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이맘때 충북 청원군 문의면 남계리 방죽골로 가보자. 가지를 물에 담근 노거수 버드나무와 하늘의 흰 구름을 물에 담고 있는 작은 저수지를 마을 입구에서 만난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해 저수지 둑을 거닐다 보면 녹색세상을 만든 주체가 나무라는 걸 깨닫는다.
노거수(수령이 많고 커다란 나무)는 수백 년 동안 마을 입구에서 정자목이나 당산목으로 선조들과 역사를 같이 한 신령스런 어르신 나무다. 대청호 주변을 돌다 보면 노거수들을 많이 만난다. 금강 물줄기는 수십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지역이다. 노거수가 많다는 그 자체가 대청호 유역이 역사의 향기가 묻어나는 청정지역임을 알게 한다.
방죽골을 나와 대청댐 방향으로 가면 문의소재지 못미처 새미실에서 덕은이저수지를 거쳐 작두봉을 등산하는 사람들이 자주 소개하는 나무가 있다. 미천리 602-3번지에 위치한 이 느티나무는 청원군 보호수로 수령이 500년이 넘지만 높이 40m, 둘레 2.5m로 청년나무처럼 우람하고 싱싱하다. 마을의 길목에 있어 여름철이면 오가는 사람들에게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양성산, 작두봉 가는 길의 팔각정에서 대청호 너머를 내려다보면 산 아래로 농촌마을이 한가롭게 펼쳐진다. 문의면 두모리 인근이다. 기관이래야 도원분교장, 농협분소, 보건지소가 전부인 이곳이 한때는 번성했던 지역임을 상징하는 나무가 한 그루 있다. 두모리 1구 입구에서 수문장 역할을 하며 마을의 유구한 역사를 대변하는 수령이 6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유기농으로 딸기 농사와 벼농사를 짓는 이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MBC의 인기드라마였던 전원일기에 1년 동안 소개되기도 했다.
대전시 대덕구와 동구의 대청호 물가에도 물줄기를 따라가며 노거수들이 즐비하다. 오랫동안 길가나 마을 입구를 지켜온 나무들이라 여러 가지 사연이 있다.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노거수들은 마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대덕구 이현동 369번지 대청호수로 고갯길에 높이가 20m에 달하는 노거수가 있다. 수령 200여년의 이현동 느티나무 아래에 잠시 쉬어가기 좋은 작은 쉼터가 있다. 시원한 그늘에 앉아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며 할아버지 나무가 전해주는 사연을 들어보는 것도 공부거리다.
동구 효평동 905-1ㆍ228-6ㆍ464번지에도 수령 200~300년의 느티나무들이 있다. 길가나 마을 입구에서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는 노거수를 보고 있노라면 굵은 가지와 줄기가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효평동 사람들은 마을 앞 느티나무의 나뭇잎이 봄에 일제히 피느냐 일제히 피지 않느냐로 풍년과 흉년을 점쳤다고 한다.
농촌체험마을인 직동 찬샘마을에서 산책하기 좋은 옛 길을 걸어 청남대가 바라보이는 황호동 끝 호숫가로 가다 보면 성치산 아래 부수골 고개에서 300여 년 된 느티나무를 만난다. 황호동 느티나무는 대청댐 수몰지구 실향민들이 나무 아래 설치된 제단에서 거리제를 지내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보은군 회남면 조곡리 23번지에는 나라의 변고를 알려주는 노거수 은행나무가 있다. 지금은 사라진 마전사에 은행나무가 두 그루 있었고, 낙엽 청소 하는 게 귀찮아 경내의 나무를 베다 숨진 주지승에 관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사찰 밖에 서 있던 노거수 은행나무가 임진왜란이 일어날 때는 한 달 전부터, 6.25사변 때는 깊은 밤중에 1주일을 두고 울었다고 한다. 수령 480여 년의 이 은행나무는 높이 23m, 나무둘레 7m의 거목으로 노란 은행잎을 잔뜩 매달고 있는 가을철에 더 아름답다.
감나무골 회인면 죽암리 92번지에는 수령 150년ㆍ송평리 201번지에는 수령 390년의 노거수 느티나무가 길가에서 위용을 자랑한다. 용곡리에는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 제518호로 지정 고시된 고욤나무가 있다. 감나무를 접붙일 때 대목(밑나무)으로 쓰는 고욤나무는 우리의 생활과 친숙한 나무이나 큰 나무를 찾아보기 어렵다. 수령 250년, 높이 18m의 용곡리 고욤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마을의 당산목으로 무속인들이 신성시 하여 생활문화와 민속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군서면 은행리의 200여 년 된 왕버들나무, 옥천읍 대천리의 200여 년 된 버드나무, 청산면 교평리의 100여 년 된 돌배나무, 양산면 누교리의 천연기념물 제223호 영국사 은행나무, 100여 년 된 소나무 1만 여 그루가 들어선 양산면 송호리 송림 등 대청댐 물줄기를 이루는 옥천군과 영동군에도 노거수가 많다.
마을의 안녕과 가정의 만사혈통을 빌던 노거수들이 대청댐 건설로 많이 수몰되었다. 회남면 사탄리의 물 속에 잠겨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고려말의 명장 최영 장군과 관련된 전설의 말채나무도 그 중 하나다. 우리 주변에 있는 소중한 자연과 환경을 잘 보호해야 한다. 그게 바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우리들이 명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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