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말한다.
그깟 등록금이 뭐라고 5월이 넘게 무의미한 싸움을 하고 있니? 네가 한다고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네 것부터 챙기고 해야지. 벌써 26살이야. 옛날이면 시집갈 나이인데. 다른 얘들은 벌써 삼성에 LG에 취업해서 잘 산다더라.
26살, 사회에 나가면 어린 나이지만, 학교에서는 '여자 예비역'! 지금 나는 그렇게 인하대를 다니는 4학년 2학기 취업을 앞둔 여대생이다.
수능을 보고 스스로 지원한 인하대였지만 사실 원하던 대학은 아니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SKY(진짜 오랜만에 입에 올려보는 단어다)에 들어가서 좋은 곳에 취업해서 돈도 많이 벌고 떵떵거리면서 살고 싶었다. 그래도 이왕 들어온 대학, 멋지게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감당하기 어려운 등록금이 나를 공부만 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결국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뒤로 하고 부총학생회장 출마를 하겠다고 이야기 했을 때,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의 슬픈 표정이 항상 마음에 박혀있다. 이 시대에서는 스펙을 쌓고 빨리 졸업을 하고 취직하는 것이 효도다.
그러니 나는 죄인이다. 그렇게 가슴에 못 박았던 딸이 이번에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청와대에 섰다.
이 미친 등록금의 나라가 가족을 죄인으로 만든다
인하대학교 등록금 3.9% 인상!
1월부터 지금 5월까지 등록금 투쟁 중이다. 남들은 등록금 투쟁을 개나리 투쟁이라고 부르지만 개나리는 진 지도 오래, 푸른 나뭇잎에 뜨거운 햇살로 눈부신 오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3월 30일 인하대에는 5000명이나 되는 학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등록금 동결을 외쳤다. 무대에서 수많은 인하인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인하대는 묵묵무답이었다.여전히 동결은 불가하니 학생들이 이해해 달라는 방침만 고수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5월 3일, 등록금문제 해결과 학교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며 나는 머리카락을 잘랐고, 한 남학생은 곡기를 끊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학교도 정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무엇이 우리들을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한번도 부족하다고 느끼며 살아본 적은 없었다. 사립고등학교라서 공립보다는 수업료가 조금 비쌌어도 즐거웠던 고등학교 생활. 그러나 대학에 와 처음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부모님과 나는 울었다.
"우리가 못나서 너까지 고생하는구나. 정말 미안하다."부모님은 딸 앞에 죄인이 되었고, 공부하겠다고 대학에 간 딸도 죄인이 되었다.
2300만 원. 사회에 나가기 전에 벌써 어깨가 무거워지는 여대생은 매달 말일이 되면 통장 잔고를 확인한다. 한번이라도 이자를 연체하게 되면 다음 학자금 대출을 받을 때 문제가 생길까봐 꼬박꼬박 확인하게 된다.
이 미친 등록금의 나라가, 열심히 살아가는 대학생과 그 가족 모두를 죄인으로 만든다.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은 경찰이 지켜주고
학생총회 때 학우들과 함께 결정했던 입법청원운동. 등록금 문제 해결의 핵심은 정부에 있기에 등록금액상한제와 청년고용문제해결을 위해 4월 동안 3500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로 갔지만 그냥 전달만하겠다는 우리들은 입구도 가보지 못한 채 너덜너덜해진 서명용지를 바라보며 눈물만 흘려야 했다.
없던 것을 만들어달라고 떼를 쓴 것도 아니었다. 정부가 약속했던 반값등록금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이야기하러 간 것이었다. 정부가 등록금 정책을 방관하고 있으니 학교는 등록금을 올려 적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힘들게 졸업해도 절반이 취업하고 그 중 절반만이 정규직이 되지 않는가.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5명의 인하대생은 '불법'이었다.
대한민국에서 20대로 살아간다는 것.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서럽고 슬프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저렇게 경찰이 지켜주고, 약속을 지키라고 이야기 하는 대학생들은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들은 죄인이 아니다. 부업에 공부에 열심히 살아가는 대학생.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부모님이 죄인일 리 없다. 너무나 정당한 우리들의 싸움이 죄일 리 없다.
지금, 모두가 행복해지는 꿈을 꿔본다. 그리고 꼭 만들어가고 싶다. 지칠 때도 있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부끄럽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한 꿈이 아니기에 오늘도 힘을 낸다.
"엄마, 아빠! 전 두 분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1만 8천 인하인 여러분, 300만 대학생 우리 모두 힘냅시다!"
앞으로 인하대는 24일 등록금 문제해결을 위해 1만 명이 모이는 '우리는 인하다'를 준비하고 있다. 이 곳에서 밝히는 촛불이 모든 인하대를 넘어 대학생의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