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충주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지리산이 있는 전라남도 구례로 이사를 왔습니다.
도시가 전세대란이라더니… 구례에서 집을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1년 사글세 130만 원으로 3년 계약한 넓은 마당의 집입니다.
커다란 동백나무와 텃밭의 두릅, 엄나무, 감나무… 좋은 가격으로 잘 찾았다고 생각하는데, 주위의 시골분들께서는 '뭘 빈집을 그리 비싸게 주고 빌렸나'하는 분들도 계시네요.
봄이 되어 텃밭에 이것저것 심기도 하고 수확도 해서 먹던 어느날 시멘트 바닥에 살짝 올라온 잎을 보게 되었습니다. 상추 잎입니다. 처음엔 조그만 것이었는데… 과연 저 상추가 얼마나 클까 지켜보고 있으니 잘 자라고 있네요.
어떻게 올라 온 것일까요? 시멘트 바닥의 작은 틈으로 상추 씨앗이 떨어져서 겨울을 나고
연약하고 조그만 씨앗에서 부드러운 뿌리가 내려 시멘트 사이를 뚫고 지나가고, 어리고 연한 잎을 틔워 이렇게 컸습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것은 진정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시멘트 벽 같은 어려움도 연약하지만 조금씩 내리는 상추 뿌리의 노력으로 꼭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상추가 꽃을 피우고, 또 씨앗을 만들어 주위에 뿌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