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공단의 후원으로 캐나다 현지 취업을 적극 장려한다는 프로그램을 통해 밴쿠버에 왔는데... 와보니 현실은 정말 다르더군요."- 산업인력공단 프로그램을 통해 밴쿠버에 정착한 김모씨(23, 남, 무직)"유학원에서도, 산업인력공단에서도 한국에서 전공한 것이나 직장 경력을 살려 취업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더니, 여기에 오자 영어 못한다는 이유로 한국 식당이나 외국 식당에서 영어로 말할 필요가 없는 접시닦이 일자리를 제공하더라고요."- 산업인력공단 프로그램으로 밴쿠버에 유학 온 이모씨(27, 여, 외국 음식점 접시닦이)"영어 못하는 제가 죄인이죠! 한국에서 일자리 얻기 어려워 여기 오면 뭔가 낫겠지 싶었는데, 막상 와서는 여기 실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일하다가 결국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다 포기하고 한국 돌아갑니다." –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밴쿠버에 정착한 박모씨(25, 남, 현지 유명 체인점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다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기자가 밴쿠버에서 만난 제보자들 중에는 의외로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겪고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결국 캐나다 생활을 포기하기에 이른 사람이 많았다.
"산업인력공단 믿고 왔는데 영어 못한다는 이유로..."이 같은 학생들은 대부분 '캐나다 드림'을 꿈꾸며 산업인력공단 프로그램을 통해 밴쿠버에서 몇 개월 영어 공부를 한 후 에이전시를 통해 일자리를 소개받거나,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1년간 캐나다에서 일할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다.
이 중 산업인력공단 프로그램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 명 양성 사업'의 일환이다. 연수비의 일부를 국비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해외 취업 연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 해외 취업 연수 프로그램은 그간 교육과 취업 알선 등이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예를 들면, 3월말 방영된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은 호주와 캐나다를 현지 취재해 해외 취업 연수 프로그램의 실상을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추적 60분>에는 IT 취업의 꿈을 안고 호주로 왔으나, 반년이 지나도록 면접 한 번 못 보고 결국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도축장에 취업해야 했던 연수생 등의 사연이 나왔다.
이곳 밴쿠버에서 만난 제보자들도 해외 취업 연수 프로그램의 부실함을 지적했다. 이들은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나름대로 상상을 한다. 한국에서 일했던 경력이나 자신의 능력을 생각하며 '캐나다에서도 오피스 직장을 구할 수 있겠지', '내 전공을 살릴 수 있겠지', '직장 구하는 데 한국처럼 어렵진 않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온다.
그러나 밴쿠버에 도착한 후 이들은 하나같이 '현실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언어 장벽이다.
이들이 한국의 에이전시를 통해 올 때는 분명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막상 현지에 와보면 에이전시에서 소개해주는 일자리들이 대부분 한국 음식점이나 영어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직장이 많다는 것이다.
밴쿠버의 한 유학원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바로 언어 장벽에서 비롯되며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취업의 기회가 더 많다고 밝혔다. 그리고 몇몇 유학원이 학생 유치를 위해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영어도 공부하고 학교가 끝난 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준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에 이들의 실망이 더 크다고 했다.
산업인력공단에서 후원해 많은 청년의 해외 취업을 적극 장려하는 취지는 좋으나 이들의 현지 생활은 몇몇 기술직 취업생들을 제외하고는 그리 녹록치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인력공단 프로그램으로 온 학생들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이 바로 워크 퍼밋(work permit)이다. 학생들은 현지 어학원을 통해 일정 기간 영어 연수를 마친 후 학교의 도움을 받아 워킹비자를 발급받고, 이것을 가지고 현지 취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영어 연수를 마쳤는데도 워크 퍼밋을 받지 못하고 한국으로 그냥 돌아가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보자들은 주변에서 이미 여러 명이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또한 다음달에는 10여 명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한 제보자는 산업인력공단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함께 왔던 사람들 중 작년부터 한국으로 돌아간 이들 수를 가늠해보면 200명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의 한 어학원에 함께 다녔던 사람들 중에서 워크 퍼밋을 거절당하거나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아 노심초사하다가 꿈을 접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유학 관계자들과 학교 관계자들에게 문의했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와 관련해 제보자 중 몇몇 학생이 캐나다 정부로부터 워크 퍼밋을 거절한 사유에 관한 편지를 받았는데, 그 편지에 '퍼밋을 신청한 많은 학생이 진짜로 학원을 다니는지 의심이 간다'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학교에 등록하고 학원을 잘 다니고 있던 학생들에게는 어이없는 답변이었다.
제보자들은 하나같이 '한국에서 정말 제대로 알고 준비하고 자신이 등록한 학원에서 워크 퍼밋을 획득할 수 있는지도 미리 조사한 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떠나라'고 예비 취업생들에게 당부했다.
제보자들이 지적한 문제점들에 대해 산업인력공단에 메일로 문의했다. 이에 산업인력공단 취업연수팀은 "해외 취업 연수 사업은 공단이 연수 운영을 할 수 있는 기관을 모집한 후 선정위원회를 거쳐 연수 기관을 선정하고, 그렇게 선정된 연수 기관을 통해 연수생을 모집한 후 연수를 실시하며, 연수생 1인당 평균 400만 원 정도의 연수비를 지원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산업인력공단이 아니라 연수를 직접 담당하는 기관에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한국인 취업자에게 최저임금은 먼 얘기?한국인 취업생 중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시콜럼비아 주 정부는 5월 1일 가족 우선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를 통해 가장 먼저 변한 것은 최저임금이다. 5월 1일부터 브리티시콜럼비아 주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8달러에서 8달러 75센트로 올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브리티시콜럼비아 주의 최저임금은 캐나다의 여러 주들 중에서 가장 낮았다.
브리티시콜럼비아 주의 최저임금은 계속 오를 전망이다. 주 정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이번 1단계 인상에 이어 11월 1일에는 9달러 50센트, 2012년 5월 1일에는 10달러 25센트로 단계적으로 오를 예정이다.
이 같은 임금 인상 정책을 잘 수용하는 회사들도 있지만, 몇몇 요식업체들은 아직도 한국에서 취업하러 온 사람들을 상대로 정부 정책을 무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에서 온 이들은 주로 밴쿠버 다운타운에 거주하며, 한국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나 접시닦이 등의 일을 공부와 병행한다. 그러나 이들 중엔 일하고 있는 업체에서 인상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기존의 시간당 8달러를 받고 일하거나 트레이닝 기간에는 임금을 아예 받지 못하고 일하는 경우가 있다.
제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음식점에서 접시닦이로 일하고 있는 최모씨(남)는 브리티시콜럼비아 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접시닦이 페이가 워낙 낮은데다가,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신에게도 당연히 적용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주는 '모르는 일'이라며 어디서 들었냐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또 다른 제보자는 밴쿠버의 한 어학원에서 코디네이터로 근무했는데 트레이닝 기간 동안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나중에 자세한 법률 지식을 듣고는 그 기간 동안의 임금을 줄 것을 요청했으나, 어학원에서는 '나 몰라라' 하는 식이라고 반응했다며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유명한 샌드위치 체인 업체에서 근무했던 또 한 여성은 휴가비를 받지 못했다. 밴쿠버의 한인 회계사 사무실에 따르면, 캐나다 노동법에는 고용된 지 5일 이상 된 직원에게는 휴가비를 주도록 되어 있다. 휴가비는 고용 후 처음 5년간은 급여의 4% 이상이어야 하며, 휴가를 떠나기 최소 7일 전에는 주도록 규정돼 있다. 고용주와 직원이 서로 동의하면 휴가비를 매번 급여에 추가하기도 한다. 직원이 자진 퇴사하는 경우 휴가비를 포함한 급여를 6일 이내에 지급해야 하며, 직원을 해고할 때는 48시간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 여성은 휴가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퇴사해야 했다고 한다. 고용주인 인도 출신 캐나다 사람과 싸우다가 결국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자기 같은 피해자가 그 업체에 여러 명 있다며, 고용주가 한국인이 일은 잘하고 영어는 잘 못하기 때문에 한국인만 고용한다고 말했다. 부당한 대우를 하더라도 항변할 힘이 없다는 것을 악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실제로 고용주로부터 피해를 본 몇몇 사람들은 캐나다 노동청에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몇몇 한국 법률 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하나다. '고용 불만을 신고하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보고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라'는 식이다. 영어에 능통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포기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자식처럼 아끼고 보살펴 주는 사장님도 많아요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이곳 밴쿠버에 있는 한인업체 대부분은 직원을 정당하게 대우해주며 가족 같은 분위기의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한식당에 취업한 한 청년은 자기가 근무하는 한국 음식점에는 앞에서 이야기한 문제가 전혀 없는데 몇몇 업체들 때문에 다른 업체들까지 욕을 먹고 있다며 그러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자상하고 부모님 같은 사장님 밑에서 가족처럼 일하고 있다며, 모든 한인업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 학생은 많은 고용주들이 혼자 유학 와서 공부하며 일하는 모습을 기특하게 여기며 음식도 챙겨주고 따듯하게 대해준다고 말했다.
밴쿠버 현지에는 캐나다 주류사회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치며 열심히 살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도 많다. 성공적으로 취업해 현지에서 적응도 잘하고 있는 이들은 취업을 하기 전까지는 힘들고 먼 과정이지만, 무엇보다 언어 장벽을 허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을 쉽게 생각하고 오거나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람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현지사정을 미리 알고 공부한 후 캐나다로 오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