인들에게 다시 다 나누어 주었습니다. 주먹밥을 받은 노숙인들은 그 자리에서 먹거나 싸가지고 갔습니다. 노숙인들은 밥을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먹고 그릇을 세면대에서 씻었습니다. 일부 노숙인들은 그릇에 마른 행주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거의 아무 말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했습니다.
고베에는 이곳 오노하라 공원 이외에도 다른 요일 다른 곳에서도 노숙인들에게 아침 10시와 밤 9시에 밥을 주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노숙인들에게 밥을 주는 곳에는 노숙인들뿐만 아니라 연금생활자들이나 생활보호 대상자들도 나와서 밥을 먹는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 지원금이 다르지만 생활보호 대상자들은 달마다 10만 엔씩 받는다고 합니다. 오사카시의 경우는 13만 엔을 받습니다. 최소 연금생활자들은 달마다 7만 엔에서 8만 엔 정도 받는다고 합니다.
일본 노숙인들은 주로 도시 공원에서 기거하거나 잠을 잡니다. 그밖에 하천, 도로, 역 건물 순이라고 합니다. 고베시에는 YMCA에서 운영하는 갱생센터가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거의 무료로 잠을 잘 수 있고, 한 달에 2천 엔씩 용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많을 때는 100명 정도가 이층 침대에서 머물기도 합니다. 주로 연말연시 춥고 비가 올 때 많이 간다고 합니다.
필자가 학부형으로 봉사활동에 참가하여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가운데 우리 일행을 도와서 능숙하게 일을 도와주는 노숙인에게 고베 노숙인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58세로 나가이라는 사람입니다. 원래 목수였는데 공사가 끊기면서 노숙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결혼은 하지 않았고 가족은 없다고 합니다. 그는 아직 건강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면 빈 캔이나 폐지를 모아 팔아서 용돈을 쓴다고 합니다.
노숙인 나가이씨는 젊어서 복싱, 가라데, 유도 등 운동을 했기 때문에 공원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운동을 가르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노숙인 숫자는 후생성 발표와 달리 오사카, 교토, 고베 등 간사이 지역에 적어도 10만 명 정도이고, 일본 전국에는 아마 100만 명 정도는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일본 시골에서 노숙인들이 도쿄나 오사카 등 큰 도시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나, 소득차, 능력차이 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먹고 입고, 사는 데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인권입니다. 사회 구성원 일부가 사람으로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것도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불평등한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닙니다.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고, 누구도 안전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바로 세우는 것이 올바른 정치이고, 깨어있는 시민 의식인지도 모릅니다.
참고 사이트
-고베 갱생센터,
http://d.hatena.ne.jp/yomawari/20090719/1247972741 -불자 타운,
http://www.mhlw.go.jp/houdou/2008/04/h0404-1.html-사회복지법인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
http://www.wjcsw.or.kr/pds/view.php?forum=news&st=&sk=&page=0&num=1494-일본 후생성,
http://www.mhlw.go.jp/houdou/2008/04/h0404-1.html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