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의 방향은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 향상에 두어야 합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취임 2주년을 맞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강조하고 창의적 지성교육을 강화해 나갈 것을 재천명했다.
김 교육감은 취임 이래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 굵직굵직한 교육현안을 힘있게 추진하면서 우리 교육계에 새 바람을 일으켜 왔다. 많은 교육계 인사들과 학부모들이 그의 혁신적 교육에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과연 바람직한 철학과 방향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철학] 기능주의 접근이 아닌 공동체적 접근 필요
교육이란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교육의 개념은 기본적으로 철학적 인식을 전제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교육은 지식이나 기술을 전달하고 습득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서구적 교육에 익숙한 학자들은 사람의 잠재적 능력을 키워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규정한다.
김상곤 교육감은 "급격히 변화, 발전하는 사회를 이끌어갈 능력을 심어주는 것"을 교육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중등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말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이 교육의 핵심'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미래사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인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사회가 무엇이냐를 먼저 설정해 놓고 이러한 사회를 만들어갈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교육이란 "지속 가능한 인류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소질을 키우는 것"이라고 정의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인류사회의 건설이다. 이에 필요한 교육적 덕목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 희생봉사 정신, 민주시민 정신일 것이다.
그런데 김상곤 교육감의 교육철학은 다분히 기능주의적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 교육감은 공동체 정신이나 민주시민 정신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함께 살아가는 능력과 소질을 계발하는 것을 최우선시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교육을 미래사회를 창조하는 근본적인 힘이 아니라 단순히 미래사회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교육은 사람을 특정목적에 맞춰 키우는 도구가 아닌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영위하기 위한 각자의 역할을 찾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서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행복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제도] 미래사회 적응이 아니라 미래사회 창출에 역점
"우리 경기도는 현행 '3+3체제'인 중·고교과정을 '4+2체제'로 전환하는 방향을 추진하겠습니다."
김 교육감이 밝힌 교육체제 개편은 중학교 3년과 고교 1학년 교육과정을 묶어 4년 동안은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 예체능교육을 강화하는 창의지성교육을 시행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고교 2~3학년 교육과정을 창의적인 진학·진로교육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김 교육감의 교육체제 혁신안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우리 교육의 맹점 중의 하나는 학생의 특성에 맞춘 진학·진로교육의 부재였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소양교육과 진학·진로교육를 분리하여 특화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로교육은 초등학교과정에서부터 추진되어야 한다. 진로교육은 한 사람의 행복과 성공, 사회적 기여 등을 결정하는 핵심이므로 1, 2년으로 종결지을 수 없다. 교사는 학생의 전 교육과정을 통해서 세심히 관찰하고 조언하여 '성숙한 공동체 정신을 갖춘 능력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김 교육감이 지향하는 교육철학과 방향, 제도혁신은 다분히 기능주의 접근에 역점을 두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기능주의적 접근은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고 지극히 형식주의로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다.
따라서 김 교육감의 교육개혁안이 성공하려면 교육의 기본철학, 즉 지속 가능한 사회를 건설하고 이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공동체 정신을 기저에 깔고 있어야 한다. 과학자나 기업인, 정치인들이 도구적 인재가 된다면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우리 인류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제대로 교육받은 한 사람이 인류를 풍요롭게 할 수 있고, 잘못 교육받은 한 사람이 인류를 불행하게 할 수 있다. 인류의 지난 역사는 이러한 사람들을 등장시켜 우리에게 값진 교훈을 주었다. 이제라도 환경파괴, 핵경쟁, 기후변화 등 인류를 위기에서 구할 인재를 양성할 새로운 교육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