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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수업중에 고기 굽고 술판이 벌어진 군포 둔대초 운동장
지난 21일 수업중에 고기 굽고 술판이 벌어진 군포 둔대초 운동장 ⓒ 둔대초학부모

군포시 공무원들이 지난 21일 수업중인 군포 둔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직원체육대회를 열면서 '술판'을 벌여 물의를 빚은 것과 관련해 김윤주 시장이 당초 시장비서실 측의 "시장은 행사장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뒤늦게 도착했"다는 주장과 달리, 일찍부터 행사에 함께 했음이 확인됐다.(☞ 관련기사: 수업중인데 고기 굽고 소주? 정신나간 공무원들

 

복수의 학부모 및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김윤주 시장이 당일 오전 11시 좀 넘어 학교에 도착해 공무원들과 함께 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로 12시 무렵 학교 밖으로 나갔다는 것.

 

한 학부모는 2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해서 "우리 아이를 하교시키기 위해 11시 30분께 학교에 갔는데 상황이 기가 막혀 시장을 찾았더니, 한 공무원이 '저기 계시는데 왜 그러냐, 저랑 얘기하자'고 하면서 막더라"라며 "다른 학부모 말로는 11시쯤 학교에 도착해 학교장과 인사도 나눴다고 했다, 군포시장이 학습권 침해에 대해 학교에 와서 아이들한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11시 50분 학교에 도착해 운동장에서 벌어진 광경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행사안내 여직원에게 시장을 찾으니 와 계시다고 한 것으로 봐서 일찍 온 것 같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시장은) 12시께 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학교 관계자 또한 11시~11시 30분 사이에 김윤주 시장이 학교에 있는 것을 봤다고 말하고 있다.

 

이 학교에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23일 둔대초 홈페이지에 "11시 40분경, 학교에 도착한 후 왼쪽 신축교실 쪽으로 돌아올라와 교실 건물 중앙에서 내려다보니 교단 오른쪽 자치행정과 천막에 김윤주 시장이 자리잡고 앉아 관계자들과 먹고 있더라"라며 당일 현장에서 본 것을 시간순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군포시 관계자는 2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장도 직원들과 수리산을 등산했기 때문에 11시 이전에 학교에 도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시 시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공무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볼 때 11시 30분에서 40분 사이에 도착해 천막 안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시장이 술판 현장에 있었음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항의 목소리가 들리자 시장께서 잘못됐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으며, 직원들이 학부모 접근을 막은 것도 사실이다"며 "직원들을 위로하려던 행사였기에 곧바로 중단하라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행사장을 떠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빗발친 학부모들의 항의 "사과하려면 제대로 하라"

 

학부모들은 21일 사건 이후 둔대초 게시판 등을 통해 군포시장이 학교 수업시간 중 공무원 술판에 동석했다면 솔직하게 시인하고 정확하게 사과하라고 요구해왔다. 군포교육희망네트워크도 22일 '군포시장은 아이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제목의 성명을 통해 "군포시장은 아이들 앞에 무릎 꿇고 진정성이 담긴 사죄를 해야 한다. 또한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군포시장의) 사과문은 '학생들의 수업이 종료되기 이전에 교내에서 중식을 하게 되었던 점'만 언급했을 뿐, 술판을 벌이고 흡연을 한 사실을 은폐하였다. 잘못을 반성하려는 진정성을 읽을 수가 없다. 지극히 형식적인 사과로 사건을 축소해 책임을 피하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 시장은 22일 오전 시청 홈페이지에 '공무원체육행사 관련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음주 및 흡연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 시장 자신은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듯 알려진 점에 대한 언급없이 "철쭉대축제와 3개월에 걸친 산불 예방 비상근무로 인해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한편 공무원들의 단합을 위해 체육행사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수업이 종료되기 전에 교내에서 중식을 하게 된 점을 학생과 학부모, 군포시민들에게 사과드린다"는 내용만 담아 학부모들의 질타를 받았다.

 

김윤주 시장, 25일 학부모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

 

 김윤주 군포시장이 25일 둔대초 학부모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김윤주 군포시장이 25일 둔대초 학부모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 동영상 캡처

 

결국, 김윤주 군포시장은 사건 발생 4일만인 지난 25일 해당 학교를 찾아 학부모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군포시장 비서실 관계자는 26일 "군포시장이  25일 오후 2시 학교를 방문해 학부모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학부모들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반성하고 자성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수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고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의 총책임자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정중하게 사과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단 한마디도 저는 변명하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필요하다면, 제가 아이들앞에서 가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신다면 차후에라도 말해주십시오, 사과하갰습니다. 다시한번 정말로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학부모 80여 명이 이번 사태에 대한 학교측 입장을 듣는 등 간담회를 갖기 위해 모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이번 사건이 발생한 배경과 경과보고,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공무원 술판 체육대회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자 경기도도 진상규명에 나섰다. 경기도 감사실은 23일 군포시청을 방문,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24일부터 26일까지 공직기강 감찰을 실시했다. 


#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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