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청와대 로비 의혹의 중심에는 전직 검찰 간부가 있었다.
서울 서부지검 차장검사를 지낸 박종록 변호사는 부산저축은행 쪽에게 2억 원을 받고 사시동기인 권재진 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영업정지를 막아 달라"고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 수석에게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를 벌인 박 변호사는 경북 영천 출신으로 1978년 사시에 합격한 뒤 1980년 대구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권 수석은 그의 사시 20회 동기다.
이후 박 변호사는 부산지검 특수부 검사, 대구지검 김천지청장, 대검 검찰연구관, 수원지검 특수부장, 대구지검 형사부장, 법무부 법무과장, 서울 동부지청 형사 1·2부장, 성남지청 차장검사 등을 거쳤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청와대 정책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 서부지검 차장검사를 지내다 퇴직해 2004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법무법인 '청담' 대표를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청림'의 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논문조작사건'의 황우석 박사와 '학력위조사건'의 신정아씨의 변론을 맡아 언론에 널리 얼굴을 알렸다. 그는 불교계와 인연이 깊어 '황우석 사건'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발탁됐다. 그의 사외이사 발탁에는 권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3월까지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뒤 같은 해 7월부터 5개월간 부산저축은행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다.
박종록 "로비는 없었고, 금감원장·감사원장에 탄원서 보내"박 변호사는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구속기소)과 금융브로커로 알려진 윤여성씨(구속)으로부터 '로비 청탁'을 받고 권재진 수석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도 권 수석에게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명로비'와 '2억원 수수' 의혹은 부인했다.
31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 변호사는 "고문변호사 업무를 그만두기 직전 '부산저축은행이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고 (권 수석에게) 물었다"며 "구명로비 등 청탁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박 변호사는 "권 수석은 '정책적 차원에서 저축은행 전반을 구조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며 "이처럼 일반적인 내용으로 딱 한번 물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로비 실무자였던 윤여성씨를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 "(윤씨가 부산저축은행이 퇴출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내가 '안된다'고 했다"며 "대신 부산저축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책 두 권 분량의 탄원서를 만들어 금융감독원장, 감사원장에게 보냈다"고 전했다.
2억원 수수 의혹과 관련, 박 변호사는 "고문료로 한 달에 200만 원씩 넉달 동안 800만 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한편 박 변호사를 둘러싸고 정권 실세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의 친삼촌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은 시사주간지 <일요저널>이 지난해 7월 "박종록 변호사가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성비서관의 친삼촌"이라고 보도한 데서 불거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영준 전 차관의 8촌 이내 친인척 중에 고시에 합격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면서 "박종록 변호사가 박영준 전 차관의 이름을 팔고 다닌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럴 정도로 박 변호사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요저널>의 한 관계자는 "박영준 전 차관쪽에서 '같은 박씨 집안인 것은 사실이지만 친삼촌이거나 사촌지간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