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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연에서 발송한 편지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교학연) 김순희 대표로부터 온 핀지 봉투
교학연에서 발송한 편지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교학연) 김순희 대표로부터 온 핀지 봉투 ⓒ 노영필


편지 잘 받았습니다.

김순희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http://www.ghy.or.kr) 상임대표님! 무척 바쁘실 텐데 금과옥조가 될 글을 보내신 성의에 감사드립니다.

동료교사들은 사생활 침해를 문제 삼으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글쯤으로 구겨 내던지는 앞에서 저 역시 아이들과 생활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만 대표님의 정성 어린 편지라 꼭 답신을 드려야 할 듯싶어 몇 자 적습니다.

먼저 저는 전교조 간부가 아닌 평회원임을 밝힙니다.

교학연에서 온 편지 내용  교육과 학교를위한 학부모 연합(교학연)
교학연에서 온 편지 내용 교육과 학교를위한 학부모 연합(교학연) ⓒ 노영필

우선 걸리는 대목이 있어 짚고 시작하겠습니다.

당신은 어떤 염려가 앞서기에 "부디 끝까지 읽어 주시라"고 하시는지요. 저는 당신의 글을 열 번도 더 읽었습니다만 아직도 '끝까지 읽어달라'라는 그 부탁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부모인지라 당신께서 주신 '아이 사랑'에 대한 말씀의 행간에 숨어 있는 더 큰 뜻이 무엇일까를 찾고 싶습니다.

이 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내린 결론은 당신의 뜻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개적인 답신을 보내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이 보내신 편지의 어느 구석도 저의 심금을 울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제가 종북주의자이고 친북주의자이기 때문일까요?

"맨 처음 '참교육'을 주장하고 촌지를 거부했을 때 우리 학부모들은 너무 좋았습니다"라는 지적을 읽으면서 왜 당신은 한 걸음만 더 나아가는 문제의식은 없으신지 아쉬웠습니다.

왜 촌지가 생기며, 세상의 부조리가 왜 생기는지, 조금만 더 생각해주시길 요청합니다. 이 질문의 대답 안에 제가 전교조를 가입한 이유가 있고, 아직도 탈퇴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글을 읽으면서 전교조 조직은 놔두고라도 저 개인적인 '중상모략'이라는 단어만 머리를 채워옵니다. 근거가 부족하시다 보니 '논리적 비약'이 너무 심하시더군요. 

전교조가 변질된 것은 없습니다. 전교조를 둘러싼 환경이 변한 것이지요.

여전히 전교조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부조리와 맞서고 있으며, 전교조 출신의 진보교육감이 나왔더라도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비합법적인 교육 정책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아십니까?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철학자가 지적했듯이 '인간은 정치적 동물'입니다. 굳이 아리스토텔레스를 들먹이지 않아도 전교조가 정치적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교육과 정치를 분리하고,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려는 사람들이야말로 일말의 다른 의도를 가진 경우임을 무수히 보아왔습니다.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라는 자부심 앞에서 오히려 정치적인 활동을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요? 대부분 OECD 선진국들은 이미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고 있으며, 노동3권(단결권, 교섭권, 행동권)을 보장받고 있는 줄도 아십니까?

저는 당신께 묻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제가 굳이 말하자면 전교조건 비전교조건 생각의 차이는 인정하고 존중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외람되게도 당신께서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과 목표를 제대로 모르시는 것 같아서 현재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윤리와 사상> 국정교과서에 담긴 내용을 다소 길지만 오해를 줄이기 위해 그대로 소개하겠습니다.

자유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한 것이다. 이렇듯 양자가 결합하게 된 것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가 갖는 한계 때문이다. '피치자가 통치자요, 통치자가 피치자'라고 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은, 자칫하면 다수의 이름으로 인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 한편, 자유주의는 자유방임과 그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같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자유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을 통해, 개인의 자유방임과 같은 자유주의의 탈선은 민주주의가 견제하고, 다수의 소수에 대한 횡포와 같은 민주주의의 독선은 자유주의가 견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윤리와 사상> 153쪽 중에서)

자유와 평등은 '인간의 존엄성 보장'이라는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과 '최대 다수 시민의 최대 행복 실현'이라는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핵심 요건이 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는 소극적 자유를 바탕으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가 널리 보장되어 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최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윤리와 사상> 170쪽 중에서)

"개인의 자유방임과 같은 자유주의의 탈선은 민주주의가 견제하고, 다수의 소수에 대한 횡포와 같은 민주주의의 독선은 자유주의가 견제"할 수 있도록 위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대로만 우리 현실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따뜻한 모습으로 상호존중이 이루어지겠습니까?

당신의 메시지 진가가 발휘되려면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최대 다수 시민의 최대 행복 실현'이라는 전제 아래,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는 소극적이면서도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가 널리 보장되어 있을 때, 사생활의 침해를 고려하고, 사상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최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교학연 홈페이지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교학연) 홈페이지, 서울시교총 등과 링크되어 있음
교학연 홈페이지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교학연) 홈페이지, 서울시교총 등과 링크되어 있음 ⓒ 노영필

전교조가 언급하고 주장하는 모든 내용의 최소한의 바탕에는 사람들마다 보장되어야 할 최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소극적이면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유를 보장하자는 것뿐입니다. 그런데도 당신께서는 무리하게 '거짓' '종북' '친북' 등의 '자의적인 의견을 내세워' 견강부회(牽强附會)하고 계십니다.

"전교조 본부의 자료에는 종북, 친북적인 자료가 많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심지어 어떤 것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과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자료도 있더군요"라고 쓰셨습니다.

일단 전교조의 반응을 보기 위해 헐뜯어 보는 것입니까? 어디서 그런 지적이 나올 수 있는지, 조목조목 듣고 싶습니다. 그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하여야 지혜로운 비판과 토론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든 교사들에게 균형 있는 판단력과 합리적인 의견을 주실 때 너나없이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아시는지요? 사법적 판단까지도 상상케 하는 당신의 몇 가지 단정으로 저희를 설득한다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바꾸어 말하면 당신이 보내온 편지 한 통이 갈수록 다중화되어 가는 문화 환경을 넘어서 다양화되어가는 학교현장의 교사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렇게 당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편지를 일방적으로 보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전교조가 '참교육'을 훼손한 적도 없고 '참교육'을 포기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당신께서는 "이제 생각해 보면 전교조에서 말하던 '참교육'이라는 말은 달콤한 말이었을 뿐 몸에 좋은 약이 되진 못했습니다. 그동안 계속에서 학생을 위한다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전교조 집행부 나름대로의 딴 목적으로 인한 것이지 진정으로 우리의 어린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었을까요"라고 반문하셨습니다. 

또 당신께서 말씀하시는 어린 학생들을 위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고도 버젓이 "공교육 붕괴를 가져온 '경쟁없는 교육'을 주장하는 전교조 선생님들에게 아이를 맡기길 바라는 학부모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날마다 한 명 이상씩 목숨을 끊는 현실 앞에 경쟁을 부추기는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시는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습니다.

결국 원하시는 건 당신의 아이만 그 자살의 행진에 합류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입니까?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자신의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들에게 해법을 찾아주는 교육활동을 고심하지 않은 채, 어떤 상황판단도 할 줄 모른 채, 엎드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책상머리에 붙박이로 앉아 공부만 해야 할까요.

그동안 거듭된 정치적 농단 앞에 전교조는 최소한의 정치적 표현을 하였던 것 같습니다. 당신은 전교조가 이념적이라고 지적하시면서 당신이야말로 이념적으로 전교조를 단정하셨습니다.

"교묘한 논리로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도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라는 구절 앞에 차라리 공안당국에 고발조치를 하시어 수고로움을 검찰에 맡기시지 왜 굳이 설득하는 편지를 구구절절 쓰셨습니까? 되묻고 싶습니다. 알만한 학식과 연구능력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당신의 무조건적이고 근거 없는 뜻 모를 편지가 더 친북적인 방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아무래도 당신은 현행 고등학교 교과서를 다시 읽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함께 반문해 보고 싶습니다. 내 자식만 잘되기를 원하는지 말입니다. 일찍이 조선조에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는 마음에서 선을 하고자 하면 선을 할 수 있고, 악을 행하고자 하면 악을 행할 수 있는 "자주지권(自主之權)"을 말씀하셨습니다. 즉 자유민주주의시대도 아닌 시대에 개성 신장을 위해 개인의 자유의지를 강조하신 것처럼 여유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오해를 줄이려고 생각하니 구구절절 이어지는 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간 손 놓았던 전교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참교육#교학연#윤리와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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