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MB의 '공약 뒤집기'가 과학벨트를 정략적 흥정거리로 만들었다"
<한겨레> "정부의 기회주의적인 정책이 갈등을 키우고 있다"
<조선> "국책사업 갈등은 노무현 탓, 지역 발전 공약 내지 말아야"
<중앙> "지역 이해보다 더 중요한 건 국익, 전문가들의 판단 존중해야"
<동아> "지역의 반발은 이기주의일 뿐, 합리적 국민들은 동의 할 것"
이명박 정부의 잇단 말 바꾸기와 오락가락 행보로 LH본사 이전과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 간, 지역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3일 국토해양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유치경쟁을 벌였던 전북 전주에는 국민연금공단을 옮기기로 했다.
정창수 국토부 1차관은 "분산 배치는 2009년 10월 통합된 공사를 다시 양분하는 것으로 경영 비효율화를 낳고 통합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산배치를 주장해 온 전북은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LH 본사 이전 시 전북은 연간 262억원에 이르는 지방세를 받게 될 예정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의 지방세는 연간 6억여원에 불과하다. 때문에 13일 국토해양부의 국회 상임위 보고가 무산됐으며, 전북 지역에서는 도지사와 주민들의 궐기대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14일에는 정부와 여권 인사들의 입을 통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대전 대덕특구를 거점으로 하되 연구예산의 절반은 대구, 광주, 경북, 수도권 등 나머지 지역들의 연구기관에 배분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발표를 이틀 앞두고 비공개로 진행되어 오던 입지 선정 내용이 흘러나오자 그동안 과학벨트 유치에 앞장서 왔던 지역들이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의 출신지인 대구․경북에서도 'MB심판' 혈서가 등장했다.
LH이전과 과학벨트 입지선정을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 있다. 국책사업은 예산 규모나 고용창출 효과 등이 막대하다는 점에서 지자체 간 치열한 유치경쟁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약속 뒤집기와 오락가락 행보로 갈등을 증폭시키고 스스로 불신을 자초했다.
LH이전은 참여정부 시절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이전 계획으로 시작됐다. 이 계획은 낙후 지역을 더 배려하는 차등배치가 핵심으로 당시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북에 토지공사를 이전하고, 상대적으로 나은 경남 진주에는 주택공사를 이전하는 것으로 결정됐었다. 때문에 경남에 LH를 일괄 이전한다는 발표는 균형발전이라는 공공기관 이전의 목적 자체를 흔드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약속을 뒤집은 것도 문제다. 2009년 국토해양부는 LH통합공사법 심의 당시 "통합정신에 배치되지 않도록 분산배치해 혁신도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불쑥 일괄 이전 계획을 발표하니 전북의 반발이 커지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되자 LH 이전을 '영남권 달래기' 선물로 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학벨트 선정 과정은 더 문제다. 애초 과학벨트는 이명박 대통령이 기초과학 역량을 높이겠다며 세종시와 대덕연구단지, 오송·오창 산업단지를 하나의 과학벨트로 발전시킨다는 대선공약이었다. 공약대로 충실하게 이행하면 될 것을 갑자기 지난 2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 발언을 내놨다. 이 대통령의 '공약 뒤집기'로 각 지역은 과학벨트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지자체들을 잔뜩 부추겨 놓고는 다시 대덕연구단지로 결정했다. 게다가 경쟁 지역 여론을 의식해 연구효율을 무시한 채 과학벨트를 영남과 호남에 분산배치하겠다는 결정까지 내렸다. 정치적 결정을 배제하겠다고 했지만 이 대통령 스스로 과학벨트를 정략적 산물로 만든 셈이다.
16일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둘러싼 지역갈등이 증폭된 원인을 정부의 '말바꾸기'와 '공약 뒤집기'로 꼽았다. 반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선정과정에서 벌어진 정부의 책임을 따지기는커녕, '국익'을 앞세워 정부를 두둔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지역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지역이해보다 중요한 것은 국익"이라면서 정부 결정을 존중할 것을 당부했고, 동아일보는 "국익을 기준으로 결단하고 충정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면 된다"면서 지역의 반발은 "지역주의,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했다. 조선일보는 문제의 원인이 '국책사업 공약' 자체에 있는 것인 양 호도했다. 또 LH이전과 세종시, 동남권 신공항 추진 등이 노무현 정부 때의 공약이거나 추진된 사업이었다면서 이명박 정권의 실책을 노무현 정부에게로 뒤집어 씌웠다.
<국책사업 갈등, 불지르는 정부>(경향, 1면)
<연구원 분산 사실상 '삼각벨트' 과학계선 "과학 빠진 정치벨트">(경향, 2면)
<"배은망덕" TK민심 격앙…'MB 심판' 혈서까지>(경향, 3면)
<"여권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경향, 3면)
<"역풍 몰아칠 텐데…"의원들 공황>(경향, 3면)
<'과학' 대신 '정치'로 변질된 과학벨트>(경향, 사설)
경향신문은 1면 <국책사업 갈등, 불지르는 정부>를 통해 "정부의 잇단 말바꾸기가 불신을 자초하고, 조정․설득력 부재로 리더십이 실종되면서 정글식 '먹고 뺏기' 경쟁의 후유증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정부의 '무원칙'과 돌려막기식 정치적 결정이 국책사업 갈등을 확대"시키고 있다면서, "과학벨트 등의 입지 발표 후 정부의 국책사업 결정이 일단락돼도 지역 간 갈등은 쉬 사그라지지 않고, 내년 총선․대선까지 쉬 사그라지지 않고, 내년 총선․대선까지 그 갈등과 여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을 전했다.
2면 <연구원 분산 사실상 '삼각벨트' 과학계선 "과학 빠진 정치벨트">는 "정치권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것과 달리 과학계는 과학벨트에 대해 시큰둥한 분위기"라면서, "정치 논쟁에 가려 정작 과학벨트에서 '과학이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사설 <'과학' 대신 '정치'로 변질된 과학벨트>에서는 "정치 논리가 개입돼서는 결코 안되는 과학벨트가 사실상 '나눠먹기'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면서, "과학벨트가 정략적 흥정거리가 된 계기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뒤집기"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과학벨트가 "기초과학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과학 선진화의 비전을 담은 사업인 만큼 모든 정책 결정은 '연구효율의 근대화' 원칙 아래 이뤄져야 마땅"하지만, 과학벨트의 분산배치는 "정략을 위해 연구효율을 일정 부분 희생시킨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남권 신공항 결정에서 보듯 정부는 갈등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커녕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킨 뒤 정략적으로 봉합하는 행태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면서, "정부 결정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지역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벨트 대덕행·LH 이전…전국 들끓어>(한겨레, 1면)
<지역 균형발전 '휴지 조각'…총선 의식해 '속전속결'>(한겨레, 3면)
<영남 "MB에게 또 속았다" 호남 "정략적 심사 아니냐">(한겨레, 3면)
<거점지구=대덕, 기능지구=세종·오송·오창 타지역에 25개 연구단…예산 절반 배정>(한겨레, 3면)
<국책사업 난맥상 절정 이룬 과학벨트 입지 선정>(한겨레, 사설)
한겨레신문은 3면 <지역 균형발전 '휴지 조각'…총선 의식해 '속전속결'>에서 과학벨트와 함께 "동남권 신공항 건설, 한국토지주택공사(LH)본사 입지를 포함한 지역갈등 유발 국책사업 '빅3'가 사실상 정리"된다면서, 국책사업 입지 선정에서 제외된 지역과 정치권은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인식 부재와 뒤늦은 '속전속결'로 지역갈등을 증폭시켰다"고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정부가 그동안 미뤄뒀던 굵직굵직한 지역갈등 국책사업을 속속 매듭짓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 4년차인 올해가 난제를 정리할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면서, 청와대 측은 "이달까지 갈등 현안들을 정리하고 나면 (국정 지지도가) 저점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지역과 정치권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 <국책사업 난맥상 절정 이룬 과학벨트 입지 선정>은 "대형 국책사업 입지 선정은 본질적으로 지역 간 갈등 유발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확고한 원칙과 일관성,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이 요구"되지만, 그동안 정부가 보인 "무원칙, 오락가락, 책임 떠넘기기 등의 행태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정부의 무원칙은 필연적으로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 식의 행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에도 과학벨트 유치 경쟁에서 탈락한 지역들을 달래기 위해 뭔가 보따리를 풀어놓을 게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기회주의적인 정책을 펴니 갈등은 갈등대로 커지고 정부에 대한 신뢰 역시 계속 떨어지는 것"이라면서, "정부의 국책사업은 이제 민심 수습 이야기를 꺼내기도 민망할 정도로 엉망진창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과학벨트, 후보지 확대해 지역갈등만 키웠다>(조선, 4면)
<대구․경북 "동남권 신공항도 무산시키더니…" 광주․전남 "정략적인 심사 의혹">(조선, 4면)
<여야, 내년 대선 지방 공약 말자 대타협 이루라>(조선, 사설)
조선일보 4면 <과학벨트, 후보지 확대해 지역갈등만 키웠다>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비판 목소리를 전하고 "청와대는 과학벨트가 충청권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장시간 '요식행위'를 거치느라 지역 갈등을 키워 왔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설 <여야, 내년 대선 지방 공약 말자 대타협 이루라>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물타기 하는 교묘한 주장을 폈다. 사설은 LH이전, 세종시, 신공항 추진 등은 노무현 정부의 공약이었거나 추진한 사업이었다며 "표를 좀 더 끌어 모으겠다는 욕심에 내놓은 국책사업 공약들로 나라를 찢어 놓는 일만은 그만둬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여야는 선거판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전인 올해 안에 특정 지역에 특정 사업을 끌어오겠다는 선거 공약만은 하지 말자는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과 관련된 공약은 국토균형발전 기여 여부, 실현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따져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밟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마치 모든 지역관련 공약이 문제인 양 다룸으로써 국책사업을 파행으로 이끈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물타기 한 셈이다.
<호남 "모든 수단 동원해 백지화 시키겠다" TK "신공항 이어서 또…강력 저항할 것>(중앙, 4면)
<3조5000억 투자 과학 신도시 MB의 3대 대선 공약 중 하나>(중앙, 4면)
<과학벨트 또 다른 쟁점…5000억 예산 연구단 50개, 대전․대구․광주에 몇 개씩 가나>(중앙, 4면)
<"과학벨트는 국가 미래, 정권과 상관없이 가야">(중앙, 4면)
<국책사업 갈등 막을 근본 대책 세워야>(중앙, 사설)
중앙일보는 4면 <과학벨트 또 다른 쟁점…5000억 예산 연구단 50개, 대전․대구․광주에 몇 개씩 가나>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행은 일정정도 예견돼 왔다"면서 익명의 인터뷰를 통해 "결과적으로 충청권 입지 공약을 지킨 셈"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면 <"과학벨트는 국가 미래, 정권과 상관없이 가야">는 중이온가속기 설계 총괄 책임자 홍승우 교수와의 전화인터뷰를 싣고 "홍 교수는 과학벨트 입지가 확정된다는 것에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설 <국책사업 갈등 막을 근본 대책 세워야>는 "결과가 어떻든 세종시와 동남권 신공항 등 나라를 사분오열시켰던 대형 국책사업들이 대부분 일단락 됐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지역 간 갈등과 분열이 재연되고 있는 건 걱정스럽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탈락한 지역 주민과 정치인들의 울분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역 이해보다 더 중요한 건 국익"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사설은 "과학벨트를 세계최고 수준의 기초연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에 세워야"하고, "이런 문제일수록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지역들이 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할 것을 강조했다. 또 "더 이상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이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국책사업을 둘러싼 국력소모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학벨트, 대전 거점-대구 광주 '연합캠퍼스'로>(동아, 1면)
<연구단, 대전25-대구10-광주 5-수도권 등 10개>(동아, 8면)
<영남 "미리 정해놓고 짜맞추나" 호남 "본원은 광주에 설치돼야" 충청 "분산 아닌 통합만이 해법">(동아, 8면)
<정부여당, 숙제 당당하게 풀고 국민 심판 받으라>(동아,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정부여당, 숙제 당당하게 풀고 국민 심판 받으라>를 통해 정부의 파행적인 국책사업 입지선정을 '국익', '원칙', '소신' 따위로 포장하며 "당당하게" 밀어붙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명박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 백지화,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이전,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과 한미 FTA, 사법․국방 개혁 등 "복잡다단한 국정과제들과 마주치게 됐다"면서 "이런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이 정부의 성패와 국가 장래 그리고 민생이 달려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더니 "정부와 여당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숙제들을 국익의 관점에서 당당하게 풀고 선거를 통해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국익을 기준으로 결단을 내리면 지역주의나 집단이기주의에 따른 반발이 있다손 치더라도 합리적인 국민의 묵시적 동의를 받아낼 수 있다"고 훈수했다. 또 "이래도 좋은 소리 못 듣고 저래도 두들겨 맞을 일이라면 국익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최대한 객관적인 답안을 내 충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평가를 받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행태가 초래한 최악의 지역갈등을 '지역주의', '집단이기주의'로 규정하고 여기에 "맞서라"고 주장함으로써 정부의 책임을 덮어버린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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