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예정지인 강정마을 바다에서 9일 바닥을 긁어내는 준설공사가 시작됐다. 주민과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 활동가들이 급히 어선을 타고 공사현장에 가 항의하면서 공사가 일시 중단되기는 했지만, 해군기지 공사가 더 큰 갈등으로 비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매주 목요일 오전에 강정마을 중덕 해안에서 평화미사를 지내고 있다. 이날도 오전 10시 30분부터 중덕해안에서 천주교 임문철 신부 주재로 평화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임 신부는 이날 미사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디에 있든지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강론을 펼쳤다.
그런데, 미사가 채 끝나기도 전인 11시 10분 경, 중덕 바다 서쪽에 예인선 한 척이 공사 장비를 실은 바지선 한 척을 끌고 나타났다. 미사에 참여한 천주교 신자들, 주민들, 대책위 활동가들은 논의를 한 후 이 중 일부가 어선을 타고 현장으로 나갔다.
현장 확인 결과, 현장에서는 바지선에 실린 크레인을 이용한 해저 준설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민과 활동가들은 해상시위로 준설작업을 방해했고, 오후 1시 20분경 예인선은 바지선을 현장에 두고 가버렸다. 오후 2시가 넘을 때까지 주민과 활동가들은 바지선 위에 올라 해군기지 반대 시위를 진행하는 중이다.
한편,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서는 공사 도중 발견된 붉은발말똥게의 서식지 확보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가 공사 현장에서 계속 발견되자, 주민과 대책위 관계자들이 "붉은발말똥게의 안전한 서식지가 확보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