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500꼭지 가량의 책소개 글을 쓰는 동안 이제는 어떤 책이든 무난하게 읽는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읽는가.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에 관심이 많다.
책도 사람처럼 저마다 다르다. 당연하게 책읽는 방법도 책에 따라 달라져야 하리라. 그러기에 어떤 책을 또 다른 누군가는 어떻게 읽는지가 늘 궁금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한 이 관심과 호기심은 계속되리라.
그리하여 누군가 책을 읽고 있으면 읽던 책을 멈추고 관심 있게 보게 된다. 어떤 책을 읽는지도 궁금하고 어떻게 읽는지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서점이나 누군가의 책장에서 책읽기 혹은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 보이면 넘겨볼 때가 많다.
<수만 가지 책 100% 활용법>(북포스 펴냄)은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란 주제로 효율적인 책읽기 방법 88가지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인터넷시대 더욱 요구되는 책읽기나 그 중요성부터 나만의 방법을 정해 책읽기, 읽고 싶은 책을 빨리 찾아내는 방법, 발상이 풍요로워지는 책읽기, 나의 의견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아웃풋 책읽기 등 책 선택부터 읽고 활용하기까지의 88가지 책 읽는 방법들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냥 읽으면 되지 무슨 책 읽는 방법씩이나?'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책을 좋아한다면, 살아가는 동안 책을 놓지 않겠다면, 막연하게 책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그리고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이처럼 책 읽는 방법들만을 정리한 책 한 권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더럽히다: 책에 뭔가를 메모하려다가 왠지 주저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당신 안에 아직도 책에 대한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낡은 책이나 버려도 괜찮을 만한 책을 꺼내 과감히 밑줄을 긋거나 당신의 생각을 여백에 적어 봅시다. 노트라고 여기고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써 보는 것입니다. 혹시 깨끗하게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중고서점에 팔 계획인가요? 중고서점에 책을 팔아서 얻는 이득과 책의 내용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이득을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똑딱이 볼펜을 들고 읽자:…책에 메모하는 것은 독서의 부수적인 행위가 아닌 독서의 당당한 일부입니다.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에 표시를 하지 못하면 마음이 켕기고 답답합니다. 마치 보물을 찾아서 몰래 숨겨두었는데 그곳에 표시를 해두지 않아 나중에 이 장소를 찾지 못할 것 같은 불안과 비슷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펜을 들고 읽어봅시다. 메모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펜을 들고 책을 읽다보면 뭔가 적고 싶은 생각들이 떠오를 겁니다. 펜도 종류가 다양한데 똑딱이 볼펜을 권합니다. 볼펜을 들고 책과 마주하면 책이나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적극적인 자세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당신과 책의 관계, 즉 독서는 생기를 띠게 됩니다.청소년기부터 어른이 되는 동안, 아이를 업어 키우는 중에도 이틀 넘게 책을 놓고 산 적이 없다. 이렇게 오랫동안 책과 친하게 지내는 동안 나만의 책 읽는 방법들도 생겼다. 거의 대부분의 책들을 무언가를 적을 수 있거나 밑줄을 그을 수 있는 메모도구를 가지고 읽는다.
메모 도구 없이 읽는 책들은 소설 정도. 그런데 소설일지라도 유난히 인상 깊은 표현이 많다거나 내가 모르는 낱말들이 많으면 밑줄을 긋고 책의 뒷장에 페이지를 메모하기도 한다. 혹은 손가락 굵기의 포스트잇을 페이지에 붙이며 읽는 책들도 있다.
어느 때는 책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들을 일기를 쓰듯 2~3페이지에 걸쳐 쓸 때도 있다. 그중 어떤 글은 정리하여 <오마이뉴스>에 책소개 글로 송고하기도 했고 '사는 이야기'에 송고하여 기사가 된 것들도 여러 편이다.
이런 내게 "책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책을 함부로 읽을 수 있는가?" "왜 그렇게 책을 더럽게 읽는가?"라며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메모를 하거나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으면 책읽기가 훨씬 재미있어진다.
누군가의 말을 그냥 듣기만 할 때와 중요한 말, 인상 깊은 말은 마음 속에 새겨듣는다든지, 이야기 중에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것이나 약속 같은 것을 별도로 메모한다든지 하며 이야기 나눌 때 그 차이가 엄청나듯 책과의 만남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실 책에 메모하거나 밑줄을 긋는 방법도 별도로 배워야 할 정도로 다양하다. 이 책에도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동그라미 치자', '핵심문장 체크하기', '책을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활용하자' 등과 같은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된다.
책 속 방법들을 모두 따라할 필요는 없다. 어떤 방법은 그다지 효율성 없어 보인다. 물론 이런 판단은 내 기준에 의한 것이지만. 나는 저자와 달리 똑딱이 볼펜이 아닌 샤프 연필을 들고 메모하고 밑줄 긋는다. 볼펜으로 메모하거나 밑줄을 그으면 메모한 글씨나 밑줄이 뒷장에 비치는 경우도 있고 흔히 말하는 볼펜똥이 번져 지저분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인용문에서 생략했지만 저자가 연필보다 똑딱이 볼펜을 고집하는 이유는 메모한 것을 쉽게 읽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나도 저자와 같은 이유로 볼펜 메모를 고집한 적도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샤프 연필을 고집하게 됐다. 그 대신 찾은 대안은 0.7 혹은 0.5샤프연필, 게다가 진한 B심을 쓰면 보이지 않을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책에 메모하는 것을 시작하게 한 책은 20대 초반에 읽은 <독서의 기술> 그 책의 저자는 그냥 메모하는 것만 알려줬지 이 책의 저자처럼 '이런 이런 이유들로 연필보다는 똑딱이 볼펜으로 메모하는 것이 좋다'까진 말하지 않았다. 내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5년 넘게 고집하고 있다.
이 책의 독자들 역시 저자가 제안하는 책 읽는 방법 중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따라하고, 저자가 제안한 것을 힌트로 나처럼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약간 바꿔 활용해도 된다.
싫어하는 책 읽어보기: 당신이 읽는 책은 당신이 읽고 싶은 책일 것입니다. 독서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와 달라서, 독자의 노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읽기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독서의 범위를 '읽고 싶은' 책에만 한정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빗댄다면 마음이 맞는 사람과의 교제는 즐겁지만 친한 사람들만 만난다면 당신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싶습니다. 자신의 편파적인 생각을 깨달을 수도 없으며 인간으로서의 폭도 넓어지지 않습니다.이런 부분도 눈에 띈다. 책을 그다지 많이 읽지 않는 사람일수록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 좋아하는 작가의 책에 우선 관심을 두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읽고 싶지 않았던 책도 들여다 보면 의외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나아가 책을 통해 얻은 '의외의 기쁨'은 이제까지 관심두지 않았던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마치 오가는 길에 인사 정도만 했던 사람과 어느 날 이야기 몇 마디 나누다보니 의외의 모습을 발견함으로써 그 사람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외에도 '만다라트로 읽고 싶은 책읽기', '인터넷 서점과 서평 공간을 활용하자', '서평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보자' 등처럼 인터넷을 이용한 방법들도 소개되고 있어 책의 활용가치는 훨씬 높다.
사실 누군가에게 직접 듣지 않는 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책 읽는 방법들을 알기란 쉽지 않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지 관심 두고 보더라도, 책제목과 함께 밑줄을 긋는다든지 중요한 부분에 특별한 표시를 해둔다 등과 같은, 겉에 보이는 것만 짐작할 수밖에 없다. 책에는 '책을 읽는데도 이렇게 많은 방법들이 있었나?'의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방법이 실려 있다. 책과 적극적인 만남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필요한 책이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수만 가지 책 100% 활용법>|저자:우쓰데 마사미|옮긴이:김욱|출판사:북포스(2011.5.13|값: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