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주한미군이 베트남 전쟁에 썼던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를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인 캠프캐롤(CAMP CARROLL)에 매립했다는 주장과 관련 환경부와 경상북도가 20일 오전 환경조사에 나선 가운데 시민단체가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국정조사와 미군의 사과 요구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경북진보연대,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주노동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은 20일 오후 캠프캐롤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주한미군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영남권의 식수원인 낙동강에서 불과 630미터 떨어진데다 그동안 기름유출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은 미군기지라 더욱 국민적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며 "매립한지 30년도 더 지난 드럼통의 부식 우려와 고엽제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청난 환경재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캠프캐롤은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하천에 기름을 유출한 전과가 있는 기지"라며 우려가 더욱 심각하다고 말하고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공개 ▲국정조사 실시 ▲주한미군의 사과 ▲오염지역의 정화와 피해주민에 대한 보상 ▲전국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조사 실시 등을 요구했다.
대구경북진보연대 백창욱 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 참담한 심정으로 서 있다"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월남에 뿌렸던 고엽제를 설마 우리나라 땅에 묻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하고 "미국과 주한미군이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으면 어떠한 행동도 불사할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대구평통사의 백창욱 대표도 "이번 사태로 미군이 남한의 안보가 아닌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주둔한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고 말하고 "오늘 환경부 관계자들이 미군기지 안에 들어가서 확인해야 되는데도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요식행위만 하더라"며 "이러고도 주권국가라 말할 수 있는지 부끄럽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이날 오전에 있었던 정부와 지자체의 현장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경북진보연대 김선우 집행위원장은 "경북도청 관계자, 칠곡군 의회, 경북도의회,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칠곡군청에 모여 버스를 타고 현장을 조사한다며 미군기지 옆 하천을 둘러보고 잘 보이는 곳에서 기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게 전부"라고 비난했다.
김선우 집행위원장은 "정부조차도 기지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미국 언론을 통해 진상을 알고 있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민간인이 함께 참여하는 현장조사와 국회에서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한국 내 전 미군기지의 전수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군기지 앞 문화아파트 주민들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
미군기지 인근의 주민들은 불안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기지 맞은편의 골목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씨는 "지금까지 숨겨왔다는게 충격이고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많다고 말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더 큰 피해가 없도록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불안해서 수돗물도 못먹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군기지 맞은편 인근의 문화아파트 주민들의 불안은 더 컸다. 이곳은 지하수를 끌어올려 식수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은 한결같이 지하수 대신 수돗물을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내에 조사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며 믿을수 있는 조사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부 김현숙(40)씨는 "우리나라 조사단이 미군기지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면서 무슨 조사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안해서 다른 곳으로 이사가고 싶다"고 말했다.
문화아파트 앞에서 식당을 하는 조 모씨도 "왜관 사람들은 지금 난리도 아니"라며 "얼마 전에는 수돗물이 안나와서 고생했는데 이젠 고엽제 때문에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이사라도 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곳 미군기지와 인접한 칠곡군의 석전리와 매원리 일부 등 5곳도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건강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게 제기돼 빠른 조사결과가 나오길 기대하지만 최소 한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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