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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5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포스터를 찢고 있다.
지난 1월 25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포스터를 찢고 있다. ⓒ AP=연합뉴스

 

24일(카이로 현지시각), 이집트의 검찰총장은 호스니 무바라크(83)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검찰총장의 성명서에 따르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죄목은 살인 교사 및 살인 미수 등으로, 지난 1월 25일부터 18일간 계속된 이집트 혁명 당시 그가 시위대를 죽여도 좋다는 명령을 내무부 장관 및 경찰 수뇌부에 내렸다는 것이다.


또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자신의 두 아들인 가말과 알라, 그리고 측근이자 사업가인 후세인 살렘과 함께 부정 축재 및 권력 남용의 혐의로도 재판을 받게 됐다. 후세인 살렘은 이스라엘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해 이 두 아들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이집트 검찰총장의 대변인은 전했다. 이집트 검찰총장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임명했던 인물이다.


 영문 알자지라 인터넷 판에 있는 기사 내용 캡처.
영문 알자지라 인터넷 판에 있는 기사 내용 캡처. ⓒ 알자지라 인터넷 판

그러나 <알자지라>는 시위대에 대한 살해 명령은 매우 위중한 문제로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사형을 언도받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검찰총장은 성명서를 통해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무바라크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하고 이들을 죽이려고 차를 들이대며 테러를 자행했던 경찰관들과 정부 관리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알자지라>는 "현재 일반 검사들은 무바라크와 그의 두 아들, 그리고 후세인 살렘에 대해 충분한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이집트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집트 검찰총장의 이번 결정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 그리고 수하들에 대한 법적 처단을 강력히 요구해 온 대다수 이집트 국민의 열망을 반영하는 것으로, 국민들에 의해 지도자가 법정에 서는 일은 아랍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5월 초, 튀니지의 벤 알리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도 시위대를 향해 유혈사태를 일으킨 죄목으로 기소된 바 있지만,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로 도주한 이들은 사우디 정부의 비호 하에 튀니지 정부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 손으로 지도자를 법정에 세우는 건 아랍 최초


 <뉴욕 타임즈> 인터넷판 기사 캡쳐.
<뉴욕 타임즈> 인터넷판 기사 캡쳐. ⓒ 뉴욕 타임즈

AP와 한 인터뷰에서 이집트의 저명한 인권 운동가인 호쌈 바흐가트는 "생존하는 대통령이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의 손에 의해 일반 법정에 서는 일은 이 지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는 우리가 이번 재판을 전례없는 방식으로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즈>와 한 인터뷰에서 이집트 인권 운동가인 가다 샤흐반다르는 지난 1월의 혁명 이후 군사최고위원회가 이집트인들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할 때마다 이집트인들은 거리로 나섰고, 그러면 곧 군부는 다시 대중에게 귀를 귀울였다고 말했다. 이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기소 문제도 역시 군부가 이집트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집트 정부의 진상 조사단에 따르면, 지난 18일간의 민중 봉기 기간 동안 최소 846명이 사망했고 수천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11일, 군사최고위원회에 권력을 이양한 후 사임했고 대규모 시위는 그로써 일단락됐었다.


그러나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처리 문제는 계속 이집트 국민들에게 해결해야 할 숙원으로 남아 있었고, 이 문제에 소극적이던 군사최고위원회를 향한 사람들의 불만은 커져갔다. 결국 시위 주도자들은 오는 27일 금요일을 "제2의 이집트 혁명" 또는 "혁명 제2부"라 부르며 대규모 시위를 준비해왔다.


이 자리에서 시위대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법적 처리는 물론 계엄령 종료, 자유주의 정당이 구성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기 위해 의회 선거 일시 유예, 선거 이전에 헌법 수정 등을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서게 됐지만, 금요일의 대규모 시위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인권 운동가인 호삼 하말라위는 AP에 전했다.


이집트의 책임자였던 하비브 엘-아들리는 최근 부정부패 혐의로 12년을 구형받았고, 시위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별도의 재판을 통해 판가름이 날 예정이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심장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홍해의 한 리조트에 위치한 병원에서 요양 중이나, 기소된 두 아들은 카이로 소재의 한 감옥에 갇혀 있다. 무바라크에 대한 정확한 재판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변호사인 나세르 아민은 AP에 "이것은 정의로 향하는 첫 번째 단계"라며, 아마도 빠르면 다음 달 안에 재판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무바라크의 부인인 수잔 무바라크(70)는 부패 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0만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포기했지만, 그것으로 법정에 서는 일을 막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집트#호스니 무바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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