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초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 대지진이 발생,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이 사고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가늠을 못하고 있다. 다만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핵 발전소(=원자력 발전소)가 폭발 했을 때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만 돌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원전을 통한 전력 생산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의 사고 이후 한국에서는 핵 발전소를 폐기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늘리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30년이 넘어 2007년 수명을 연장시킨 고리 핵발전소가 지난 4월말 고장이 나서 주변의 주민들의 불안을 떨게 하였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서는 고장 난 핵 발전소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정상 운행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 한국 원전의 현실이다.
부산 청년들이 핵 발전소에 딴지를 걸다.
내가 살고 있는 부산 연제구는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핵 발전소와 약30-40km 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그리고 부산 전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 모두 핵발전소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만약 일본의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기장군에서 발생한다면 부산에 살고 있는 우리 또한 삶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부산에서 대학생, 청년이 모여 여름방학을 활용하여 핵 발전소의 문제를 고민하는 '환경현장활동'(이하 환활)을 고리 핵 발전소 근처로 가기로 결정했다. 환경단체에 전화를 걸어 '환활'을 통해 고리 핵 발전소 근처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과 연대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차가웠다.
"여러분의 열의는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현재 마을 주민들이 '반핵' 이라는 구호를 걸고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 할 겁니다. 원전 문제만큼 마을 주민들 간의 갈등이 많은 사업이 없거든요.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는 문제인 만큼 제 3자가 들어와서 반핵활동을 하는 것을 분명 거부할 겁니다. 신중히 생각해서 활동을 만들어 가세요."핵 발전소 근처 마을 이장님 전화번호를 받다. 환경단체 활동가의 답변에 '환활'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난감했다. 하지만 직접 마을 사람들과 만나 보지 않고 일찍 포기 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에 환경단체를 통해 핵 발전소 근처 마을 이장님들의 연락처를 받아냈다.
기장군 고리 핵 발전소 근처에 가기 전에 마을 이장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각 했던 것과 달리 마을 이장님들께서는 우리의 활동을 지지해주셨다. 하지만 대부분 직접 마을에 학생들이 들어오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거절하셨다.
"이전에 한창 저희 마을 주민들이 핵 발전소 문제로 싸울 때 학생들이 마을에 들어 왔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재밌기도 하고 학생들과 핵 발전소 문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싸움과 학생들이 들어오고 난 후부터 마을 주민이 이탈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마을 주민들 간의 다툼도 자주 있고 그랬었죠. 그래서 이번에 여러분들이 마을에 들어오는 것은 죄송하지만 안 될 것 같습니다.""저희 마을은 핵 발전소 찬성과 반대가 반반 갈려서 안 될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반대인데 마을 주민들이 다 동의를 하지 않으니 여러분들이 들어와서 활동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대신에 여러분이 다른 마을에 들어온다면 제가 그쪽으로 가서 저희가 살아왔던 얘기를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일단 만나서 얘기를 해봅시다. 막걸리 한 잔 사들고 오이소."2-3곳 마을 이장님들은 거절하셨는데 마지막 한 곳의 이장님은 일단 와서 얘기를 자세히 해보자고 기장군까지 오라고 말씀하셨다. 전화 통화가 끝나자 말자 이장님께 지금 간다고 말씀드리고 기장군 고리 핵 발전소 XX마을로 갔다.
기장군 고리 핵 발전소를 가다 부산에서 기장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차로 20-30분 거리 밖에 되지 않은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기장군에 가기 전 정관 신도시에서 "고압 송전탑을 반대한다" 라는 플래카드가 도시 곳곳에 걸려 있었다. 핵 발전소의 전력을 서울로 보내기 위해서는 송전탑이 필요한데 고압 전력의 위험성 때문에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송전탑에 반대하는 정관 신도시를 지나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핵 발전소 근처에 도착했다. 핵 발전소의 으리으리함보다 놀라운 것은 바닷가 근처 어촌에 최첨단 문화센터와 체육관 이 있는 것이었다.
처음 사람이 많이 사는 대도시에나 있을 법한 규모의 문화센터가 이곳 어촌에 왜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후 마을 이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고리 핵 발전소를 짓는 대신에 마을 사람들에게 문화 편의 시설을 지어 줬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의 문화 활동을 증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것이 핵 발전소의 건설로 이루어 진 것이라고 하니 마음이 착찹했다.
고리 핵 발전소 근처에 도착해 발전소를 구경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리원전본부 사무실에 들어가 보았다.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고객 대기실에 비치된 팸플릿을 읽어보았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는 국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 쓰나미 등의 모든 자연재해에 대비해 안전하게 설계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원전에서 발생한 예기치 않은 사고를 교훈으로 삼아 우리 원전의 안전성 전반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철저한 점검을 시행하여 최상의 안전성을 확보하겠습니다."한수원에서는 핵 발전소 폐기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고민보다 현재의 안전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본부 관계자에게 핵 발전소 구경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미리 사전에 신청하지 않아 안 된다고 해서 구경 못하고 마을로 이동하였다.
마을 이장님과 만남 환활을 시작!
XX마을 이장님과의 대화는 쉽게 풀렸다. 청년들이 여름에 '환활'의 이름으로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흔쾌히 승낙하셨다. 그리고 10년 전 이곳에 왔던 학생들은 잘 있느냐며 안부를 물어 보시며 이런 활동에 대한 친근감을 표현하셨다.
"준비 잘 해와서 잘해봅시다. 단 반핵에 대한 문제에 있어 학생들이 주민들을 선전 선동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사는 모습 있는 그대로 느끼고 우리가 한수원과 싸웠던 과거의 얘기를 경청해보세요. 그러고 나서 핵 발전소의 위험성과 문제를 고민해 봐도 늦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재밌는 활동을 만들어보기를! 요즘에도 이런 청년들이 있다니 반갑고 너무 신나네요."마을에 상주하며 '환활'을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뻤다. 마을 이장님의 조언 대로 이번 환활은 원전과 핵 발전소에 근처의 사람들의 눈물과 힘겨움을 함께 나누는 활동이 되도록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부산지역 '환경현장활동'은 6월 29일부터 7월 4일까지 진행된다. 부산지역 청년, 대학생 누구 라도 환영한다. 아래 연락처를 적어 놓을 테니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산지역 대학 신문사에도 글을 보낼 예정입니다.
연락처: 010-3442-6338 김진만
홈페이지: club.cyworld.com/ecoact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