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포털사이트마다 '영어 수학 교육 쉽고 재미있게 바꾼다'라는 기사가 떴다. 2008 개정 영어 교육과정에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으로 정신이 없는 학교에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기사들을 검색해 보았다. '공교육 강화-사교육 경감 선순환'의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 학교 중심 영어수학교육 내실화 방안을 이렇게 펑 터트린 기사들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누리집까지 들어가 보도자료를 챙겨보고, 2월 23일 발표된 시안까지 챙겨보니, 2010년에 사교육비 증가율이 12%에서 3%로 둔화되었고, 2010년을 기점으로 '사교육 팽창-공교육 약화'의 악순환 고리를 차단되었으니, 공교육을 강화시켜서 사교육을 경감시키는 선순환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인가, 꿈보다 해몽인가 싶어 자료들을 더 들춰보니 현장 교사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내용들 뿐이어서 내가 딴 세상 사람인가 잠시 착각했다. 어찌 이렇게 학교 교육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를 수 있는가? 내가 딴 세상 사람인가, 이 정책을 입안한 사람들이 딴 세상 사람인가?
먼저 기본적인 문제 설정이 다르다. 백번 양보해서 공교육을 강화시켜서 사교육을 경감시키는 것이 선순환이라는 프레임에 동의한다고 해도, 그 방안이라는 것이 방과후 학교에 민간 사교육업체 참여를 활성화시키고, 방과후 학교 사회적 기업을 육성, 지속적으로 검증장치를 마련해서 질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한번 물어보자. 이 방안은 사교육을 경감시키는 방안인가, 사교육기관의 입지를 넓혀주는 방안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사교육기관이 공교육기관이라는 학교까지 들어와 버젓이 수익활동을 하는 것이니 사교육을 강화시키는 방안이다.
둘째, 이를 위해서 저소득층 방과후 학교 자유수강권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2010년 3076억 원이었던 지원금액을 1천억원 이상 확대하여 2011년도에는 4225억 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교육비를 경감시키는 방안인가 오히려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방안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사교육기관이 학교에 들어와서 수익활동을 하는데 국민 혈세를 들여서 4225억 원이나 사교육비를 늘려주겠다는 방안이다.
셋째, 방과후학교 행정지원체제를 정비해서 교원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고, 코디네이터뿐 아니라 행정전담인력도 배치해주겠단다. 이것은 학교에 사교육기관이 버젓이 수익활동을 하는 것을 돕기 위한 행정인력을 배치해주겠다는 말 아닌가?
아무리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지만 어떻게 민간자본이 공교육기관이 '공교육강화'라는 명분으로 버젓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통째로 열어놓고 '선순환'을 운운할 수 있는가? 차라리 비정규직 강사들을 위한 고용 확대 정책이라고 하면 모를까, 어떻게 아이들에게 무료 수강권을 쥐어주며 학습 노동을 강요할 수 있는가? 진정한 공교육 강화 정책은 방과후 학교나 EBS 같은 인터넷·방송 학습 프로그램 없이 학교 교육만으로 교육의 질을 담보해 나가는 것 아닌가? 교과부의 진심을 알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주호 장관님 우리는 학습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기사에 이어 쓴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