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군산평통사)을 비롯한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군산비행장주민피해대책위원회 등 14개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대표 30여 명은 1일(수) 오전 군산 미 공군기지 앞에서 미군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은 기지 정문 앞에서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지 부근 식당주인들이 "점심시간을 앞두고 열리면 영업에 피해가 크다"면서 "주민과 상의 없이는 집회를 열지 못한다"고 막는 바람에 군산공항 방향 길목으로 옮겨 열었다.
참가자들은 1968년 주한미군이 군산 미군기지에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주한미군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며 전면적인 민관합동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군산평통사는 미리 나눠준 유인물에서 ▲ 군산 미 공군기지의 고엽제 살포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 군산 기지 주변에 대한 전면적인 환경조사 ▲ 군산 기지에서 근무한 한국군과 민간인 노무자, 인근 주민에 대한 건강검진 시행 등을 촉구했다.
"고엽제 살포 주한미군, 주둔할 근거 잃어"
군산평통사 김연태(55) 대표는 "최근 칠곡 캠프캐럴에서 고엽제 매립 사건이 터졌다. 군산 미 공군기지 기름유출 사건에 이어 고엽제까지 살포됐다는 사실은 주한미군이 한국민의 생명과 환경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1968~1969년 당시 군산기지에 고엽제를 살포한 퇴역 미군 토니 나톨리(63)가 고엽제의 주성분인 다이옥신에 노출될 때 발병하는 염소성 여드름 증상을 보였고, 40년이 넘게 지난 현재 심장병을 앓고 있다며 기지 인근에서 오래 살아온 주민들 건강을 우려했다.
미군은 당시 고엽제의 한 종류인 '에이전트 오렌지'를 모기를 쫓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했고, 특히 군산 미 공군기지와 미사일기지 인근 야산에 많이 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한미 정부가 고엽제를 비무장지대(DMZ)에 살포한 사실만 인정한 것과 달리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됐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어서 충격을 더한다.
김 대표는 "고엽제로 인한 피해가 퇴역 미군에만 한정되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고엽제 살포 당시 근무했던 주한미군과 한국군, 한국인 노무자와 인근 주민들에 대한 건강검진을 하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어지는 미군기지 고엽제 살포 사건은 주한미군이 이 땅에 주둔할 근거를 잃어버렸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사회단체가 포함된 민관합동 공동조사를 해서 주한미군 스스로 투명하게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 대표는 "민관합동 공동조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군산시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고엽제 살포를 비롯한 군산 미 공군기지의 환경범죄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모든 힘을 모아 강력히 투쟁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우방군으로 배웠는데 점령군이었다!"
이어진 1분 발언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서정길(64) 의장은 자신을 월남파병용사였다고 소개하고 "학교 다닐 때 미군을 '우방군'으로 배웠는데 알고 보니 '점령군'이었다"며 "월남전에서 살포했던 고엽제를 소방차가 물 뿌리듯 국내에 살포한 미군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분노했다.
서 의장은 "고엽제가 뿌려질 수 있는 장소(미군부대)가 국내에 산재해 있는데도 묵묵부답으로 구경만 하는 이명박 정부를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비판한다"며 "고엽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노총 군산시지부 정동훈(41) 비상대책위원장은 "군산에 주둔한 미군부대가 환경 문제로 노동자 농민을 괴롭히고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시민과 국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민단체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130만 평 규모의 군산 미 공군기지는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비행학교였으며 해방(1945년) 후에는 미군이 운영권을 넘겨받아 지금까지 사용해오고 있다. 현재 기지에는 3천~4천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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