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고의 병서로 뽑히는 <손자병법> 저자와 편수에 관한 논란과 의문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여전히 남아 있다.
최고의 병서로 뽑히는 <손자병법>저자와 편수에 관한 논란과 의문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여전히 남아 있다. ⓒ 신화망(新華網)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 己百戰不殆)"는 구절은 군사학뿐만 아니라 외교, 경영학, 처세술 등 다방면에 널리 회자되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의 명구 중 하나다.

 

현존하는 중국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인 병법서 <손자병법>은 조조, 마오쩌둥이 극찬한 바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역관초시'의 교재였으며 나폴레옹까지 탐독할 만큼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병법서로 통한다.

 

<손자병법>은 "백전백승이 최상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고 설파하며 불후의 병법서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에 반대하며 평화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격조 높고 간결하며 명확한 문장으로 후세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병법서의 경전, 병경(兵經)으로 불릴 만큼 이렇게 유명한 <손자병법>의 저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중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보통 춘추시대 오 나라의 장군 손무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국시대 제나라의 군사(軍師) 손빈이 쓴 병서라는 주장도 있고 또 오나라 손무와 함께 활약한 오자서가 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손무와 손빈이 각각 다른 병서를 썼다는 <사기(史記)>와 <한서(漢書)>의 기록과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주장까지 <손자병법>의 저자를 둘러싼 논란은 점입가경이었다.

 

1974년 6월 7일, 산둥성 린이현 인췌산에서 <손자병법>과 <손빈병법> 죽간이 출토되면서 이런 논란은 자연스럽게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서한 고분에서 1700여 년간 소실된 것으로 여겨졌던 <손빈병법>의 죽간 440매가 그 실체를 세상에 드러냈고 <손자병법>의 죽간도 2300여자나 해독되었기 때문이다.

 

손무와 손빈이 모두 병서를 저술했다는 역사서의 기록이 정확하다는 것이 <손빈병법>의 출토로 입증되었으나 중국학계에서는 <손자병법>의 저자가 손무라는 것에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손자병법>에 사용된 많은 용어가 손무가 살았던 춘추시대에는 사용되지 않았고 기록된 군사의 수, 전투방법, 등장인물 등도 춘추시대가 아닌 전국시대의 상황에 더 부합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손자병법>에는 용병 10만 명이 자주 거론되는데 춘추시대에는 이렇게 많은 용병이 없었고 많아야 2, 3만 명을 넘지 않았으며 자주 거론되는 '기동전' 전술도 춘추시대가 아닌 전국시대에 자주 사용된 병법이라는 것이다. 손무가 죽고 사용된 용어나 병법이 <손자병법>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손자병법>의 편수가 13편인가, 82편인가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13편, 반고의 <한서>에는 82편이라고 적혀져 있어 어느 사서의 기록이 정확한지 의견이 분분하다.

 

1996년 9월, 시안에서 <손자병법> 82편의 사본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그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아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손무가 13편을 지었고 후대에 주석이나 화보가 더해져서 그 편수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손자병법의 저자와 편수에 관련한 새로운 유물이 발굴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손자병법>은 역사의 수수께끼를 간직한 미스터리로 계속 남게 될 것이다. <손자병법>은 어쩌면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전쟁을 경험하며 이뤄낸 '집단지성의 결과물'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의문점들이 <손자병법>의 매력을 더 배가시켜주는지도 모르겠다.


#손자병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