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이 참여한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일 오전 대전 서구 갈마동 이재선(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하고,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의 핵심요구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다. 현행법에 따르면 수급자에게 '부양의무자'로 규정된 부모나 자녀가 있을 경우 수급자가 전혀 소득이 없더라도 수급대상에서 탈락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지난 해 10월 한 장애아동의 부모는 자신이 죽으면 가족이 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비참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즉, '부양의무자'가 수십 년 동안 연락조차 되지 않은 경우나, 어릴 때 부모로부터 시설에 버려졌던 장애인,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면서 홀로 나와 살고 있는 고령의 노인 등은 국가와 사회가 돌보아야 할 대상들임에도, '부양의무자' 규정으로 인해 수급권자에서 탈락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부양의무자' 규정으로 수급권자에서 탈락한 사람이 무려 100만 명에 이른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에 있어서는 '장애인'과 '아동'이라는 이중적인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여 있는 장애아동들이 비장애아동 중심의 '아동복지법'과 성인기 장애인 중심의 '장애인복지법' 사이에서 배제돼 복지욕구와 권리가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장애아동의 복지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에게 전가되고 있어 장애아동을 둔 가족들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커다란 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따라서 장애아동복지법을 제정하여 ▲장애아동의 학대에 따른 보호조치 ▲의료지원 ▲발달재활서비스(재활치료) ▲보육지원 ▲교육비 지원 ▲가족지원 ▲이동지원 ▲여가지원 ▲보장구 및 보조공학서비스지원 ▲급식 및 영양지원 ▲주거환경개선지원 ▲전환서비스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은 지난 해 11월 24일 121명의 국회의원(한나라당 윤석용 의원 대표발의)들의 공동발의로 국회에 제출됐으나,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과 '장애아동복지지원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이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이재선 의원 사무실 앞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장애아동 양육 위해 부모가 사회생활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금 우리사회는 사회구성원들의 생존의 문제를 가족들에게 책임질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당장 아무런 소득이 없어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힘들어도, 장애아동을 양육하기 위해 부모가 사회생활을 포기해야 함에도 여전히 이 모든 문제를 가족이 알아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18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사실상 이번 6월 임시국회가 마지막"이라며 "의원들 스스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를 이행하고, 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그리고 더 이상 빈곤의 책임을 장애의 어려움을 가족에게 지우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나누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 마지막 기회조차 외면하고 선거만을 바라보는 국회의원들은 바로 그 선거가 당신들의 정치적 명줄을 끊어놓을 것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6월 임시국회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과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1급 장애인 박흥기씨는 "세상 어느 나라가 아들을 수급권자로 만들기 위해 부모가 자살을 하는 나라가 있겠느냐"며 "정부는 예산타령을 늘어놓기 전에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먼저 돌아보라"고 말했다.
이어 김윤기 진보신당대전시당위원장은 "복지는 시혜와 혜택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고 국민이면 누구나 받아야 할 권리"라고 말했다. 이어 김창근 민주노동당대전시당위원장은 "4대강 예산에 20여조를 쏟아 붓는 이명박 정부가 최소한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는 사회적 약자들의 절규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국의 장애인단체들은 이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과 장애아동복지지원범 제정을 촉구하며 전국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를 벌였다.
또한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날부터 오는 10일까지 이재선 의원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