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념 경찰관'이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글을 올려 누리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자신을 "3년쯤 후면 대학에 갈" 아이들을 둔 경찰관이라고 소개한 블로거 '죽림누필'은 8일 오후 5시 45분에 올린 글 '반값 등록금 집회를 보는 경찰관의 심정'이라는 글에서 "지금 대학등록금 문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며 "그렇다면 경찰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할 자유, 항의할 권리를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직 경찰관이 본 '반값 등록금 집회'
그는 '등록금 촛불집회'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를 꽤 정교한 논리로 풀어냈다. 집회 참가자들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면 경찰이 그 주장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집회를 보장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주장에 공감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그 대응에 차등을 둘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적어도 경찰은 집회를 여는 자들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중요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에 따라 달리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주장을 위한 집회에서는 집회의 사회적 순기능이 역기능에 비해 우월한 것"이라며 "이를 테면 광우병 쇠고기에 관한 촛불집회의 경우에 그 집회자들의 주장에 경찰이 공감하든 말든 그들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면 그것을 주장할 자유, 항의할 권리는 한층 두텁게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 대학등록금 문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경찰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할 자유, 항의할 권리를 한층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며 "사소한 법규위반을 문제삼아 집회 자체를 어렵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면 그러한 경찰력의 행사를 정당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획일적인 잣대로 불법과 합법을 갈라 기계적으로 대응한다면 그것은 경찰의 의도와 무관하게 사회적으로 이슈에 대한 여론의 형성과 전달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더욱 중요한 문제는 사안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언론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을 중심으로 사안을 다루게 되고, 어느새 항의의 대상이 경찰로 바뀌어 버린다"며 "그 틈에 정작 항의의 대상이어야 할 정치권은 경찰의 방패 뒤에 숨어 버리기 십상"이라고 꼬집었다.
"사소한 법규위반 들어 사회적으로 중요한 집회 막아서는 안돼"
그는 경찰을 향해서는 "6월 10일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제발 경찰이 안 해도 될 일을 하지 않기 바란다"고 당부했고,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서는 "지나치게 흥분하여 함부로 폭력수단에 의지한다면 경찰력의 투입을 자초할 수 있다"고 '절제'를 요구했다.
끝으로 그는 "여러분의 고생이 반드시 '살인적인 대학등록금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이라는 결실을 맺기 바란다"며 "직업상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 응원하겠다"고 등록금 촛불집회에 지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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