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까지 비무장지대(DMZ)에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주한 미군과 한국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70년대 중반까지도 고엽제 살포가 이루어졌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지난 1971년부터 1974년까지 육군 3사단 71포병대대 소속 통신병으로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에서 근무했던 장기옥(62·부산시 해운대구)씨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1972년 여름과 1973년 여름에 근무하던 지역에 여러 차례 고엽제가 뿌려진 것을 목격했다"며 "한 번은 전봇대 위에 올라가 작업하는데 헬리콥터가 저공으로 비행하며 고엽제를 살포하는 바람에 약품을 온몸에 뒤집어쓴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또 "고엽제가 살포된 후에는 사방에 하얀 가루들이 날려 병사들이 심하게 기침하고 몸이 가려워 온몸을 긁어댔다"며 "당시에는 풀독이 올라 그런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1971~1972년 3사단 72화학전투지원중대에서 근무했던 연규권씨도 이런 증언을 뒷받침했다. 연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정확한 위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1971년 여름 무렵 GP(감시 초소) 전방 철책선 사계 청소를 위해 '제독 트레일러'를 이용해 분말로 된 제초제를 물과 혼합하여 살포했다"고 말했다.
연씨는 "당시 보병들이 5갤런짜리 통에 물을 길어 와서 트레일러에 부으면 거기에 제초제를 일정 비율 섞어서 살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당시에는 고엽제란 말을 쓰지 않았고 정식 명칭은 제초제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의 고엽제 살포는 다른 사단 지역에서도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1974년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단거리(산양리)에서 7사단 소대장으로 근무했던 김 아무개씨는 "1960년대 말 불모지 작업을 하면서 '에이전트 오렌지'를 뿌렸던 지역에 풀이 돋아나자 1974년 5월경 한 달 보름 정도 제초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사용한 고엽제가 '모뉴런'이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또 "위에서 내려온 지침은 물에 희석해서 분무기로 살포하라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해보니 분무기의 노즐이 자주 막히고 피스톤이 망가져서 가루상태의 약제를 맨손으로 뿌렸던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억했다.
고엽제 피해 대상자 범위 대폭 늘리는 것 불가피할 듯
이 같은 전역 군인들의 증언은 민통선 인근 지역 주민들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휴전선 고엽제 피해자 대책 모임'이 지난 2003년 작성한 '1970년 이후 휴전선 근무자 및 민통선 북방 영농자의 증언' 문서에 따르면,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주민 권아무개씨는 "군부대 요청으로 철책 안 제초작업을 해달라고 해서 1971~1972년 몇 차례 (직접) 약 살포를 하였는데, 그 이후에 가보니 풀과 나무가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화읍 유곡리 박 아무개씨는 "1973년 경 군인들이 집에 와서 농약통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그 후 고엽제를 뿌렸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밖에도 복수의 주민들이 1970년 이후 고엽제 살포작업을 직접 했거나 경운기나 분무기 등 살포 도구를 군에 빌려 주었다는 진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비무장지대 고엽제 살포 작업은 미 군사고문단이 작성한 '식물통제계획 1968'에 따라 1968~1969년 미군 지휘 아래 한국군이 두 차례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5일 "1968년 4월 15일에서 5월 30일, 1969년 5월 19일에서 7월 31일 두 차례에 걸쳐 비무장지대 일대에 에이전트 오렌지 2만1000여 갤런, 에이전트 블루 3만8000여 갤런, 모뉴런 9000여 파운드 등의 고엽제가 살포됐다"며 "그 이후 추가로 고엽제를 살포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올해 1월, 미국 보훈부는 한국 비무장 지대 고엽제 살포를 담당한 미군 장병들의 피해 보상 기간을 공식 확인된 살포 기간보다 2년 이상 확대·적용했다. 이는 미군 주도의 고엽제 살포 작업이 1970년대 이후에도 지속되었음을 시사한다. 미국 정부는 비무장지대 고엽제 살포에 따른 피해보상 기간을 1968년 4월 1일에서 1971년 8월 31일까지 한국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했던 미군으로 확대했다. 이는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마지막 살포 기간보다 2년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편, 우리 보훈처는 고엽제 피해 대상자의 자격 요건으로 1964년 7월 18일부터 1973년 3월 23일까지 월남전에 참전해 고엽제 살포지역에서 근무한 군인과 군무원, 1967년 10월 9일부터 1970년 7월 31일까지 남방한계선 인접지역에서 근무한 군인이나 군무원, 고엽제 후유증으로 인해 사망한 유족, 고엽제 후유증환자로 인정된 사람의 자녀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훈처가 인정한 DMZ관련 고엽제 보훈대상자는 현재 모두 919명이다.
하지만 군 당국이 1970년대에도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고, 민간인을 동원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어 현행 고엽제 피해 대상자의 범위를 대폭 늘리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