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대학 등록금에 우리 집 기둥뿌리 뽑아도 모자란다."
학부모 네 명이 '대학 등록금 천만원 시대'라고 쓰인 기둥을 하나씩 잡고 흔드니 순식간에 집이 무너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대학등록금을 보다 못한 학부모들이 직접 나섰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정부 앞은 학부모들의 성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원들과 학부모 등 30여 명이 모여 정부의 대책 없는 등록금 정책을 성토했다.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읽은 기자회견문에서 "고등교육 재정을 대학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는 거의 없다"며 "학생, 학부모의 고통을 줄이고 실질적인 반값 등록금이 되도록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회장은 이어 "국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더이상 외면하다가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태로웠는지 한나라당이 또다시 반값등록금을 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더이상 등록금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외면할 경우 2011년, 2012년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고지서 나올 때면 아들과 서먹한 관계"
대학생 둘을 키운다는 주부 김석순씨는 "아이들이 등록금을 벌어보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1시간에 4000원 받아서 한 달에 버는 30만 원으로는 등록금의 절반도 안 된다"며 "공부에 전념해야 할 아이들이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다 빼앗겨서야 되겠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또 "사립대가 모아놓은 적립금 7조 원을 당장 풀어서 아이들이 등록금 때문에 목숨을 끊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4년생 아들의 아버지인 최헌국 목사(생명평화교회)는 "반값등록금을 공약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 적어도 등록금 문제는 부담을 덜 수 있을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말을 뒤집어버려 지금까지 학자금 대출을 6번이나 받았다"며 "우리는 늘 행복한 부자지만 등록금 고지서가 나올 때만 되면 서먹한 관계가 된다"고 한탄했다.
중학생 1명, 초등생 2명을 둔 최창우(노원구)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안 했다는 건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그럼 대선 때 만든 반값등록금 소위원회는 유령조직이냐"고 반문했다.
최씨는 또 "보수의 가치는 그 땅의 서민들이 제대로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여당 원내대표가 반값등록금 얘기를 하자,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모두 반기를 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금 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왔다는 이승훈 한국대학생연합 대학교육실장(고려대 3)은 "학부모님들이 투쟁에 함께 해줘 큰 힘이 된다"며 "오는 28일과 29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열어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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