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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정치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지요. 서로 화합해야 합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어 어느덧 곁에서 활짝 웃고 있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정희대제에게서 습득한 강철비권과 원칙준수권만으로 무림계의 절대 고수로 입봉한 근혜여랑위께서도 새로운 비권 하나쯤은 장착할 때가 되었고, 무림대권에 뜻을 둔 사람들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면접무공을 앞지르고 있는 비면접 무공, 즉 온라인권의 시시각각 까발림 권술 앞에 자신만의 화장술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법정비무대회를 통하여 의회에 입성한 사범들보다 민중들이 도장의 신선함으로 선택한 민주노동자방의 경우, 의회에 입성한 사범들의 수도 많지 않고, 또 치러지는 대권경연마다 그들의 단골구호인 비정규직노동자들 800만 중에서도 10%도 안 되는 인원들이 지지하는 군소정당이지만, 당비를 내는 정당인들의 결속과 똑똑하고 야무진 정희선영공의 리더십으로 우리 무림공방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군림해요.

그러나 충청 무림민중들을 등에 업고 다시금 무림대권을 넘보던 회창객의 자유선진정방은 온라인권 개발에 소극적이더니 드디어는 회창객의 급작스런 사퇴로 '유쾌한 청백무림전'을 진행하던 무림방송아나운서 출신의 웅전미남궁이 졸지에 정방장으로 등극했으나, 미래가 불투명하지요. 무림계의 절대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점차 요사스럽게 변해가는 무림비권들에 강력한 태클을 걸던 자유선진정방의 미래는 온라인권의 수혜자이자 20~30대 '젊팡이작권'을 장착한 민주노동자방의 그것보다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지요.

지원진도창 형님, 형님의 어진 공력과 저의 마초권법이 무림의 한 축을 이룬다면 어찌 우리 대한 무림의 미래가 어둡다고 할 수 있습니까? 마침 우리 한나라방의 새로운 의회대표로 어느 계파도 아닌 수도권의 변방으로 지금까지 무림정계에서 홀대받던 인천공국의 우려연수방이 선정되었으니 어디 한 번 4선 관록의 포청천, 우여공의 무공을 믿어봅시다. 자, 한 잔 가득 받으세요. 그동안 이 아우의 재롱을 너그러이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을 아우님. 그동안 이 까탈스런 자칭 가수 연예인의 파파라치들을 물리쳐주느라 고생이 많으셨던 건 무성부도청이지. 자 그러지 말고, 우리 서로 가져온 한 말의 탁배기도 어언 바닥이 드러나니 이제는 목포막걸리, 부산막걸리를 섞어 화합주를 만들어 마시세나. 일명 폭탄주, 말아먹잔 말이지. 그리하여 삼국시대 이래로 요원해 온 영호남의 갈등을 한 입에 털어버리자구. 자, 섞세, 섞어 향단이와 방자의 터진 속이 얽혀지듯 섞세나 그려."

무성부도청의 웃음소리에 섞여, 가락 좋아하는 남도한량 지원진도창의 권주가가 끝날 무렵, 대한무림국의 행정안전국을 통솔하는 행정방 맹형규공이 이번에는 서울공국의 탁배기를 들고 주막을 찾았다. 이래저래, 술 좋아하는 무림정객들의 주청의 불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림의회의 전 대표들이 쓰린 속을 비비며 자리끼를 찾고 있을 즈음, 대한 무림국의 황제인 명박경술사의 요청으로 구라파를 방문하고 인천공항 입국장을 들어서는 근헤여랑위를 맞으러 한나라방의 거의 모든 의회사범들과 재야 사범들, 또한 '근혜짱'을 외치며 온라인 무도방을 도배하는 '근혜여랑위빠'들은 도통 알아먹을 수 없는 피켓들과 '싸랑해'로 변색된 하트를 그려대며 그 넓은 세계 무림국 최고의 안전공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무렵, 이미 오래 전부터 조직된 근헤여랑위의 싱크탱크, '여랑위대권무림연구소'에는 기존의 발기(?)인들의 발기도 모자라 새로운 무림협객들과 계룡산 면벽수도를 마치거나, 채 마치기도 전에 달려 온 무술 연구가들, 그리고 전 무림맹주들 밑에서 호위호식, 무림장자관을 역임한 인사들까지도 인산인해. 조금 더 늘린 연구공방팀장 자리를 놓고 수백 대 일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새로운 '미래권력'의 하루는 참으로 더디고도 길었다. 인천공항은 귀빈실을 온통 비워놓고 새로운 무림의 미래권력을 맞이하느라 호들갑이었고, 수천 수백의 몰이꾼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드디어 근혜여랑위가 귀빈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랑위의 문파사범 수십 명들 중 항상 지근에서 수첩을 꺼내는 정현딸랑공과 비서실장격으로 상승무림의 절대고수 정복행농이 있다.

그러나 정복행농이 '대한전통무예도보통지' 대표가 되어 명박경술사의 관심을 받은 후, 무림의 먹거리 책임자인 농수산식품부에 입각하였는데, 무림국을 휩쓴 구제하기 어려운 가축병 '구제역'으로 잘 나가던 폭주기관차에 제동이 걸려 돼지, 소 등을 겨우내 매몰하는 사이, 자신이 만들어 천거한 인천공국 서구현감 출신의 공자 학재일각수 등과 그녀의 충실한 호위실인 여랑총국의 무사들의 빈틈없는 경호 아래 들어서는 미래 대한무림국의 등장은 명박경술사가 유럽 3개국을 시찰하고 돌아오는 서울공항의 환영객들의 환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태양은 동쪽에서 떠오르고 서쪽으로 반드시 사라지게 되어 있다. 항해박명(航海薄明). 일몰도 장관이지만 사람들이 새해 첫 아침에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려고 일출의 명소를 찾아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동해로 몰리 듯, 일출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근혜여랑위의 호위병무사들이 아무리 운동으로 단련된 몸을 부대껴도 여랑위의 옷깃이라도 스치려는 정치무림인들의 손자락은 말리지 못했다. 이래저래 여랑위가 단골로 다니는 세탁소의 주인은 쉴 날이 없을 것이 자명했다.

학규공자가 비정기비무대회인 분당전투에서 승리해 어사화를 꽂고 말을 탄 채 민주공방의 정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근혜여랑위가 유럽특사에서 돌아와 자신의 싱크탱크 '여랑위대권무림연구소'의 발기인들을 점검하며 새로운 무림고수들을 체크할 때, 민주공방의 무림의회 대표 선거에서 각 계파 간의 치열한 물밑 작업과 피 터지는 혈전이 아닌 고요한 냉전의 선거결과, 경기도방의 도전자였던 진표행공자가 일합으로 모자라 이합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내공의 수행자인 봉균기공차를 단 한 표 차이로 물리치고 새로운 민주공방의 무림의회 대표가 되었다.

바야흐로 무림대권 시대의 제2기, '대권은 KTX 급행열차를 타고' 시속 300km로 달리고 있었다.


#무림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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